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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요셉의 꿈

by 분당교회 2016. 12. 18.

요셉의 꿈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오고 계시는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그 어떤 한 곳에 머물러 계셔서 우리가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하느님이 아니신가 봅니다. 또는 다른 세상에 계셔서 늘 우리를 감시하고 심판하시는 하느님이 아니고 언제나 이 세상 속으로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항상 당신의 뜻이 있으실 때 찾아오셨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야곱에게, 요셉 그리고 모세와 예언자들에게 꿈속에서 나타나셔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주셨습니다.


예수께서 탄생하신 사건은 그 절정을 보여주셨습니다. 환상이나 천사들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말씀하신 것을 넘어서서 인간의 육신으로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지금’, ‘여기에서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게 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를 바라보고, 그를 만나면서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하느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요셉의 꿈, 렘브란트


예수 탄생은 가장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요셉은 목수가 직업이었고 시골에서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며 근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법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한 것을 보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기 책임과 할 일을 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혼해서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잉태한 것을 알았는데 요셉은 그 일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일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마리아를 정죄했더라면 마리아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마도 약자인 마리아에 대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배려였다고 보여 집니다. 약혼녀가 결혼하기도 전에 자기도 모르게 임신을 했을 때 의심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인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요셉은 매우 침착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했고 그 아들이 세상을 구원하실 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요셉은 그 천사의 말대로 마리아와 결혼을 했고 아들을 낳게 했으며 그 이름을 예수라 지었습니다.


요셉은 신실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꿈에 나타난 계시를 의심하지 않고 믿었습니다. 어떤 고민을 했거나 갈등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그가 법대로사는 사람이라 율법의 현실과 배치되는 꿈속의 계시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율법을 어긴 임신에 대해서 거부한다거나 갈등하지 않았습니다. 율법보다는 하느님의 음성에 더 귀를 기울인 것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그 뜻에 순종했습니다.


소위 법대로라는 말이 때로는 무의미하게 들릴 때도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 법이 있기에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만 가지고 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세상에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사악하고 영리하게 부당한 이익과 권세를 취하고 약자들을 괴롭히는 경우를 수없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법대로 산다는 것이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사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보듯이 길거리에서 사람이 반쯤 죽어가고 있는데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슬그머니 피해 갔습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사랑의 계명을 지킨 사람은 오히려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자 그 법 때문에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은 그 법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계시를 믿었습니다. 매우 우둔한 일일 수도 있고 엄청난 손해를 보는 일일 수도 있지만 단지 하느님의 계시였기에, 그리고 예언서에 기록되어 있는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이를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말씀대로 이루어지도록 자신의 삶을 바친 것입니다.


인간의 꿈을 무의식 속에 나타난 메시지로 해석하는 심리학자도 있습니다만 요셉의 꿈은 인류의 꿈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간절하고 영원한 꿈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역사가 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만큼 큰 꿈이 어디 있을까요?


하느님은 가장 평범한 사람의 육신과 꿈을 통해서 가장 비범한 역사를 만드셨습니다. 요셉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계획할 수도 없었던 하느님의 사건이 그를 필요로 했을 때 기꺼이 순종했습니다. 어쩌면 이 순종이야말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일 것입니다. 인간은 기적을 창조할 수는 없지만 꿈을 꿀 수는 있으며, 그 기적을 받아들이므로 하느님의 사건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성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셉과 마리아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 18,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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