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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식

분당교회 성전이전에 관한 보고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1. 5.

a summer story from chung cho on Vimeo.


이 글은 아마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2010년 여름날의 분당교회 성전이전에 관한 짧은 보고서가 될 것이다.

약 6주간의 공사. 현재까지의 공사비 약 3천 8백만원. 가구, 모니터와 컴퓨터, 지상1층의 칸막이 공사 등으로 1천5백여만원 추가 소요예상. 약 70여석의 공간. 기둥을 중심으로 제대와 독서대의 일직선배치. 기도원과 같은 양쪽의 회중석, 몇 개의 십자가. 지하. 오르간. 출입구

루가복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예수님이 빌라도의 앞에 섰을때 빌라도가 묻는다. '당신이 유다인의 왕 예수인가?' 예수님은 '그것은 네 말이다'라고 답한다. 네가 규정하는 것으로 내가 있지 않다라는 의미로 난 이해한다. 기표로서 기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당교회 성전이전을 준비하면서 항상 천주교와 개신교의 '그네들의' 공간 담론에 묻혀, 그것을 굳이 확인하면서 자기를 규정하던 성공회의 모습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성공회적 공간. 그것이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고유한 어떤 것을 담지하고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뭘까? 과정 내내 내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설명 혹은 설득을 뒤로하고도 여전히 회중은 이 낯선 공간에서 흔하게 기대하던 자신만의 종교적인 상징들을 찾으려고 불안하게 애쓴다. 의례적인 허튼 상상을 피하기위해 비워뒀던 공간들이 못내 불안한지, 무언가를 채우려한다. 

다른 건 모르겠다. 성공회 전례를 풍성하게 하는 공간의 역할로서 충분히 기여하길 바란다. 전례를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어떤 것에 기웃하며 향심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례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기둥과 빛으로서 공간과 시선의 긴장과 다양성을 담고, 다시 전례를 넘어 건너편의 사람들과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다다.

아직은 회중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이 안에서 새로운 관계성을 모색할 것이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간구와 진정성을 담고 있는가? 그것이 미끄러지지만 기의에 닿고자 하는, 성공회적인 공간에 대한 이번 사업의 내 작은 기도이자 단상이다.

(Special Thanks to : 아..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딱딱한 글이 되버렸다. 공사내내 지치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부끄럽게도 교인들이 주신 작은 감사패도 받았다. (사실 신자회장님도 같이 받아야 하는데) 한 분이 더 감사패를 받았는데 전임사제셨던 임종호 신부님이시다. 아마도 교인들이 이 공간을 받아들이도록 열린 마음과 가득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채워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분은 전례공간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나눴던 버클리의 주낙현 신부님이시다. 내 마음의 감사패를 드림...^^)  by 조충연 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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