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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요한신부14

인간의 무게 모든 사람은 심부름꾼입니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우리 각 개인을 보내실 때는 뭔가 뜻이 있으셔서 보내주셨다는 것이지요. ‘아무개, 그대는 세상에 가서 내가 맡긴 일 좀 하고 오시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평생 그 심부름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또 자기가 심부름 하러 세상에 왔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썩어질 것, 사라질 것만 평생 붙들고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하늘나라에 가지고 갈 것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에게 하느님이 맡기신, 부탁하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소위 믿음이 강하다는 것을 하느님을 잘 컨트롤 하는 능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 2017. 1. 23.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어느 교회에 옆집이 술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집 주인이 소문을 듣기로 교회에서 신자들이 술집이 벼락 맞아서 불 타 버리기를 바란다고 열심히 기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진짜 술집이 벼락을 맞아서 불타버렸습니다. 술집 주인이 생각다 못해 교회를 상대로 고소를 했습니다. 재판에서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옆에 있는 교회에서 술집이 벼락 맞아 불타버리라고 기도해서 진짜 벼락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회 측에서는 기도와 벼락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벼락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항의했습니다. 재판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판결을 했습니다. ‘술집 주인은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을 믿었고, 교회는 기도를 믿지 않았다!’ 메시.. 2016. 12. 25.
오시기로 한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오시기로 한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이스라엘은 수 백 년을 나라 없이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예수 시대에는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무죄한 어린 아이들을 잔인하게 학살해도 버젓이 살 수 있는 헤롯의 통치 속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다인들은 예언자들의 가르침대로 메시아가 와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열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모진 박해와 고통 속에서도 그들은 기다림과 희망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때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했습니다. 사람들은 요한에게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 앞에 가서 회개했다는 징표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요한은 의인이었기에 불의한 권력과 맞서 싸웠습니다. 헤롯왕의 부도덕한 비행에 대해서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그.. 2016. 12. 12.
두려워 말라 두려워 말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할까요?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는다면 그것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꽤 많은 해가 지나야 할 텐데 내일 당장 종말을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이라고 비웃음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말이 와서 열매를 얻는 것을 볼 수 없을지라도 지금 내가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종말 앞에서 심한 공포를 느끼며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종말의 그 날이 오면 과연 우리는 어찌 될까요? 많은 재난 영화들이 인류 최후의 날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여줍니다. 급격한 기상 변화로 말미암아 전 세계가.. 2016. 11. 13.
부활에 대한 토론 부활에 대한 토론 추풍낙엽. 가을바람에 마른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의 깊은 맛은 이렇게 낙엽 흩어지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에 태풍이 불어올 때 나무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찢길지언정 잎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시나브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창조의 섭리를 보게 됩니다. 생명체가 모든 수고를 마치고 언젠가는 그 출발의 원점인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법칙을 바라보면서 우리 삶을 출발한 원점을 생각합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나뭇잎처럼 언젠가 돌아갈 본향을 바라보며 오늘의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어떤 열매를 안고 그 나라로 갈 것인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신앙은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문제 앞에 선 인간에게 영생이라.. 2016. 11. 6.
전도자의 사명 전도자의 사명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몇과 과라니 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만,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그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영화 미션에서 원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포르투갈 군대와 맞선 신부들을 설득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파견되었던 주교가 쓴 보고서입니다. 감동적인 오보에 연주로도 유명한 영화 미션에서 그리스도로부터 부름을 받고, 그리스도부터 보내진 사람의 불굴의 사명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18세기 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마존의 오지로 선교사로 파송된 사제 가브리엘은 원주민의 삶 속에 들어가 그들의 평화와 삶의 개선을 위해 헌신합니다. 처음 낯 선 곳에 가까스로 도착한 그는 적대시하는 원주민 앞에서.. 2016. 7. 5.
백인대장의 고백 백인대장의 고백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낫겠나이다.’ 영성체 직전에 하는 이 고백은 놀랍게도 예수님에 대해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 듣기만 한 이방인의 고백입니다. 열심히 예수를 따르는 제자도 신자도 유다인도 아니지만 이 사람의 고백은 모든 신앙인의 가슴에 남아 예수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중요한 순간에 우리의 입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백인대장은 백 명의 병사를 거느린 로마 장교입니다. 그리 높지 않은 직책이겠지만 부하들더러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게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백인대장의 종이 중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백인대장은 유다인의 원로들로 하여금 예수께 종을 살려주게끔 간청을 하게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말을 듣고 백인대장의 집 근처까지 갔습니.. 2016. 5. 30.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이 첫 번째 행한 기적은 이라고 전합니다.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들을 불과 몇 개만 전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기적들 중에서도 매우 깊은 의미를 담은 예수님의 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행한 기적이라고 특히 강조한 것을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사건이라고 여겨집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잔치의 기쁨이야말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기뻐하고 흥겨운 축제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특히나 왕의 아들의 잔치에는 모두를 초대하.. 2016. 1. 17.
[성탄대축일]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루가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의 경위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성탄의 소식을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와서 아기 예수 탄생을 경배한 것과, 요한복음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신학적 해석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아예 예수 탄생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신학적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가는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상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 당시 목자들은 때때로 남의 풀밭에 짐승을 몰고 가서 풀을 뜯게 하거나 자기 주인 몰래 양과 염.. 2015. 12. 25.
깨어 기도하라! 깨어 기도하라! 제주 올레길을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모처럼 먼 길을 날아왔는데 하필이면 이 때 비가 오다니... 역시 사람 일이란 자기의 계획과 바람대로만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인생과 신앙의 행로를 성찰하는 묵언의 발걸음을 통해 하늘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다를 봅니다. 바다 물결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바위와 절벽에 파도가 부서집니다. 그러나 먼 수평선은 미동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대로입니다. 문득 태풍이 불 때나 쓰나미가 몰려올 때도 저 수평선은 변함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질문.. 2015. 11. 29.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예수께서는 사탄이 돌을 빵으로 만들라고 유혹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시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병이어의 기적 속에서는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빵을 나누어 주십니다. 풍족한 잔치가 벌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께서 나누어 주신 음식은 사탄이 유혹한 빵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사탄이 유혹한 것은 물질에 대한 숭배 또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면,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은 사랑과 나눔입니다. 이 빵은 예수님의 ‘말씀’ 그 자체이며 성찬의 풍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하셨듯이 모든 사람들의 잔이 넘치고 기쁨에 충만한 것을 바라고 계셨습니다. 그 충만함과 풍요로움은 사랑과 봉헌으.. 2015. 7. 27.
아주 특별한 배웅 아주 특별한 배웅우리는 지난 한 주간을 애석한 이별의 시간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여 간신히 연명하던 지금식 안드레 교우가 월요일 저녁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더니 끝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하느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올리고 참석자들은 각자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제 이 한 많은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라고...’ 어떤 이는 묵언으로... 어떤 이는 못내 아쉬운 눈물로... 그러다가 함께 보육시설에서 자랐던 친구가 말합니다. ‘다음 세계에서는 좋은 부모 만나서 행복하라고...’ 아마도 그의 인생에서 가장 뼈아팠고 평생을 힘들게 만든 원인이 그 한마디에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성공회 기도서 장례식 기도문에는 ‘주님을 믿는 .. 2015.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