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가정

by 분당교회 2019. 5. 5.

2019년 5월 5일  가정주일 설교문

김장환 엘리야 사제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가정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연휴여서 많은 분들이 산과 들로 여행을 가시던데, 이렇게 예배에 오신 여러분을 주님이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2년 전 부임했을 때는 주일학교가 미약했는데 주보에 있는 명단에서 보듯이, 어린이들이 많아져서 참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며 예수님을 닮아가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4년 전에 미금 보다 훨씬 넓고 좋은 이곳으로 어렵게 이전해 왔지만, 주일학교 예배 공간이 변변치 않아서 아쉽고 미안했습니다. 어제 아침 교회 단톡방에 강사무엘 교우님이 올리신 성공회 원주교회 사진을 보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에 미래세대를 위해서 필요한 공간과 섬김 이를 허락하소서. 이 교회를 통해 다니엘과 같은 하느님 나라 일꾼들이 자라나게 도와주소서.”

 

감사한 것은, 이런 조건에서도 사랑으로 아이들을 섬겨주시는 교사 분들이 계시다는 겁니다. 윤미경 엘리사벳, 조중식 바우로, 박영빈 미카엘 선생님께 경의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예배는 가정주일 의향으로 봉헌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가족입니다. 우리 교회에 만 70세 이상 되신 어르신들이 모두 15분  계십니다. 여자 어르신이 권영대 애린, 박경순 안나. 서재희 모니카, 오선자 테레사, 장윤자 마가렛, 조수화 테레사, 차경숙 아가타. 황영숙 요한나, 황정자 앵니스 9분. 남자 어르신은 김용욱 니콜라, 김태우 암브로스, 김학수 바우로, 윤의광 사무엘, 이동섭 다니엘, 주면선 모세 6분입니다.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보리 고개 등 고난의 현대사를 살아오시면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시고 가정을 꾸려 오셨고, 또 이 교회를 세워 오신 어르신들입니다. 주님께서 부활의 소망과 건강으로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회에는 홀로되신 가정도 많습니다. 15분이 계십니다. 성서에서 교회는 신부이고 예수님은 신랑이라고 하는데, 신랑 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사랑 가운데, 위로와 격려를 받으시며 꿋꿋하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어르신들과 홀로 되신 가정들에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 엔딩 나레이션을 읽어드립니다. 이 드라마의 주연 김혜자님이 백상예술 대상을 타시고 하신 수상 소감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나의 힘이 되신 하느님, 사랑합니다.” 라는 신앙 고백도 감동적이었지만, 나레이션이 진짜 뭉클했습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아빠)였고, 누이(오라비)였고, 딸(아들)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위로가 필요한 인생 여정입니다. 그런 인생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자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 가정입니다. 

 

1852년 4월 10일, 미국의 한 시민이 알제리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로부터 31년 후 미국정부는 군함을 보내어 그의 유해를 미국으로 가져오도록 했습니다. 그의 유해가 뉴욕에 도착하는 날, 뉴욕시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부두에 몰려들었습니다. 군악대의 연주, 예포 소리,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수많은 인파와 함께 도열하여 유해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유해의 주인공이 유명한 정치가도 과학도도 작가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단지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미국사람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었을까요? 이유는 그가 만든 단 한 곡의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그 노래의 메시지가 미국인들에게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를 새겨주었던 것입니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홈 홈 스위트 홈’의 작사가인 존 H. 페인(John H0ward Payne)의 유해였던 것입니다. 

   

30대 초반의 대학 전임강사가 ‘사람들의 가치관’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십니까?”라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답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5개 있었습니다. 그 단어는 “믿음, 희망, 사랑, 안식, 평화”였습니다. 

 

온 종일 인터뷰를 하고 통계를 정리한 젊은 교수는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들어서니, 그 순간 “아빠!”하면서 어린 딸이 달려와 아빠의 팔에 매달렸습니다. 달려와 자신에게 안기는 딸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문득 “믿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 연이어 “아버지, 나 이번에 우리 반에서 5등 했어요.”라고 말하며 뛰어나오는 초등학생 아들을 보며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 “여보, 이제 오세요?”하며 다정하게 그의 손을 잡아주고 양복 상의를 받아주는 아내를 보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 “시장할 텐데, 씻고 와서 저녁 먹으렴.”하며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안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 조금 뒤, 사랑하는 식구들과 식탁에 앉아 있게 되자 갑자기 그는 자기가 바라보는 가정의 모습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보았습니다. 

 

온 종일 만난 사람들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믿음 희망 사랑 안식 평화”라는 단어들이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하느님이 디자인하신 공동체가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가정은 하느님의 나라를 누리는 거룩한 곳입니다. 그래서 성공회는 가정을 이루는 결혼을 성사로 인정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천국을 경험하는 성가정이기를 축복합니다. 

 

어떻게 하면 천국을 경험하는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오늘 시편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며 그의 길을 걷는 자가 행복한 가정을 세워가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적인 가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 가정이 세워질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기초입니다. 성가정의 기초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이어야 합니다. 이 기초 위해 성가정을 건축할 때 우리는 먼저 기둥을 세워야 합니다. 

