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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나를 떠나지 마라! 나의 안에 거하라!

by 분당교회 2021. 5. 2.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했습니다. 부모님의 은덕을 기억하고 사랑을 전하는 카네이션으로 꽃꽂이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오후2시에는 어린이주일 성찬예배를 봉헌하며 미래세대 아이들을 축복하고 선물을 전달합니다. 다음 주일에는 만70세 이상 어르신들께도 선물을 준비하여 전달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하는 성가정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어제는 노동절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노동을 하느님을 등진 인간에게 주어진 벌로 여겼지만, 예수님은 노동을 하느님과 공동창조자로 서는 신성한 복으로 보았습니다. 노동을 통해 하느님의 세계 경영에 참여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구약에서 포도나무는 하느님께서 세우신 이스라엘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상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곧 하느님의 나라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하느님의 비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백성들이 하느님을 왕으로 섬기며 그 말씀에 순종하여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지는 샬롬의 왕국입니다.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나라가 세워짐으로  열방이 이스라엘을 보고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다. 

 

이것이 포도나무인 이스라엘이 거두어야 하는 열매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불순종으로 하느님이 기대하는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이사야 5:7, 만군의 야훼의 포도밭은 이스라엘 가문이요. 주께서 사랑하시는 나무는 유다 백성이다. 공평을 기대했는데 유혈이 웬 말이며 정의를 기대했는데 아우성이 웬 말인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 나라를 다시 시작하시고 완성하러 오신 메시야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너희가 가지”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너희는 12제자들을 말하지만, 12제자를 통해서 세워지는 교회를 말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이 시작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선교공동체입니다. 이스라엘에게 기대하셨던 하느님의 나라가 교회가 맺을 열매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가 우리 성공회 선교정신의 첫 번째인 이유입니다.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경험하고 누리며 확신해야 하듯이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고 누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에서 요한은 당부합니다. 7절,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합시다.” 

 

성도 간에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상처를 입기는 하지만, 서로의 형편과 처지를 알아가며 깊이 사귀는 가운데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서로 돌보며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됩니다. 

 

여러분 사이에 이런 사랑의 사귐이 있는지요? 옆 사람을 둘러보십시오. 지체가 어떤 형편에 있고 어떤 기도제목이 있는지 아시는지요? 

 

분당교회 전체 교우들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또래모임끼리는 이런 사귐이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대면하기 어려워도, 온라인으로 대면하고 교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으로 일치할 때 교회는 힘있게 선교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서울교구 표어대로 성공회분당교회가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며 선교하는 제자공동체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 가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주님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4절,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마라. ... 5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개역성경에서는 “나의 안에 거하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떠나지 않는다. 거한다’로 번역된 원어는 “meno”로 요한복음이 가장 아끼고 즐겨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오늘 복음 포도나무 비유에서 11번이나 사용됩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2절의 “붙어있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겉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 의식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 함께 하게 되는 관계를 말합니다. 

 

‘의식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 함께 하게 되는 것’은 믿음으로 가능합니다. 예수님 안에 거하기 위해서 요청되는 것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이다. 오늘 2독서, 15 누구든지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을 인정하면 하느님께서 그 사람 안에 계시고 그 사람도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에 감격하며 감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10 내가 말하는 사랑은 하느님에게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보내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제물로 삼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케의 내시가 필립보의 복음 전도를 듣고 이 사랑을 깨달아 알고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세례를 받습니다. 

 

우리도 이 사랑을 깨달아 알았기에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의 가지가 되었습니다. 

 

우리를 포도나무의 가지되게 하신 것은 놀라우신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은총을 저버리지 않아야 하고, 결코 그리스도를 떠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 안에 의지적으로 속해있지 못한다면 그 어떤 열매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의지적으로 예수님 안에 거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좋은 기도의 방법이 향심기도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10분, 20분씩 꾸준히 기도할 때 내주하시는 하느님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게 사랑의 자원을 공급해 주시어, 개인적으로는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는 인격적인 성숙이 있게 되고 교회 공동체적으로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고 드러내는 선교공동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설교는 이 정도로 마치고 10분 정도 향심기도를 드리며 주님 안에 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고 침묵하며 주님의 임재를 의식하는 가운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 내 안에 계신 하느님께서 활동하고 계심을 인정하고 하느님을 지향하는 상징으로 거룩한 단어 선택하십시오.
  • 내적으로 침묵을 유지하며 생각에 사로잡히면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십시오.
  • 종이 치면 1분 정도 더 침묵 가운데 머무르다가 눈을 뜨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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