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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신자영접식, 김민정 도미니카

by 분당교회 2019. 10. 20.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는 지난 목요일에 시험을 보고 와서, 지금은 하루하루가 매우 평화롭습니다. 그 날은 마침 저희 부부가 처음 사귀게 된 지 1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여유롭게 둘이서 옛날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15년 전 저희가 처음 사귈 때부터 ‘도대체 종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큰 문제였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가톨릭 안에서 자라 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만난 곳은 IVF 라는 개신교 동아리에서였습니다. IVF에 들어간 이유는 개종을 위해서나 가톨릭에 지쳐서가 아니었고, 친한 친구가 IVF 좋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기독교니까 하고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 정도로 당시의 저는 개신교가 가톨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상처를 입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후 미국에 가서 한인교회를 다니면서 더 심각한 상황에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2014년 교황님 방한 시기와 맞물려 매주 설교를 할 때마다 가톨릭에 대한 혐오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예배를 보고 돌아오는 차에서 매번 남편과 싸우다가, 그게 너무 힘들어 주일마다 한인교회를 간 후에 한인성당을 또 가기도 했습니다. 교인들과, 심지어 목사님과도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가 알게 된 것은 그들이 가톨릭에 대해 뭘 알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미사 중에 성서를 읽는다는 것도, 똑같은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화도 났고,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가 개신교에 나간다면, 그동안 가져왔던 신앙심은 모두 부정당하고, ‘틀린 가톨릭에서 이제야 맞는 개신교에 온 거다’ 라고들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옳게 살려고 노력했었고, 그 동안의 모든 시간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곳에 가기는 싫었습니다.

 

한인교회에서 가톨릭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라고 평화롭지는 않았습니다. 그 해에는 오바마의 동성애 관련 법안에 관련된 동성애 혐오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예전에 여성 인권과 성폭력 피해자에 관련된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메일을 많이 보내 왔습니다. 한편, 성소수자나 동성애자분들도 간혹 메일을 보내 오는 일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소수자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한인교회에서의 시간들이 너무나 힘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이 즈음부터 저는 몇 가지 이슈에 있어서 가톨릭의 입장과 저의 입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에서도 성공회와 마찬가지로 매주 읽어야 하는 성경 구절이 있기에, 이 교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매주 혐오발언만 하는 일은 없었지만, 동성애나 낙태, 여성 사제 인정문제 등에서 저와는 잘 맞지 않는 점이 있었습니다. 성당에서는 ‘복사’ 라고, 미사시간 때 신부님 옆에서 보좌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는데요, 제가 어릴 때 저희 성당에서는 여학생은 복사를 절대 설 수 없어서 억울해서 집에서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집에서는 정치 얘기를 안 해야 한다’는 말처럼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성향이 다른 것을 알고 또 나만 조용히 있으면 부딪힐 일도 많지 않으니 굳이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그런 느낌으로 살짝 피해 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도망쳐 나온 이야기만 했는데요. 어떤 만화에는 ‘도망쳐 나온 곳에 낙원은 있을 수 없는 거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성공회가 저에게 그런 곳이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올해 들어서 그 두려움이 해소된 일이 있어서 그 얘기를 하면서 오늘 나눔을 마치려고 합니다.

올해 초 저는 아프리카에 한달간 의료 봉사를 가면서,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이런 봉사를 가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성공회 뿐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소속의 많은 선교단체가 나가 있고, 봉사를 나가다 보면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어느 종파의 사람들과도 잘 섞여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저희 성공회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저희 가정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성공회 안에서 양쪽 할머니 할아버지의 신앙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저의 성공회 신앙을 이 따뜻한 분당교회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신앙을 키워나가며 함께 좋은 시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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