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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시다

by 분당교회 2020. 4. 5.

2020년 4월 5일 성지고난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마태 27:11-54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시다"

 

 

지난 번 주교님 사목 서신에 “건강한 교우들은 성당에서 예배드릴 수 있다”는 말씀이 있어서, 오늘 고난주일 예배를 성당에서 드리겠다고 안내문까지 보내드렸는데... 어제 오전에 4월 30일까지 모든 전례와 모임을 중지한다는 사목서신이 왔습니다. 

 

초중고 개학도 계속 미뤄졌고 물리적 거리 두기가 계속 필요하다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른 교회 결정입니다. 일부 개신교회처럼, 7가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성당 예배를 드릴 수도 있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교회가 취해야 하는 마땅한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의 절정인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성주간을 맞이하면,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특별히 성목요일부터 진행되는 성삼일 전례를 정성스럽게 봉헌하면서 주님의 수난을 깊이 묵상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류가 당하고 있는 참혹한 고통을 직접 목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신약학 학자이신 영국 성공회 톰 라이트 주교님은 최근 타임지에 “기독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 글에서 톰 라이트 주교는 사순절마다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겠다고 행하던 금욕과 절제 등의 경건훈련이 코로나 19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장난 같다고 말합니다.

 

교회의 전통 중에 ‘부활 팔일부’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활주일부터 그 다음 부활2주일까지 8일 간, 사제는 질병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최고의 축일인 부활절을 지키지 못한 교우들을 방문해서 부활 성체를 나누며 기도해 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올 해 부활팔일부 동안 매일 하루 2번 두 가정, 혹은 세 네 분, 성당으로 초대해서 감사성찬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성당에 오시기 힘든 교우들은 제가 부활성체를 모시고 가서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제게 카톡이나 전화 주셔서,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착순으로 접수합니다.

 

2,000년 전 오늘! 

 

예루살렘은 새로운 왕을 맞이하는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었습니다. 많은 군중이 종려가지를 흔들며 한호하며 예수님을 맞이했습니다. 예수님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이 찬양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맞이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고백입니다. 

 

성지주일은 이날을 기념하며, 신앙이란 평생 예수님을 찬양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합니다. 성지주일의 전례는 감사성찬례 전에 종려나무가지를 축복하고,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노래를 부르며 성당 둘레 혹은 거리를 순행하는 성지 축복식입니다. 

 

하지만 성지 축복식을 마친 후에는 고난주일의 엄숙한 분위기가 찾아옵니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의 현장입니다. “호산나” 찬송은 자취를 감추고,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악한 외침이 득세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로 내몰리셨습니다. 고난주일에 우리는 우리의 찬송과 경배 안에도 탐욕과 배신의 가능성이 숨어 있음을 돌아봅니다. 감사성찬례 중에는 수난복음을 읽으며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합니다. 매년 성가대와 함께 노래로 수난복음을 묵상했는데 올해는 불가능하게 되었네요.

 

성주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교회는 제자의 삶을 더 깊이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피조세계의 구원을 위해서는 십자가에 희생이 필요하기에 예수님이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고해성사를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 가운데, 회복해야 하는 관계나 고쳐야하는 삶의 습관, 또 은밀한 죄 등을 사제를 통해 하느님께 고백하며 옛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는 시간이 고해성사입니다.

 

성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드리는 본기도를 드립니다. “창조주 하느님, 성자 예수께서는 종의 모습을 취하여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 하셨나이다. 비오니,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깨달아, 그 크신 겸손을 본받게 하시고, 마침내 부활의 영광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성목요일! 

 

예수님은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고 그들의 발을 손수 씻어 주셨고 게쎄마니 동산에 가시어 대제사장의 기도를 드리시고는, 곧 바로 제자들의 배반으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지면서 십자가의 죽음으로 이르게 되었습니다.

 

구원의 역사가 완성되는 성목요일 성금요일 그리고 부활 밤으로 이어지는 절정의 시간을 성삼일이라고 부릅니다. 교회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성삼일 전례를 드리면서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합니다.

 

성목요일 성체제정 예식을 드리는데, 세족식과 성체제정기념, 그리고 성체 수직으로 구성됩니다. 세족식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던 중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주신 섬김의 본을 따르는 것입니다. 요한 13:19, “내가 너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오늘 본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예수님은 식사 중에 떡과 포도주를 축복하시면서, 우리 위해서 내어주시는 당신의 몸을 기억하라는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감사성찬예배는 십자가의 거룩한 희생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끊임없이 이어가도록 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또한 새로 축성하여 모신 성체 앞에서, 마태 26:40, “너희는 나와 함께 시간도 깨어있을 없단 말이냐?”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게쎄마니 기도에 동참하는 ‘성체 수직’을 합니다. 

 

특별히 성 목요일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셨습니다. 요한 13:34--35, “34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찍이 예수님은 구약을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뜻을 황금율로 요약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렇게 살아가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배우고 훈련하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로 교회를 세우신 것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사태로 함께 모여 예배드리지 못해도 교회 공동체 지체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교회입니다. 전화 통화하시며 서로 안부를 나누시는지요? 서로의 삶을 나누면서 서로를 위해서 기도 하시는지요?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자, 오늘 저는 제안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경기도가 재난소득으로 1인당 10만 원씩 주겠다고 합니다. 우리 교우들이 대부분 경기도에 거주하십니다. 이 돈이 가뭄에 단비처럼 꼭 필요한 가정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돈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가정도 있을 겁니다. 그런 가정은 마음이 허락하시는 만큼 교회에 봉헌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코로나 특별 헌금”. 그러면 형편이 어려운 지체들이나 형제 교회들을 살펴 여러분의 사랑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교회의 본질인 코이노니아를 회복하는 거룩한 실천입니다. 일찍이 성령강림으로 탄생한 초대교회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물질을 서로 나누는 코이노니아 공동체였습니다. 사도행전 2장과 4장에 예루살렘 교회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있는 사람들은 재산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갖다 놓았고 필요한 사람은 그것을 갔다 쓰면서 공동체 안에 궁핍한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성목요일 기도를 드립니다. “사랑의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성체성사를 세우시어 구원의 신비를 보여주셨나이다. 비오니,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주님의 새 계명을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성금요일! 

