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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주교님 신년 교서와 공현 대축일 설교

by 분당교회 2021. 1. 3.

2021년 1월 3일 설교 말씀

마태 2장 1절 ~ 12절

김장환 엘리야 신부

 

2021년 새해 첫 주일입니다. 새해 12달, 365일, 주님과 동행하심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복된 한 해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새 해, 하느님의 복 많이 누리시고 나누세요. 

 

새해 첫 주일, 먼저 교구장 주교님의 신년교서를 전달하고 오늘 성서 말씀에 대한 설교를 나누겠습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구원과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음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믿음의 길을 담대히 걸어가야 하는지, 우리 교회는 어떻게 구원의 방주로서의 그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지,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지구 생명을 살리는 교회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둠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구원의 빛을 밝히고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기도하며 그 길을 찾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어려운 상황과 처지에서도 진실한 사랑, 친밀한 우정, 그리고 건강한 믿음은 그 진가를 드러내고 건강한 교회는 빛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여 코로나 19라는 고난의 시기는 우리 성공회의 신앙과 신학 그리고 선교의 정신이 지닌 진가를 발휘할 할 때입니다. 

 

우리 성공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 안에서 친교, 상통, 커뮤니언을 이루려고 노력해 온 교회입니다. 우리의 전례와 예배, 제도와 질서, 의사 결정과 절차 이 모든 것들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이 서로를 위해, 서로 함께, 서로를 향해 ‘거룩한 친교로서 하나를 이루듯’이 거룩한 친교와 상통이 얼마나 중요한 신앙인지를 일깨워 줍니다. 

 

교구장 주교와 모든 성직자 사이에서, 주교가 파송하여 지역교회를 섬기고 있는 성직자와 신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신자와 신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친교와 상통 그리고 일치가 선교의 원동력이고 출발입니다. 

 

주님의 교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가 거룩한 친교를 이루어 하나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의 선교와 전도, 봉사와 예배가 영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가 거룩한 친교와 상통의 신앙을 회복하는 일, 주님의 몸으로 일치를 이루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선교와 성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신앙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 서울교구는 2021년부터 교육관리시스템(Learnig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여 모든 성직자와 교우들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소통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런 교육 관리시스템을 통해서 서울교구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기쁜 여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지난 대림절부터 365 성서통독 신앙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성서와 전통 그리고 이성에 근거하여 신앙의 권위를 세우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 우리교회도 전원 참여하시기 바라고 또래모임별로 통독 확인과 격려, 수요일 저녁에 통독 나눔 모임 시간을 갖습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고 묵상할 때 자라납니다. 성서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지혜를 얻습니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가야 할 믿음의 길을 밝히는 구원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2021년 한해 서울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고 성숙해가는 복된 은총의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이 고통을 겪을 때 주님의 교회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참아 견디는 것을 넘어서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친교의 신앙으로 세상의 아픔을 보듬어 생명을 회복하고 살리는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2021년 교구 표어가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입니다. 이 선교표어가 참된 다짐이 되어 우리가 주님과 하나가 되고, 세상 모든 이에게 친교 상통의 은총과 진리가 우리 교회를 통해서 널리 퍼져 나가게 되길 바랍니다. 

 

마태오복음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오신 성육신 사건으로 고백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마지막 사명을 주시면서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것을 임마누엘 신앙이라고 합니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이 선언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듯이, 힘겨운 때를 지내고 나면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고, 돌아보시고, 우리를 위해 우리를 통해 구원의 일을 행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는 주님께서 모든 성직자, 수도자 교우들을 은총으로 지키시며 이끌어 주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021년 1월 3일 이경호 베드로 주교

 

- 이하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설교 -

 

교회력으로 성탄일부터 12일째 되는 날인 1월 6일을 공현대축이라고 합니다. 공현이라는 말은 영어로 Epiphany라고 하는데, ‘해가 뜨는 것’ 혹은 ‘동 터 오는 새벽’을 의미합니다. 

