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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성령의 인도를 따라

by 분당교회 2019. 6. 30.

2019년 6월 30일

김장환 엘리야 사제

 

성령의 인도를 따라,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자!

 

어느덧, 2019년 상반기 마지막 주일입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다음 주일, 7월 7일을 맥추감사주일로 지킵니다. 분당교회는 맥추감사주일을 지키지 않는데,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는 맥추감사주일을 지켰었습니다. 1년의 반, 상반기를 돌아보며 감사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오늘 설교가 좀 그런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주 월-화-수 서울교구 성직자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2년에 한 번, 교구 전체 성직자가 모여 삶과 사역을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입니다. 올 해는 몇 교회의 사목현황을 나누고 그룹으로 대화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습니다. 

 

‘사람책’이라는 방법으로 그룹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사람책’이란 한 사람이 자기의 스토리를 나누고 그룹원들은 질문도 하고 코멘트도 하는 방법입니다. 

 

워크숍 며칠 전에 교구 스탭으로부터 ‘사람책’ 역할을 부탁받았습니다. 부임한지 2년 4개월 밖에 안 되어 나눌 이야기가 많지 않다고 사양했지만, 거듭되는 요청에 수락했습니다. 

 

덕분에 부임 후 2년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며, 마음에 “감사와 존귀함”이라는 단어가 깊이 새겨졌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공동체를 일구어 오신 기존 교우들이 너무 귀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 교회를 찾아오신 새 가족들이 참 귀하고 감사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복음공동체를 세워가라”는 주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이 놀라운 은총과 신비를 감탄하면서 사람책을 준비하고 나눴습니다. 

 

요즘 서울교구 교회들이 ‘건강한교회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 만들기’ 워크숍은 영국성공회가 성장하는 영국 교회들을 분석해 정리한 7가지 원리로, 자기가 속한 교회를 진단하고 실천 과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과연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시며 ‘건강한 교회’ 원리 하나하나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 신앙으로 활력을 얻는 교회 (2) 교회를 넘어 세상의 복음화를 지향하는 교회 (3)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실천할 방법을 찾는 교회 (4) 성장과 변화에 따르는 대가를 감당하는 교회 (5) 공동체로 활동하는 교회 (6) 모든 이를 위한 교회 (7) 적은 일을 하지만 집중해서 잘 하는 교회. 몇 점이나 주셨습니까? 자세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갖을 계획입니다.

 

오래 전 NCD라는 단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8가지 지표를 제시한 것이 있습니다.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 은사 중심적 사역, 열정적 영성, 기능적 조직, 영감있는 예배, 전인적 소그룹, 필요 중심적 전도, 사랑의 관계 등입니다. 

 

7가지이든 8가지이든, 각 원리들은 마치 양동이를 세우는 기둥들과 같아 수치가 낮은 곳으로 물이 다 샌다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지표만큼만 양동이에 담기는 물이 담긴다는 것이죠. 그래서 진단을 통해 낮은 수치를 높게 끌어올리는 처방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질을 높이면 자연적으로 교회는 성장한다고 합니다. Natural Church Development!

 

‘사람책’ 역할을 하면서 저는 건강한 교회의 7가지 지표나 NCD 8가지 지표가 아닌, 성공회 선교정신 FIVE MARKS를 건강한 교회의 원리로 제시했습니다. Five Marks는 양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성장 원리가 아니라, 교회의 존재이유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주보 2면의 FIVE MARKS를 함께 읽어 봅시다. 

1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2 새 신자를 가르치고 세례주고 양육하기, 3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기, 4 불의한 사회를 변혁하며 모든 폭력에 도전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노력하기, 5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자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기. 

 

지난 2년 4개월 동안,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FIVE MARKS를 실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1.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하느님 나라 복음이라고 합니다. 사랑과 공평과 정의로 다스리시는 하느님이 온 세상의 왕이심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왕이신 하느님의 다스림에 순종할 때 샬롬이 이루어집니다.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가 이 복음을 누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임재가 충만한 예배를 통해,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새계명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훈련하는 소그룹을 통해,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여 우리교회는 주일감사성찬예배를 우리 삶에 가장 존귀한 시간으로 여깁니다. 성가대를 구축하였고 최고의 예배를 드리고자 중보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예배자 중보자가 더 세워지게 하고자 수요예배로 모이고 첫토요일 아침예배로도 모이고 있습니다. 

 

격 달이지만, 또래모임으로 모이고 독서모임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소그룹을 만나 더 깊은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며, 용서와 용납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훈련하여,  성공회 분당교회가 하느님 나라 복음이 살아 있는 교회로 세워지기를 바랍니다.

 

2. 새 가족을 가르치고 세례주고 양육하기 

신앙 여정의 종착지는 예수님을 닮는 것입니다. 에페 4:13, “마침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 교회 사제로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역할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영적 성숙을 돕는 성경교사로 있습니다. 

 

새가족반, 엠마우스성경공부, ‘하느님 나라 복음으로 살기 일대일 제자훈련’ 등으로 양육이 진행됩니다. 새가족반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금요일 엠마우스 성경공부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일대일양육은 제게 요청하시면 맞춤형으로 진행합니다. 단 일주일에 두 명만 진행합니다. 엊그제 일대일을 마친 보스코형제을 포함해서 5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특히 일대일은 복음전수를 목적으로 합니다. 1독서에서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하느님의 사명을 이어주듯이, 하느님 나라 복음을 전수하여, 더 많은 엘리사가 세워지도록 하는 것이 일대일 양육의 목표입니다. 참여바랍니다.

