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기억은 감사이고 사랑이다.

by 분당교회 2017. 7. 3.

2017년 7월 2일 연중 13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마태 10:26-33


기억은 감사이고 사랑이다.


어느덧, 7월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한국교회 대부분과 우리 성공회의 많은 교회도 6월 마지막 주일이나 7월 첫 주일, 오늘을 맥추감사절로 지킵니다. 그래서 오늘의 본기도를 우리 기도서에 실린 맥추감사주일 기도문으로 드렸습니다. 다만 분당교회는 지키지 않는 것이 전통이어서 따로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에서 ‘기억’이라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으면 기억하고 그 은혜를 갚는 것이 덕입니다. 그러면 인간관계는 우정으로 깊어지고 삶이 풍요로워 집니다. 기억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입니다. 이렇게 기억은 감사요 사랑입니다.


또 기억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됩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표현이 ‘리멤버 0416’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합니다.’ 그 표어대로 잊지 않고 기억하여, 오늘을 이루었고 미래를 일구어가고 있습니다. 


신앙의 여정에서도 ‘기억’의 역할은 동일합니다. 기억은 신앙생활에 감사, 사랑, 풍요, 발전 등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는 많은 기억의 장치들이 있습니다. 절기, 축일, 상징 등입니다. 어제 7월 초하루예배는 지난 6/29 목요일에 지키게 되어 있는 성바우로와 베드로 축일을 기념하며 예배드렸습니다. 


축일, 절기 등을 지키는 이유는 성인들의 삶이나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 함께 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내 신앙을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감사성찬예배 안에는 가장 탁월한 기억장치로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성찬기도 순서에 있는 제정사에 “기억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 


예수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의 죽음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 서신 로마서의 말씀처럼, ‘죄에 대해서 죽고 하느님에 대해서 살아있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기억입니다.


그래서 기억이 사랑이고 감사입니다. 우리 성공회 예배의 공식명칭이 ‘감사성찬례’인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가 드리는 매주일 예배가 감사의 제사입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쉽게 잊어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에는 감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배가 형식화되고 습관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하신 이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늘 번제, 속죄제, 속건제, 서원제, 소제 등 여러 가지 제사로 하느님께 예배드렸지만, 특별한 절기를 지키도록 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어떤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누가 너희를 창조했는가?” “누가 너희를 구원했는가?” “누가 너희를 인도했는가?” “누가 너희를 보호하는가?” “누가 너희 하느님인가?” 절기를 지키라는 명령에 담겨 있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질문입니다.  


오늘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지키는 맥추절은 구약에 나오는 절기입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유월절, 오순절(맥추절), 수장절(추수절) 등 3개의 감사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중에 맥추절은 첫 열매를 감사예물로 드리는 절기입니다. 

레위 23:10,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일러주어라.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줄 땅으로 들어가서 추수를 하거든 추수한 첫 곡식 단을 사제에게 바쳐라. 

첫 곡식단! 광야에서는 만나만 먹던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와 얻은 첫 소출입니다. 첫 열매를 거둘 때는 참 어려울 때이지 않습니까?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요?  


그런데 하느님은 감사 예물로 드릴 때까지 절대로 소출을 건들지 못하게 하십니다.

레위 23:14, 너희가 이렇게 너희의 하느님에게 예물을 바치는 바로 그 날이 되기 전에는 빵도, 볶은 밀알도, 풋이삭도 먹지 못한다. 이것은 너희가 어디에서 살든지 대대로 길이 지킬 규정이다.


하느님께서 어려울 때 첫 열매를 예물로 드리라고 명령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지닌 믿음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고후 13:5, 여러분은 자기의 믿음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살피고 따져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계십니까? 만일 깨닫지 못하신다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낙제한 것입니다


첫 열매를 드린다는 것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혜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 삶에 하느님이 주인이라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참된 믿음을 확인하시고자 함은 예비하신 축복을 누리게 하시고자 함입니다.

