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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길과 진리와 생명

by 분당교회 2014. 5. 19.

길과 진리와 생명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이라는 양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풀을 뜯어먹으면서 평화롭게 행렬을 이루어가지만 앞에 가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어서 먹을 풀이 점점 없어지자 뒤따르는 양들이 서로 앞서겠다고 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그래서 양들의 대열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뒤쪽의 양들이 속력을 내어 앞으로 달려오기 때문에 앞쪽은 선두를 지키기 위해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든 양떼가 전속력으로 앞으로 내달리다가 달려가는 힘에 의해 그만 낭떠러지에 떨어져버린답니다.

미련한 짐승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빨리 달리기는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흔히 비유하기를 길을 가는 ‘여정’으로 비유합니다. 그러나 목적지가 불분명하고 여러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답답하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안내자 또는 안내 표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안내 표지의 화살표대로 가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길은 고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신 없는 길을 갈 때는 항상 불안해서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는 길 자체를 즐길 수가 없습니다.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 토마스 베켓 대주교의 무덤이 있던 자리는 지금 촛불로 기억하고 있다.)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인생의 길을 밝혀준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가파르고 고단한 길을 만날지라도 그 길이 맞는 길이고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 때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길일지라도 신앙의 빛이 인도하는 길이라면 그것은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아닌 절대적인 길이 됩니다. 살다보면 남들은 겪지 않는 눈물의 골짜기를 가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십자가의 길이고 궁극적으로는 부활의 영광이 있는 길이라면 피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스스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예수께서 보여주신 그 표지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앵무새처럼 교리를 외운다거나, 형식적으로 예배에 참여함으로서 크리스천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의 가르침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주신 성찬을 통해 생명의 양식을 얻는 것입니다. 이 어둡고 각박한 현실에서 예수께서 비춰주시는 표지를 따라 길을 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서 예수께서 따라와 주기를 바랍니다. 아니, 자기의 길을 가면서 이것이 예수의 길이라고 왜곡시키거나 합리화시킵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길을 가시기 때문입니다. 같은 길을 가는 인생은 같은 삶을 사는 것 아닐까요?


사랑하는 부부가 평생을 함께 살아왔다면 아마 남편 안에 아내가 있고, 아내 안에는 남편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심지어는 어느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네가 내 안에 있다’는 대사가 등장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한 길을 가는 것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 내가 예수님 안에 있고, 예수께서 내 안에 있는 삶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 옳은 길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멸망의 문은 넓고 크기만, 구원의 문은 좁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편리한대로만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예수께서 계시는 좁은 문을 선택하지 않고 스프링복이라는 동물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처럼 가고 있는지를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올레길, 둘레길, 순례의 길, 명상의 길... 많은 길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치유의 길, 위로와 평화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 나섭니다. 영적인 걷기를 할 때는 길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내가 그 길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 길이 내 안에 번잡스러운 삶의 찌꺼기들을 걸러내 줍니다.


예수께서 가신 길을 걷을 수만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8일 부활 5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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