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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685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격정적인 표현이 담긴 시로 남겼습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심훈, 그날이 오면) 지금은 역사와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날’에 대한 희망만큼 여전히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 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시대가 엄혹하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어 낼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겨울이 .. 2014. 12. 1.
종말이라는 거울 앞에서 종말이라는 거울 앞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할까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정답’을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한 공포와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종말의 그 날이 오면 과연 우리는 어찌 될까요? 또 지구의 종말이 쉽게 오진 않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고 저승으로 간다면 과연 그 세계는 어떨까요?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두려움과 걱정으로 인한 종말과 사후 세계에 대한 인간의 종교적 상상은 대부분 심판과 구원으로 귀결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선운사라고 하는 고찰을 방문 하였는데 명부전이라는 전각이 있었습니다. 사후세계의 심판과 징벌을 하는 10명의 대왕의 상이 서 있고 각.. 2014. 11. 25.
맡겨진 달란트의 의미 맡겨진 달란트의 의미나뭇잎이 바람에 비 오듯이 휘날립니다. 길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한해의 수고와 소임을 다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나름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도시가 아니라 시골이라면 그 낙엽들은 쓸어 모아져서 불꽃이 되고 재가 되어 다시 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대자연의 준엄한 법칙이며 하느님께서 모든 생명을 창조하신 섭리일 것입니다. 나무는 잎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되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빈 나뭇가지는 마른 팔을 들어 올리고 하늘과 온전히 속살로 만납니다. 그리고 나뭇잎 있던 자리는 상실의 자리가 아니라 찬란한 봄날을 꿈꾸는 자리이며 가장 먼저 봄날의 생명을 잉태.. 2014. 11. 18.
감사의 영성 감사의 영성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는 군사 독재의 탄압으로 유럽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망명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부른 Gracias a la vida(생에 감사해)라는 노래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원래는 비올레타 빠라(Violeta Parra)라는 사람이 작사 작곡 노래한 것인데 그 역시 투옥과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이 노래의 가사는 생에 대한 예찬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고난 받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악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보다는 오히려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예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Mercedes Sosa - Gracias a la vi.. 2014. 11. 11.
죄 없는 사람의 죽음 죄 없는 사람의 죽음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비 오 듯 떨어집니다. 가을의 깊은 맛은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초록으로 왕성하던 잎들이 모진 태풍도 견디어 냈는데 살짝 부는 바람에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역시 오묘한 창조의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빛나는 젊음도 세월이 지나면 늙고 병들고 결국에는 원점으로 회귀된다는 하늘의 섭리를 낙엽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늦가을은 사색의 계절, 성찰의 계절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야만 하고 영원한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이 세상 것들이 전부인 양 탐욕과 오만에 휩싸여 삽니다. 그래서 이 가을 .. 2014. 11. 5.
첫 째 가는 계명 첫 째 가는 계명율법에는 세 가지의 용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정치적, 법률적인 용법으로서 죄를 억제 또는 방지하고 강제적으로 선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교육적인 용법으로 거울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계명에 비추어 자신의 죄를 깨닫도록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교훈적인 용법으로서 밤길을 밝히는 램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율법이 있으므로 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계명은 이토록 긍정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수동적으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계명에 적힌 내용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말로 .. 2014. 10. 27.
하느님 나라의 초대 하느님 나라의 초대 봄이나 가을철의 주말이 되면 여러 장의 결혼식 청첩장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러 다니는 모습이 잔치를 즐긴다기보다는 의무적으로 인사차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혼인잔치의 초대장을 마치 고지서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초청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여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면 기쁨보다는 금전적인 의미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은 서글픔이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겨서 결혼식을 하는 둥 마는 둥, 사진 찍기에 바쁘고 음식을 먹을 때도 번잡스럽고 혼란스러울 때는 이것이 잔치라기보다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결정해야 합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치의 우.. 2014. 10. 15.
인간들만의 세상 인간들만의 세상 옛날 어느 착한 며느리가 부엌에 쥐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는 쥐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쥐들이 먹을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주었습니다. 쥐는 그 음식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가 부엌을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랑 똑 같은 사람이 부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쥐가 둔갑을 한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당연히 누구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기가 이 집 며느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이서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옥신각신하는데 식구들도 이를 보고서 놀랐습니다. 누가 진짜인지 구분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생각 끝에 부엌에 있는 그릇 수와 숟가락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진짜 며느리는 금방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가짜는 정확하게 대답을 했.. 2014. 10. 5.
믿음의 실천 믿음의 실천신영복 선생의 서화에세이에 담겨 있는 주옥같은 잠언들 중에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머리에 담겨있는 지식이 가슴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더라도 발끝까지 옮겨져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이 듣는 격언과 지혜들이 심성을 형성하고 올바른 실천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드믑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매일 영어 단어 하나씩 외우면 몇 년이면 작은 사전 하나 정도의 분량을 다 외우고 유창하게 영어를 할 줄 알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 2014. 9. 29.
예수님 식 공평함 예수님 식 공평함 행복해지려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면 그 때부터 열등감과 패배감에 빠져서 마음속으로부터 불행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자기 아이가 남들보다 성적이 좋으면 행복하고 뒤처지면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남들보다 잘 살면 인생이 성공한 것 같고,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면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한탄하기도 합니다. 앞서 가는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남들 수준만큼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성이 없어지고 획일화 되는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무슨 집이나 물건을 갖추는 것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갑니다. 타인 주도형이 되어서 누가 삶.. 2014. 9. 24.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평소 우아하게 살던 사람도 급해지면 어쩔 수 없습니다. 화장실 급한 것은 위도 아래도 없고, 인종차별이 없으니까요. 다만 그런 상태를 미리 잘 대비를 한다거나 아니면 점잖은 상태로 교양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만 다니면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느닷없는 생리적 현상은 가끔 예상치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합니다. 그럴 때면 화장실 가게만 해준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맹세를 하느님께 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그런데 그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오면 그 맹세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인간의 심성인 모양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꿔야 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애원을 해야 할 때... 이러한 상황은.. 2014. 9. 15.
형제적 충고 형제적 충고‘위장된 평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매너 좋게 그리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도 하면서도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내는 경우입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미움과 증오는 감추어 둔 채로 갈등을 회피합니다. 겉으로 보면 신사적이고 화목한 것 같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장된 것일 뿐이고 갈등이 표출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받아들일 마음도 없으면서 ‘공동체’, ‘사랑’, ‘평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것은 위장된 평화에 불과합니다. 충고를 할 수 없는 공동체는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서 지적하고 바로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 2014.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