 

3.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이 필요에 응답하기 

꾸준히 ‘나눔의집’을 후원하시는 교우 몇 분이 계십니다. 월드 비전이나 유니세프 같은 구호단체들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후원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윤미경 엘리사벳님은 미혼모를 돕는 일들을 꾸준히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교회적으로는 미약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회는 고정비용 지출이 큽니다. 월세와 관리비가 320만원, 사택 대출금과 크라우드 펀팅 이자가 80여만 원 등 월 400만원이 고정비용 지출입니다. 

 

내 살림도 힘든데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절기헌금의 1/3이라도 플로윙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올 해 부활절기헌금은 부산교구 200만원, 속초고성 화재이재민 돕기 150만원을 플로윙 했습니다. 

 

우리 교회 모든 가정이 온전한 십일조와 선교구제헌금을 드린다면, 월세 관리비 이자에 대출 원금도 조금씩 상환해 가면서, 이웃의 필요에도 넉넉히 응답하는 사랑을 능히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불의한 사회를 변혁하며, 모든 폭력에 도전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노력하기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세상의 빛입니다. 하느님 나라 복음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면, 얼마나 불의하고 부패한 사회인지 모릅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 관점으로 세상을 바로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중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희년주일도 지키고 특강들도 열어 왔습니다. 노동, 인권, 난민, 평화 등등 우리가 바로 알고 실천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계속 배우고 기도하면서 이 선교적 사명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기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역습, 이상 고온, 홍수 등과 같은 자연 재해로 부메랑이 되어 인류는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일회용 컵을 없애고 매년 환경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올 해는 장바구니도 선물 받았습니다. 잔반 없애기,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 줄이기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이렇게 지난 2년 4개월 동안 FIVE MARKS를 실천해 오면서 우리 공동체는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초대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갈 때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존경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은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더 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말씀이 우리교회에도 성취되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하느님은 부임 1년차에 4분, 부임 2년 차인 작년에 15분, 올 상반기 동안 11분 등 총 30여명의 새가족을 보내주셨습니다. 

 

여러분이 한 마음으로 성공회 선교정신 FIVE MARKS를 실천하면 할수록, 성공회 분당교회는 질적으로 건강한 교회로 세워질 것입니다. 그만큼 공동체도 자라고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될 것입니다. 

 

하지만, FIVE MARKS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오늘 서신이 말하는 대로 육체의 욕정이 이를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나의 만족과 유익만을 구하는 육체의 욕정이 얼마나 강력한지요? 

 

개역성경에는 “육체의 소욕”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소욕”이라는 단어는 마치 며칠 굶은 돼지에게 밥을 줬더니 머리를 쳐 박고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 강력한 욕망을 의미합니다. Desire! 우리가 육체의 욕정에 따라가면 결코 FIVE MARKS를 살아내지 못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복음공동체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1. 첫 번째 지표는 어떻습니까? 하느님만을 왕으로 예배드리며 세상 속에서 정의와 공평을 행하는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고 드러내는 교회를 세우고자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습니까? 내 삶에는 하느님 아닌 왕들이 너무 많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시간을 소홀히 합니다. 내 마음은 시기, 분노, 당파심, 질투 등에 사로잡히기 일쑤입니다.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서로 용서하고 용납하는 사랑으로 하나 됨을 지켜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신자영접식을 갖는 새가족이 있는 것에 만족하고 불신자를 전도하여 세례를 받게 되는 회심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2. 두 번째 지표는 어떻습니까? 티비 앞에는 몇 시간 앉아 있고 술 마시거나 노는 일에는 시간을 물 쓰듯 써도, 말씀과 기도로 훈련하는 일은 외면합니다. 육체의 욕망이 지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3.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는 일은 어떻습니까? 청지기 신앙으로 재정을 사용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몇 가정이나 청지기 신앙으로 재정을 사용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지기 헌금의 기준을 십일조로 제시합니다. 물론 ‘십일조는 구약의 법이여서 폐기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천덕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피 값으로 우리를 사셨기에 우리의 모든 것이 하느님 것입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기에 우리가 받은 것을 하느님께 드립니다. 주여! 이것으로 당신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게 하소서!”라는 봉헌기도대로 여러분 안에 청지기 신앙이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나눔과 섬김을 통해 교회 안과 밖의 약자들이 돌봄을 받고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내 아이, 내 가정, 나의 만족을 위해서는 아깝지 않는데, 하느님께 드리는 것에 인색하다면 육체의 욕정에 지며 사는 것입니다. 

 

4. 네 번째 지표? 하느님의 공평과 정의를 설교하고 사회적인 참여를 강조하면 이념의 잣대로 반발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내가 가진 이념의 잣대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육체의 욕정입니다. 

 

5. 다섯 번째 지표? 환경주일 예배를 은혜롭게 드리고 나가서는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커피를 사먹습니다. 집에서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하지만 낙심하지 말 것은 내 안에는 또 다른 욕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 안에 살아계신 성령의 인도하심”입니다. 성령의 소욕이 있습니다. 성령님은 무뎌진 양심을 날카롭게 하시고 하느님의 진리를 선택하도록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육체의 욕정과 성령의 인도하심 사이에 끼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갈등이 깊다면 성령의 인도하심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이에서 무엇을 따르기를 선택하는가가 믿음입니다. 

 

육체의 욕망은 내가 그리스도 안에 들어오기 전 내 몸에 습성이 된 죄 된 욕망들입니다. 육체의 욕망은 하느님 나라를 반하는 세속적인 가치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적인 배후에는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파괴하는 사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2독서는 이렇게 권면합니다. 갈라 5:24-25, 24 그리스도 예수에게 속한 사람들은 육체를 그 정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입니다. 25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우리는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야 합니다. 

 

한 주간, FIVE MARKS를 기준으로 이 말씀을 적용하며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령의 지도를 따라 FIVE MARKS가 실천함으로 여러분이 계신 가정과 직장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고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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