 

옛날 솔로몬의 성전에는 두 기둥이 있었습니다. 야긴과 보아스라고 합니다. ‘야긴’은 우측기둥으로 ‘그가 세울 것이다.’를 의미하고 ‘보아스’는 좌측기둥으로 ‘능력이 그에게 있다’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이 디자인하신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하는 성가정에는 오늘 서신이 말하는 바, ‘순종과 사랑’이라는 두 기둥이 세워져야 합니다. 이 기둥들이 세워질 때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하는 성가정이 시작될 것입니다.

 

첫째 기둥 – 순종입니다. 

평안하고 행복을 누리는 가정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좋은 집이 아니어도,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한 가정 안에는 순종이 있습니다. 순종은 가정을 천국으로 만듭니다. 부모님께 순종하는 자녀가 있는 가정,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가 있는 가정,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함으로 그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가정은 반드시 행복이 넘칩니다. 

 

순종할 대상을 상실한 가정은 혼란에 빠지고 사탄의 공격을 받습니다. “나도 남들처럼 내 남편을 존경하고 순종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존경할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순종하라구요? 순종하며 살다가는 큰 일 납니다.” “저도 아버지께 순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면, 순종할 마음이 싹 달아납니다. 순종은커녕 미움만 쌓입니다.” 인간적으로 공감이 됩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순종해야 할 대상이 온전할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실수와 허물과 죄가 있습니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우리에게 그들을 순종의 대상으로 주셨습니다. 

 

제가 살아보니까 아내가 저를 존중해주고 인정해 줄 때 행복하고 기가 살아나더라구요. 남편의 가장 우선적인 욕구는 부인에게서 인정받는 욕구입니다. 존경받는 것이죠. 남자는 인정받고 존경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며 무시당하고 자존감이 눌릴 때 가장 불행해진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의 권위를 세워 주지 않으면 남편은 어디에서 삶의 기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남편이 행복하지 않는데 그 가정이 천국 같아질 수 있습니까? 가부장적인 질서로 여기실지 몰라도, 아내가 남편을 존중하며 성가정을 세우기 위한 거룩한 동기를 가지고 기도하고 순종하고, 순종하고 기도하며 기다리면, 반드시 남편이 하느님 앞에서 바로 서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쉬운 길입니다. 하느님께서 반드시 역사하십니다. 

 

자녀의 본분도 부모님에게 순종하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으며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님의 사랑은 아무 기대나 바람이 없는 희생적인 사랑입니다. 이 부모의 은혜를 바로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순종하는 것이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이고 효의 출발이고 자녀가 하느님의 복을 받는 길입니다.

 

둘째 기둥 – 사랑입니다. 

교회를 ‘사랑의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가정 역시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천국을 맛보게 됩니다. 교회와 가정 안에서 사랑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종종 가정이나 교회에서 이 사랑을 찾아보기가 힘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사랑을 찾아보기 힘든 단적인 예는 이것입니다. 사랑이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인데, 부부가 또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입니다. 남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다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남편들이 얼마나 힘들게 세상에서 일하는지 모릅니다. 돈 버느라고 얼굴보기 힘든 아빠라도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아빠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작으면 작을수록 행복은 줄어듭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주님의 이름은 ‘임마누엘’입니다. ‘함께 하시는 하느님!’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주님은 성령으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한 영으로 우리 안에 살아계시고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임마누엘이 성취되고자 십자가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한 주의 일정표에 부부의 날과 가족의 날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2~3시간이라도 부부만이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구요 또 하루 저녁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예배드리며 대화하고 함께 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모릅니다. 토요일이나 주일 저녁을 가족의 시간을 지정하여 지키시기를 권면합니다. 사순절 가정기도를 드리신 두 가정을 축복합니다. 

 

순종과 사랑이라는 성경의 가치로 가정이 세워지지 않아, 믿음 대신에 불신으로, 희망 대신에 절망으로, 사랑 대신에 미움으로, 안식 대신에 혼란으로, 평화 대신에 걱정과 근심으로, 가정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면, 주님은 오늘 1독서에서 사도 바울로에게 하신 말씀을 그 가족들에게 하실 것입니다.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우리가 순종과 사랑이라는 기둥으로 성가정을 세워갈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3번이나 이 질문을 합니다. “네가 날 사랑하느냐?” 이 사랑이 있어야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는 성교회를 세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성가정으로 세워가는 영적인 비결도 동일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누구 보다 나를 위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사랑하면, 천국을 경험하며 확장하는 성가정을 세워갈 수 있습니다. 

 

오늘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며 주님을 향한 사랑이 더 깊어지기를 축복합니다. 하여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천국을 경험하고 확장해 가는 성가정을 세워 가시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읽어드립니다. 눈 감고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에페 5:22,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처럼 아내도 모든 일에 자기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에페 6:1, 자녀 된 사람들은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에페 5:25, 남편 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에페 6:4, 어버이들은 자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말고 주님의 정신으로 교육하고 훈계하며 잘 기르십시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