 

애통과 비탄의 날입니다.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날입니다. 원래 십자가는 로마제국이 정치범들을 죽이는 극형의 형틀이었고 유대인들에게는 저주받은 인생이 달리는 나무였습니다. 바로 그 십자가 나무에 죄 없으신 예수님이 발가벗긴 채 못 박히셨습니다.

 

성서는 오늘 1독서 이사야가 예언대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는 하느님을 떠난 인간들을 대신하는 죽음이라고 말합니다. 죄의 대가는 죽음이고, 죄의 결과인 죽임을 당하는 것이 하느님이 정하신 공의이기에, 죄 없으신 예수님이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자신의 생명을 십자가에 바치심으로 하느님의 공의를 이루셨습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생명을 희생 제물로 받으시고, 모든 인류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예수님께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노래하는 이유입니다. 용서는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의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인류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사람을 기억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예배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우리 성공회 예배 이름이 감사성찬례인 이유입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 합시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감사가 믿음입니다. 대속의 은총에 감사하는 믿음이 죄의 권세로부터 우리를 자유하게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제자의 삶을 살게 하는 능력이 됩니다.

 

교회는 성금요일에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일곱 말씀을 묵상을 합니다. 가상칠언이라고 합니다. 

 루가 23:34,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루가 23:43,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 

 요한 19:27-27,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마태 27:46, 마르 15:34,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요한 19:28, “목마르다” 

 요한 19:30. “이제 다 이루었다.” 

 루가 23:46,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오늘 복음에 가상칠언 중 네 번째 말씀이 나와 있습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지금 인류가 하느님께 외치는 절규처럼 들립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버림받은 것처럼 외롭게 처절하게 죽어 가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고통 가운데 절규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잘 아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면서, 당신의 제자들을 그들을 섬기는 주님의 손과 발이 되라고 부르십니다.

 

초대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당시 전염병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 곁으로 가서 섬겼던 사랑의 실천이 있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고난 가운데 계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지금 우리 교회를 대표해서 대구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송정근 테클라 교우를 비롯하여, 많은 의료진과 방역 당국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우리도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물리적 거리를 두기 등을 잘 실천하고 우리의 작은 정성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면서 이 시대의 고난에 동참합니다. 

 

성금요일 기도를 드립니다. “의로우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 많은 사람들의 배반으로 수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나이다. 비오니, 크신 사랑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주님의 자녀로 받아 주시어 십자가의 수난에 참여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성토요일! 

 

하느님 부재의 날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의 역전이 준비되는 날이었습니다. 종교. 정치권력에 의해 완전히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예수님의 죽음이 영광스러운 승리를 상징하는 부활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무덤의 시간은 부활을 준비하는 희망의 시간입니다. 성토요일을 통해서 하느님 부재의 시간은 하느님이 아니 계신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새 일을 준비하시는 시간임을 알게 됩니다. 

 

성토요일에서 부활 밤으로 연결되는 시간은 죽음의 세력을 짓밟고 일어선 승리 사건이 곧 주님의 부활이라는 것을 드러내기에 가장 아름다운 극적 전개 과정입니다. 이 때 교회는 부활 밤 예식을 시작합니다. 어둠에서 한 줄기 빛을 발하는 새 불을 축복한 뒤,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부활초에 불을 댕깁니다. 그리고 부활찬송경을 노래합니다. “이 밤은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지옥의 사슬을 끊고, 무덤에서 승리하여 부활하신 밤이로다.”

 

부활 밤 예식 중, 말씀의 전례를 통해 우리는 창조와 구원, 그리고 세례의 은총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펼치신 위대한 구원의 사건을 기억합니다. 

 

부활 밤에 거행하는 세례성사는 주님 부활의 능력으로 구원받은 자녀가 누릴 은총을 축하하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과 더불어 모든 신자는 자신의 세례언약을 갱신합니다. 

 

성토요일 부활 밤 기도문입니다. “주 하느님, 거룩한 이 밤을 주님의 부활의 영광으로 빛나게 하셨나이다. 비오니, 주님의 교회에 부활의 은총을 내리시어, 세례성사로써 주님의 자녀가 된 이들의 마음을 북돋아주시고,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시어, 성실하고 진실하게 주님을 경배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성주간은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묵상하면서,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이번 성주간은 유달리 부재와 침묵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고통을 목도하며 보내게 되는 고독한 성주간의 시간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과 너무나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성주간동안 성삼일 전례를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모든 전례를 가정기도로 드릴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가정 예배를 드리시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과 동행하시기 바랍니다.

 

성주간 동안 몸으로 함께 모이지 못하지만, 기도 안에서 우리는 한 마음을 이룹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교회와 사회가 험난한 시간을 잘 견뎌내고, 마침내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하느님께 올려 드리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사랑의 섬김이 이 땅에 부활의 생명을 가져오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성지고난주일 설교/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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