  

출애 34:24, 내가 뭇 백성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너희 지경을 넓혀 주리라. 너희가 한 해에 세 번씩 너희 하느님 야훼 앞에 나타나러 올라와도 그 동안에 너희 땅을 탐내어 엿보는 자가 없으리라. 


‘지경을 넓혀주리라’는 말씀은 ‘너희의 모든 지역, 영역, 경계선, 네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한계를 넘어 더 크게 번창시키겠다.’는 말씀입니다. 흘러 보내며 영향력 있는 삶을 살도록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 축복을 누리는 믿음의 백성이 되게 하시고자 감사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출애 34:23, 모든 남자가 한 해에 세 번씩 이스라엘의 하느님 주 야훼 앞에 나타나야 한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혜임을 알고, 첫 소출을 감사예물로 드림으로 확증하는 참된 믿음만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그릇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십일조 선교구제 등 봉헌에 담긴 영적인 의미입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진정한 감사는 축복을 받는 그릇이 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맥추감사주일이라는 특별 의향으로 예배드리지는 않지만, 하반기 첫 주일예배를 드리는 우리 모두 지난 상반기 동안 언제나 사랑의 손길로 함께 하신 하느님의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드리기 원합니다. 


이 시간 잠시 침묵 가운데, 지난 상반기 동안 함께 하신 하느님 은총을 돌아보며 감사를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침묵)


저도 어제 저녁 성당에 나와 주님 앞에 머무르면서 지난 상반기 동안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세시며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인도하여 주신 여정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물론 가장 큰 감사는 평범하지만 일상의 삶이겠지요. 많은 감사 중에 한 가지를 나누자면, 하느님께서 분당교회 여러분을 만나게 하신 것입니다. 


2월 19일자로 부임하고 사순절 매일 아침 감사성찬예배를 함께 드리고 대심방을 하면서, 성경공부나 찾아가는 수요예배, 이런 저런 만남으로 여러분과 사갸가면서, 여러분이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좋은 분들이신지 알게 됩니다. 


진짜 우리 성공회 신자만이 가지고 있는 순전한 믿음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공동체를 세워 오며 헌신해 오신 여러분을 만나게 하여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은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주 제 인생의 축복된 만남 3가리를 자랑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 아내를 만난 것, 그리고 성공회를 만난 것이 제 인생의 축복이라고. 


그런데 분당교회에 와서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의 만남입니다. 앞으로 더 깊은 우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를 세워가를 원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2017년 하반기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 가운데 한 말씀이 새겨졌습니다. 28절입니다. “그리고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과 육신을 아울러 지옥에 던져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 한 마디로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 1독서 예레미야의 말씀처럼 ‘사람의 심장도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이 계신데도 사람들은 하느님이 없는 듯, 하느님을 무시하며 자기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지난 상반기 여러분 인생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인정하며 두려워하며 경외하는 믿음으로 살아오셨는지요? 


1독서에 나오듯이 ‘하느님은 공정한 감시자’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동기까지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존재들입니다.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존재가 인간의 실존입니다. ‘코람 데오’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영성은 바로 이 의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주권자 되신 하느님께 기쁨으로 예배드리고 주님의 뜻대로 살고자, 기도하고 말씀 묵상하는 것이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의 출발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전심으로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의 뜻을 식별해 가면, 어느덧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 살아가게 됩니다.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 어제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을 생각하면서 떠오른 표어입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지, 무슨 일을 만나든지 ‘주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실까’ 묻지 않겠습니까? 또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지, 그 어떤 피조물이나 사건이라도 ‘주님을 대하듯이’ 살아가지 않겠습니까? 


2017년 하반기 동안 우리 모두, ‘코람 데오! 하느님 앞에 있다는 의식’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게 될 것입니다. 


2017년 하반기 우리 분당교회 표어는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입니다. 

따라해 봅시다.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