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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기다리시는 하느님

by 분당교회 2020. 12. 21.

2020년 12월 20일 대림 4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신부

루가 1:26-38

 

 

교우 여러분은 안녕하시지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교우 들이나 가족들 중에는 확진자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코로나 19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료진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방역 당국자들, 또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들 등.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교회도 지난 사순절기와 부활절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림절기와 성탄절기에도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방역단계가 2단계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서울교구의 모든 교회는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성탄대축일도 비대면으로 드리게 되어 얼마나 안타까운지요.

 

그럼에도 온 사회구성원이 전시(戰時)와도 같은 절박한 시국을 견디고 극복하려 마음을 모으는 이때에, 교회가 방역지침을 지키며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일은 마땅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교회들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있어 시민들에게 얼마나 미안한지요. 사과의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교회는 교우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과 함께, 이 엄중한 시기에 선교의 사명을 잊지 않는 공동체가 되도록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이스라엘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심으로, 열방을 구원하시는 것이 하느님의 비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불순종과 우상 숭배로 그 뜻을 거역하는 이스라엘에게, 예언자들을 보내시어 하느님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끝내 이스라엘은 돌이키지 않았고 하느님의 비전은 실패하는 듯했습니다만, 하느님은 스스로 이 역사에 들어오시어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시는 계획을 갖고 계셨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그 계획을 엿보게 됩니다. 삼하 7:11, “나 야훼가 한 왕조를 일으켜 너희를 위대하게 만들어 주리라.” / 16 “네 왕조, 네 나라는 내 앞에서 길이 뻗어나갈 것이며 네 왕위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다윗언약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다윗왕의 후손을 통해서 자신의 비전을 성취하시겠다고 선포하시는 겁니다.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죠. 며칠 전 묵상했던 마태오복음 1장에 이 족보가 나와 있습니다.

 

다윗이 이 영광의 약속을 받게 된 이유는 하느님 나라의 원리인 공평과 정의를 행한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삼하 8:15, “다윗은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백성을 공평 무사하게 다스렸다.” / (개역개정) “다윗이 온 이스라엘을 다스려 다윗이 모든 백성에게 정의와 공의를 행할 새

 

불순종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고 말라기를 마지막으로 예언의 말씀도 끊겼습니다. 이후 수백 년간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말씀이 없는 어두운 시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를 신구약 중간사라고 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이시지만, 하느님의 계획은 하느님의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다윗언약이 성취되려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죽음으로, 사람을 구원하려면, 내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누구의 태를 빌려 사람으로 날 수 있을까? 누가 나의 계획을 듣고 자신의 몸을 내어 줄 수 있을까?’

 

신구약 중간사 동안 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하느님은 믿음의 사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신구약 중간사는 하느님의 애절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드디어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언약을 성취할 수 있는 그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마리아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초경이 시작되는 나이가 되면 혼인을 하게 되는데, 마리아는 요셉과 정혼한 12살 남짓의 소녀였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합니다. 30,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31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33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의 태를 빌려 태어나게 될 예수가 다윗 언약을 성취하는 메시아가 될 것이라는 고지입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성취하시는 신실하신 분입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34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정혼만 했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기에,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에 가브리엘은 이렇게 말합니다. 35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마리아가 순종하지 않으면 성령은 역사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뜻은 또 연기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은 순종할 또 다른 사람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성령님이 역사하시고 하느님의 뜻이 성취됩니다. 순종한 사람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마리아가 순종했습니다. 38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그런데 마리아가 이렇게 순종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잉태되고 배가 불러 오면 율법에 따라 요셉에게 파혼 당하고 돌에 맞아 죽임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혹 살아 남아도 십자가에 죽을 아들 예수로 인해 마리아가 겪게 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위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파혼하지 않고 예수가 태어날 때까지 동침하지 않은 요셉은 진정 존경받을 의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임 받는 마리아에게 가브리엘은 은총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28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 “30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우리는 언제 은총, 은혜 받았다고 합니까? 흔히 설교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이나 감동을 받으면, 찬양을 드리며 찡하면, 기도할 때 뜨거워지면, 은혜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은총, 은혜는 이런 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에 동역자로 부름 받는 것이 은총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관점으로 보면, 고난을 겪어야 하는 일임에도,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일에 쓰임 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은총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믿음과 위로를 주시는 성모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성공회기도서에 있는 성모경인데 함께 드려 볼까요?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마리아에게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느님의 모친되신 마리아여, 이제와 임종 시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교우 여러분, 마리아가 받은 은총 받기를 원하시는지요? 나의 순종과 희생을 통해 주님의 뜻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기쁨이 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뜻을 알고도 순종하지 않아 끝내 하느님의 영광에 동참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또 대가를 지불할지라도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순종하여, 그 어디에서도 맛 수 없는 하늘의 기쁨을 누리며 주님의 영광에 동참하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순종을 통해, 여러분 각자의 삶에, 여러분의 가정에, 우리 교회에, 그리고 이 사회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십니다.

 

성탄을 바로 앞둔 대림 4주일, 여러분의 순종을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깊이 묵상하시며, 마리아처럼 기꺼이 순종하는 주님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제 주교님께서 지난 주중, 보내신 사목서신의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대림과 성탄은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우리 삶의 현실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성육신 사건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성경은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첫째는 성모 마리아의 신앙과 태도입니다. 마리아를 본받아 구원의 신비를 깊이 되새기고 나누는 신앙생활이 되길 바랍니다. (1) 성서통독 365운동에 참여하십시오. (2)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상의 어려움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며 매일 신앙일기를 쓰시기 바랍니다. (3)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서로 함께 하느님의 구원을 찬미했듯이, 다른 교우들에게 문자와 카드 인사로 서로 문안하고 축복하기를 바랍니다.

임마누엘 하느님을 맞는 신앙인의 둘째 모델은 동방의 박사들입니다. 구세주를 경배하려 순례하는 동방박사의 영성을 본받는 신앙생활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1) 한 주간에 한번이상 개별적으로 성당을 방문하여 마굿간 또는 성막 앞에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2) 코로나-19 극복기금에 한차례 이상 봉헌하여 주십시오.

성탄을 열린 마음으로 기쁘게 맞는 셋째 모델은 들판의 목자들입니다. 가난하고 서러운 삶 속에서도 구원의 약속을 신뢰하는 목자들을 본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1) 매일 성가를 3곡 이상 천사들과 함께 부르며 찬양을 드려주시기 바랍니다. (2)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들을 후원하는 일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현실이 어둡고 비참할수록,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진리와 자비는 분명하고 확실합니다. 그 주님의 빛과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전하는 일이 교회와 교우 여러분의 사명입니다. 임마누엘 성탄의 은총이 우리 교회와 성직자와 교우 여러분을 강건히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루가 1:45,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루가 2:19,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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