 

동방박사의 방문과 경배로 아기 예수님은 장차 유대인의 왕, 평화의 왕, 구세주가 되실 분이심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나타나심을 보며 어둠 가운데 해가 떠오르는 것 같은  희망을 느꼈던 것이죠. 그래서 주요 절기가 되었고 주일로 옮겨서 지키고 있습니다.

 

공현일의 주요 등장인물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입니다. 성탄밤 성극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들이죠. 박사는 원어로 ‘마고이’라고 하는데, 별을 보고 연구하는 천문학자, 점성가를 가리킵니다. 별의 운동을 연구하면서 그 법칙을 연구하는 것을 천문학이라고 불렀고, 그 의미를 연구하는 것을 점성학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점에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고대의 천문학자들인 것이죠.

 

일반적으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페르시아로부터 온 이방인으로 봅니다. 마태오가 예수 성탄에 이들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예수의 성탄으로 오늘 1독서 이사야의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 서신에서 사도 바울로가 말한, 이방인들도 복음을 믿게 되는 하느님의 심오한 계획이 성취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에페 3:6, “그 심오한 계획이란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유다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존재이유가 선교가 되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경배하러 왔다는 것은 새로운 왕의 탄생에 대해 그들이 사신 자격으로 왔다는 것입니다. 헤롯왕이 다스리고 있는 한 복판에서 유대인의 왕의 탄생을 이야기 하는 것은 공개적인 반란을 주장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화를 이룰 새로운 왕의 출현은 힘으로 통치하는 권력자인 헤롯과 필연적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헤롯은 아기 예수를 제거하고자 했고, 경배를 마친 박사들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헤롯을 피해 자기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헤롯은 두 살 이하의 무고한 아기들을 죽이게 됩니다.

 

이런 일들은 역사 가운데 반복되어온 악입니다. 오늘날에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존귀한 생명이 내전으로, 기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했지만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고는 산업재해로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12월 28일을 ‘죄 없는 아기들의 순교’를 기억하는 기념일도 지키며 기도합니다. 이는 헤롯 권력에 의해서 죽은 아기들만이 아닌,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2021년에는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생명이 없도록 기도하며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온전하게 입법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목요일 이경호 베드로 의장 주교님이 이 법의 제정을 위해서 단식 농성 중인 故김용균군의 어머니를 찾아뵙고 격려하셨습니다.

 

기도문을 읽어 드리니 잠시 마음을 모아 봅시다. “주 하느님, 헤로데 왕에게 학살당한 베들레헴의 죄 없는 어린이들을 기억하나이다. 비오니, 모든 무죄한 희생자들을 주님의 자비하신 품에 안아주시고, 크신 권능으로 악한 폭군들의 흉계를 무너뜨리시어, 이 세상에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오늘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2021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은 황금, 유향, 몰약 입니다. 황금은 왕에게 드릴 가장 적합한 선물입니다. 아기로 오신 왕이 거기 계셨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예수님만을 왕으로 섬기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왕이신 예수님을 모신 하느님의 자녀로서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향은 성전에서 제사장들이 하느님과 백성들 화해시키는 제사 때 항상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성공회는 성찬예배 중에 유향을 사용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사람들을 최종적으로 화해시키는 구원자로 오셨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평화를 누리시는 한 해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웃을 하느님과 화해케 하는 전도자의 삶을 살아가시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화해시키는 피스 메이커, 중보자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몰약은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약품입니다. 왕으로 오신 예수는 하느님과 사람을 화해케 하고 하늘과 땅을 하나 되게 하기 위해 죽으셨습니다. 그 은총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에 속한, 그리스도의 것,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나의 생명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나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입니다. 우리가 매주일 성찬예배 중에 이렇게 봉헌기도를 드립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우리가 받은 것을 하느님께 바칩니다. 주여, 이것으로 당신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게 하소서!’ 

 

2021년 새해, 여러분 모두, 왕이신 예수님을 섬기며, 여러분의 모든 것을 봉헌하며 화해와 일치를 위한 선교에 헌신하시어 한 해를 마감할 때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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