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설교685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이 첫 번째 행한 기적은 이라고 전합니다.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들을 불과 몇 개만 전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기적들 중에서도 매우 깊은 의미를 담은 예수님의 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행한 기적이라고 특히 강조한 것을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사건이라고 여겨집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잔치의 기쁨이야말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기뻐하고 흥겨운 축제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특히나 왕의 아들의 잔치에는 모두를 초대하.. 2016. 1. 17. 세례와 정체성 세례와 정체성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에 하나가 아마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질문 역시 인간의 근본적이고도 영원한 숙제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살아도 풀리지 않는 이 질문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령 부모는 부모답게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하든지, 정치인이면 사회지도자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종교인이면 그 종교인으로서 어떤 도덕성과 계율을 지녀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가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야 하고 또 추구해야 할 바람직.. 2016. 1. 10. 별 따라 온 사람들 별 따라 온 사람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을 따라 유다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그리고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에 계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이라서 유다인의 왕을 경배하러 올 까닭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외교적인 행위로 이웃 나라의 사절이라면 모를까요. 그런데 이들이 새로 나신 유다인의 왕을 찾는 것을 보고는 헤로데 왕은 당황했으며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다인들은 새로운 왕의 탄생과 존재를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방인이 하늘의 징조를 알아보고 메시아 탄생을 경배합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그들은 아기 예수께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황금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유향은 거룩하신 분께 드리는 것이며, 몰약은 시신이 .. 2016. 1. 3. 소년 예수 소년 예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너무나 애달파서 장이 토막이 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를 잃은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마도 갑자기 극도의 불안과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일 것 같습니다. 해마다 과월절이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니 그 기간에는 무수히 많은 인파가 예루살렘에 모였을 것입니다. 예수가 12살 때 가족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갔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부모는 집으로 돌아가고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의 부모는 하룻길을 가고 나서야 예수가 보이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가족들과 친척들이 함께 움직이고 마치 난민들이 피난을 가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 2015. 12. 26. [성탄대축일]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루가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의 경위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성탄의 소식을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와서 아기 예수 탄생을 경배한 것과, 요한복음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신학적 해석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아예 예수 탄생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신학적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가는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상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 당시 목자들은 때때로 남의 풀밭에 짐승을 몰고 가서 풀을 뜯게 하거나 자기 주인 몰래 양과 염.. 2015. 12. 25. '낮 꿈'의 노래 ‘낮 꿈’의 노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문자로 기록하고, 꼭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별과 사랑 등 간절한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 그것을 넘어 노래를 합니다. 그래도 그 마음이 다 드러나지 않을 때 노래하면서 춤도 춥니다. 그런데 같은 노래가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는 한 개인의 간절함을 넘어서서 시대와 사회의 염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백 년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전적인 명곡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대중가요 속에서도 시대정신과 역사적인 상황이 담겨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오랫동안 불리어온 성가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아의 노래’(루가 1:46-55)는 마리아가 예수를.. 2015. 12. 20. 신발 끈 풀어 드릴 자격 신발 끈 풀어 드릴 자격 인간(human)이라는 말의 어원은 겸손(humility)라는 말과 같은 흙(humus)에서 왔다고 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첫 사람 아담과 하와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모든 인간은 겸손 할 수밖에 없으며 겸손해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흙은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 동물들, 식물들, 물건들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또 그 위에 살아갑니다. 그러나 한 번도 자기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딛고 살게 할 뿐입니다. 이것이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또 겸손한 사람의 넓은 인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겸손한 삶이란 마치 대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2015. 12. 13. 주님 오시는 길 주님 오시는 길 유대교 랍비이자 철학자인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은 예언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언자는 인간의 마음을 습격하는 자이다. 양심이 끝나는 곳에서 그의 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예언자들은 신앙과 양심이 굳어있고 영혼이 잠들어 있는 시대에 위정자들과 제사장들과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때로는 핍박을 받기도 했고, 백성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고 고통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예언자들이 있었기에 이스라엘은 신앙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신약의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수행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에 나타나 잠들어 있는.. 2015. 12. 6. 깨어 기도하라! 깨어 기도하라! 제주 올레길을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모처럼 먼 길을 날아왔는데 하필이면 이 때 비가 오다니... 역시 사람 일이란 자기의 계획과 바람대로만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인생과 신앙의 행로를 성찰하는 묵언의 발걸음을 통해 하늘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다를 봅니다. 바다 물결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바위와 절벽에 파도가 부서집니다. 그러나 먼 수평선은 미동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대로입니다. 문득 태풍이 불 때나 쓰나미가 몰려올 때도 저 수평선은 변함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질문.. 2015. 11. 29. 감사하는 사람의 복 감사하는 사람의 복 “왕이 있었습니다. 무엇이고 ‘좋다’고 하는 것만 거느릴 수 있고, ‘싫다’고 하면 다 물리칠 수 있는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병한테는 왕도 어쩔 수가 없어 자리에 눕게 되고 말았습니다. 용하다는 도사가 처방을 말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을 찾아내어 그 사람의 속옷을 얻어다 입으면 쾌차할 것입니다.’ 그래서 왕자와 신하들이 방방곡곡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좀 체로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나 불만 한 가지씩은 꼭꼭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외딴 두메에 있는 오두막을 지나가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발을 멈추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일거리가 넉넉하고 배부르니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왕자는 귀가.. 2015. 11. 22.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 종말이라는 말 앞에서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종말을 두려워하는 사람. 말 그대로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그리고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어서 차라리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사람일 것입니다. 지옥과도 같은 아우슈비츠 탄광에서 동물 이하의 핍박을 받는 상태라면, 모진 고문을 받으며 피를 토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종말을 기다릴 것입니다. 반면에 종말을 두려워하거나 아예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이대로가 살만한 사람이며 이대로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일 것입니다. 또는 지은 죄가 많아서 종말과 심판을 두려워할는지 모릅.. 2015. 11. 15. 가난한 여인의 봉헌과 빈자일등 가난한 여인의 봉헌과 빈자일등 가난한 여인의 헌금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감동을 받습니다. 예수께서 헌금 궤 맞은편에 앉아서 사람들이 헌금 궤에 돈을 넣는 것을 바라보고 계셨을 때 부자들은 많은 돈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여인 한 사람은 와서 겨우 렙톤 두 개를 넣었습니다. 그 작은 돈을 헌금 궤에 넣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을까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며 위대한 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돈은 매우 적은 액수이지만 그 여인이 하루 동안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아마도 구걸했을 것입니다. 배고픔을 이기고 생명을 간신히 유지할 돈이었지만 기꺼이 봉헌을 한 것입니다. The Widow's Mite by James Tissot .. 2015. 11. 8.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