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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by 분당교회 2016. 12. 25.

어느 교회에 옆집이 술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집 주인이 소문을 듣기로 교회에서 신자들이 술집이 벼락 맞아서 불 타 버리기를 바란다고 열심히 기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진짜 술집이 벼락을 맞아서 불타버렸습니다. 술집 주인이 생각다 못해 교회를 상대로 고소를 했습니다. 재판에서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옆에 있는 교회에서 술집이 벼락 맞아 불타버리라고 기도해서 진짜 벼락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회 측에서는 기도와 벼락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벼락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항의했습니다. 재판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판결을 했습니다. ‘술집 주인은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을 믿었고, 교회는 기도를 믿지 않았다!’


메시아가 탄생할 것이라고 하는 것을 예수님 당시 주류 종교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은 천사들이 알리는 소리를 믿었습니다. 유다인들과 관련이 없는 동방 박사들도 믿었습니다. 그래서 별 따라 와서 마구간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을 경배했습니다. 심지어는 헤로데 왕도 믿었습니다. 믿었기 때문에 동방 박사들의 말을 듣고 아기들을 학살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메시아 탄생을 믿지 않았습니다. 고향 사람들도 믿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이 믿지 않았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 탄생 사건에 대한 기록보다는 예수 탄생의 신학적인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진리입니다. 영원무궁하고 만물의 근원이 되는 진리가 육신이 되어서 우리 현실 속에 들어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육신이 된 말씀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고, 고통 받고 슬퍼하는 사람들 곁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정의로운 손으로 하느님의 의를 세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진리는 항상 역동적인 삶의 상황 속에서 증거 되었습니다. 어떤 현학적인 이론과 사상적 체계를 서술하고 그것을 암송하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역사적인 삶의 정황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왔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서 하느님의 뜻이 성취되어가는 과정을 성서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 있는 세상에 빛이 와서 세상이 밝아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말씀이 참 빛이고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고 하는 명백한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빛이 왔는데 여전히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이지 않고 믿지 않으니까 여전히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사랑을 주어도 자녀가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자녀는 사랑 속에서 사는 게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부모의 기능과 역할로서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겠지요. 선물을 주어도 감사함으로 받지 않으면 그것은 선물이 아닙니다. 그냥 공짜로 생긴 물건이겠지요. 아무리 사랑 속에 있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가 닫혀져 있으면 그 사랑은 소용이 없게 됩니다. 빛이 세상에 들어왔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동굴의 우상에 사로잡혀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어둠 속에 살면서 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죄 속에서 사는 것은 진리의 빛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둠이라는 것은 원래 없는 것입니다. 빛이 없는 상태가 바로 어둠입니다. 밤이 되면 어둡지 않습니까? 지구의 자전에 의해서 태양의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어둡게 됩니다. 다시 자전에 의해서 태양 쪽으로 돌면 세상이 환해지는 것이지요. 겨울이 되면 춥지 않습니까? 그런데 추위도 원래는 없는 것입니다. 단지 열이 없는 상태이지요. 지구가 공전에 의해서 태양과 약간 멀어지면 겨울이 됩니다. 지구보다 조금 먼 행성들이 얼마나 춥습니까? 그리고 가까운 행성은 마찬가지로 뜨겁습니다. 추운 것은 열이 없는 상태입니다.


죄는 어떨까요? 선과 진리가 없는 상태가 죄입니다. 무신론자들이 말하는 대로 하느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하느님은 항상 계시는데 하느님 없이 사는 것이 바로 죄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온 세상이 축제를 벌이는 것은 바로 이렇게 우리가 어둠 속에 살지 않고 빛 속에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는 하느님 사랑 속에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다운 축복이라는 것이지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진리가 올 한 해 우리나라를 밝히는 명제가 되었습니다. 그 빛은 진리와 정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소망 속에 타오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 25,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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