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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복음화의 사명

by 분당교회 2014. 6. 20.

복음화의 사명

한 사람의 유언은 그 사람의 일생을 대변합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하는 것이 유언이니까요. 그래서 유언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떤 가치관과 소망을 안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재산과 권력을 승계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유언의 가치를 오로지 법적인 기준으로만 볼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 사이의 유언이라면 반드시 이생을 바쳐서 이루어야 할 가치와 소망을 담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남기는 유언도 스승의 유언처럼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언을 두 번 하신 분입니다. 첫 번째는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베풀 때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면서 ‘기억하라!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승천하기 직전에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 기독교인들의 사명은 이 두 유언 속에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성찬을 통해서 빵과 포도주를 먹으며 예수께서 주시는 생명을 얻고 나아가 이웃과 빵을 나누는 윤리적 삶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례를 통해 거듭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일입니다. 이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의 절대적인 명령으로서 기독교인이면 의무적인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확장되어 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그 말씀을 남기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그 사명을 제대로 실행하면서 살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사명감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무엇이 돌아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파송되는 사람들입니다. 매주일 세상을 향해 주님의 진리와 생명을 이웃에게 전하러 가는 증인으로 보내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예수 믿고 천당 갑시다!’라고 외치는 것도 무의미하거나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반감을 사게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반면에 진지하게 종교적 진리를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과 갈등을 수반합니다. 더군다나 매주일 교회를 나와야 하고 헌금과 봉사를 해야 하는 희생(?)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는 먼저 자신이 복음화 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복음을 통해서 거듭나고 그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먼저 체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진리의 길이 얼마나 소중한 길인지 먼저 생활 속에서 실현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소위 전도되어 교회에 나오게 되는 이유는 이웃의 생활을 본받고 싶어서, 또는 훌륭한 인격과 행복한 가정을 보고 닮고 싶어서 라고 합니다. 성경의 지식을 전달받거나 교리에 대한 논쟁을 통해 설득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때로는 쉽게 전도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새 신자들 중에 이미 종교적인 갈망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실존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인생의 공허함 때문에 절대자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월주의와 교만함으로 인해 세상에 폭력과 갈등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자신이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복음의 소유가 아니라 내가 먼저 복음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 한 어떤 사람은 평생 아무도 변화시키지 못하자 자기 가족들이라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한 사람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말년에 그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변화되는 것이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겠구나!

사람들은 그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고 변화될 것입니다. 주께서는 그들과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실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15 성 삼위일체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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