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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세례 - 공생애의 시작!

by 분당교회 2019. 1. 14.

2019년 1월 13일 다해 주의세례일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세례 - 공생애의 시작!


성공회는 교회력으로 예배하는 교회입니다. 교회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건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교회력으로 지난 주일은 주의 공현일이었고, 오늘은 주의 세례일입니다. 다음 주일부터 평주일, 연중주일을 지내다가 3월 6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을 지키게 됩니다.


교회력으로 예배드리는 이유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사람으로 오시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배함으로 그분을 따르고 닮아가기 위함입니다. 


주의 공현일부터 주의 세례일까지 30년이 훌쩍 지나왔습니다. 그동안 예수는 어떻게 사셨을까요? 루가복음만이 어린이 예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몸과 지혜가 자라나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나셨고 아버지 요셉의 뒤를 이어 목수(석공)으로 노동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며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한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메시야를 대망하며 살았던 당대 유다인들은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있게 되는 심판을 벗어나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했습니다. 율법 준수를 통해 구원에 이른다는 바리사이파, 성전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평안만을 구한 사두가이파, 속세로부터 떠나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에쎄네파, 그리고 무장봉기로 로마를 몰아내야 한다는 젤롯당 등.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는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 외치며 회개운동을 펼쳤습니다. 마태오복음에는 세례자 요한의 외침을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고 기록합니다.


세례는 이방민족이 유대교로 개종할 때 받던 예식입니다. 성전에서 제사를 드림으로 죄 사함을 받는다고 믿는 유다인들에게 세례를 받으라는 것은 모독이었고 성전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종교체제를 거스르는 혁명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요한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구원은 회개로만 가능하다고 외쳤습니다. 


회개란 이방인처럼 사는 삶(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보이는 것으로만 살아가는 삶)에서 돌이켜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는 삶)입니다. 그래서 회개한 사람은 주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갑니다. 루가 3:8,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 보여라.”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가 요한의 노선을 지지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회개함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약의 예언자들의 외침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선포도 요한과 같이 회개를 선포합니다. 마르 1:14-15,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래아에 오셔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시며 15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하셨다.”



두 번째 예수님은 자신을 죄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한 것입니다.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은 죄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시며 죄인 속에서 죄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운동을 펼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3장 22절이 이러한 예수님의 역할을 알게 해줍니다.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에게 내려오셨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로부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22절의 각주를 보면 시편 2:7, 이사 42:1의 인용이라고 합니다. 예수의 정체를 밝히는 하늘의 음성은 하느님의 아들인 이스라엘 왕의 대관식에 사용되었던 시편 2편 7절(나를 왕으로 세우시며 선포하신 야훼칙령을 들어라. ‘너는 내 아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노라’)과, 하느님의 종을 묘사하는 이사야 42장 1절(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믿어주는 자, 마음에 들어 뽑아 세운 나의 종이다. 그는 나의 영을 받아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주리라.)이 결합된 것입니다. 


이는 예수가 섬기는 왕(Servant King)이면서 통치하는 종(Sovereign Servant)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는 세례를 받음으로서 죄인들 속에서 죄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시는 왕으로 공적인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자신의 신적 권위를 실제적으로 드러내는 공현으로, 이를 공생애라고 합니다. 예수의 세례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왕으로 살아가는 공생애를 시작하신 사건입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하늘의 음성이 들려올 때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봤던 이사야 42장 1절과 연결됩니다.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섬기는 종에게 능력을 줌으로써 그의 일을 하게 하기 위해 성령이 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공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령의 기름부음, 성령의  Empowerment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는 메시야 출사표로 알려진 루가 4장 16절-30절의 말씀에서도 확인입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교회력을 지키는 이유는 예수 생애 주기와 사건 속에 담긴 의미가 우리에게 모범이 되고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교회는 회개하고 세례 받은 하느님 나라 백성들의 모임입니다. 베드로전서 2장 9절에서는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섬기는 왕으로 부름 받았기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그리스도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며 확장해 가는 것이 그 존재이유가 됩니다. 성공회는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선교 공동체로 바로 서도록 선교정신 5Marks를 제시합니다. 


주보 2면에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도록 세움 받은 성공회 분당교회의 2019년 선교 목표가 나와 있습니다. 표어, “우리는 세상의 빛”. 성구, 마태 5:16. “착한 행실”이란 무엇? “의와 공도”를 행하는 삶! 


해가 바뀌어도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의 사명은 선교정신 5Marks를 실천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것입니다. 


하여 먼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경험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는 주님의 말씀이 실제화 되도록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로 성숙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매월 넷째 주일에 또래모임을 정례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하느님의 임재 가득한 감사성찬예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최선을 다해 예배드리는 2019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바로 살아가기 위해서 양육 받아야 합니다. 신자에서 제자로 성숙하는 길은 제자훈련 밖에 없습니다. 


셋째, 십일조로 대표되는 청지기헌금, 나아가 선교와 구제를 위한 공적인 헌금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이것으로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큰 영역은 재정입니다. 아직 성경적인 헌금 생활을 하지 못하고 계신 교우들은 여러분의 영적 성장과 교회의 선교를 위해서 결단하시기를 바랍니다. 



넷째,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고 주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에 참여하고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하느님 나라의 가치로부터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성경적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피조세계까지 주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등 작은 실천을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공동체가 더불어함께 성공회 선교정신을 실천하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것이 세례 받은 우리들이 살아내는 공현, 공생애입니다. 그리고 공생애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성령의 능력입니다. 


오늘 2독서 사도행전을 보면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야 하는 교회가 성령의 능력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성령의 능력을 구하고 받아야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공생애가 가능합니다. 


교회는 성령의 능력으로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선교공동체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성령 하느님을 의지하고 그 능력으로 증인의 삶을 살아가는 2019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9년 새 해, 이렇게 공생애를 살아가는 여러분을 향한 하느님의 마음이 오늘 1독서에 담겨 있습니다. 몇 구절을 읽어드리면서 설교를 마칩니다.


이사야 43:1,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건져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이사야 43:4,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이사야 43:7. 너희는 나의 영광을 빛내려고 창조한 내 백성, 내 손으로 빚어 만든 나의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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