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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

by 분당교회 2015. 7. 27.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

예수께서는 사탄이 돌을 빵으로 만들라고 유혹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시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병이어의 기적 속에서는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빵을 나누어 주십니다. 풍족한 잔치가 벌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께서 나누어 주신 음식은 사탄이 유혹한 빵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사탄이 유혹한 것은 물질에 대한 숭배 또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면,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은 사랑과 나눔입니다. 이 빵은 예수님의 ‘말씀’ 그 자체이며 성찬의 풍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하셨듯이 모든 사람들의 잔이 넘치고 기쁨에 충만한 것을 바라고 계셨습니다. 그 충만함과 풍요로움은 사랑과 봉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물질의 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께서 수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먹일 방법을 찾자 제자 필립보는 이 엄청난 군중을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온다고 해도 모자란다고 푸념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경제논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물질의 양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소위 ‘낙수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많이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 재물이 넘쳐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향상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고, 못 가진 자는 더욱 궁핍하게 됩니다. 풍요는 단지 물질의 양으로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사랑의 정신으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필립보처럼 군중을 먹이기를 포기해버리기 십상입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빵에 감사드릴 때 하느님께서는 그 빵을 축복하시고 나누어 먹을 때 모든 사람들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되는 원리를 잃어버릴 때 궁핍의 불행은 반복됩니다.

어떤 어린아이 하나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았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어린이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 수는 없지만, 수 천 명의 군중에 비할 때 그 음식은 터무니없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예수님께 바쳐지고 예수께서는 그것을 축복하여 나누어 주었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인간의 나눔의 정신과 그리스도의 사랑이 결합했을 때 일어나는 기적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Lamberd Rombard)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서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게임 하나를 제안했습니다. 나무 옆에 다가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 리가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입안 가득히 과일을 베어 물고서 키득거리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인류학자는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라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우분트(UBUNTU)’라는 말이 합창을 하듯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우분트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우분트’는 오늘 우리 한국 사회에 절실한 단어인지 모릅니다. 어디를 가나 일등 아니면 최고를 따지는 경쟁의 정글에서 모든 사람들이 고단하고 궁핍하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 바로 ‘우분트’일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사랑과 나눔이 이루어낸 기적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나 한 빵을 나누며 한 몸을 이루는’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성찬례는 우리의 현실로 나타나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며 하늘의 잔치입니다. 그 잔치의 풍요로움은 작지만 귀하게 바쳐지는 정성으로 비롯됩니다.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만나 풍요와 행복이 넘쳐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께로부터 빵을 얻어먹은 사람들은 그 빵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랑과 나눔이 아닌 물질로서의 빵만 먹었기에 군중들은 예수를 왕으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사탄이 광야에서 유혹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수께서 빵을 잔뜩 쌓아놓고 평생토록 빵을 배불리 먹이실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먹이신 것은 마지막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며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이를 받아먹는 우리는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을 받는 것입니다. 그 생명으로 사는 사람은 세상의 유혹과 집착과 죄를 멀리 하는 사람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6일 연중 17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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