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기적의 뜻

by 분당교회 2015. 8. 3.

기적의 뜻


<오세영 시, ‘우리’>

“항상 앞만 바라보지 말아요.
가끔은 뒤돌아 볼 줄도 아세요.
때로는 기쁜 날도
때로는 슬픈 날도 있었지만
거기 우리가 있잖아요.

항상 밖을 쳐다보지만 말아요.
가끔은 안을 들여다 볼 줄도 아세요.
때로는 고운 날도
때로는 미운 날도 있었지만
거기 우리가 있잖아요.

인생, 인생이란 그런 것 
가을 날 단풍이 곱게 지듯
우리도 언제나 한 번은 떠나는 것
오, 떠나는 것
이제 우리 늘 푸른 잎 새처럼 살아요.
잎 새처럼, 잎 새처럼”  


폭염의 열기에 지상에 머물던 습기는 증기가 되어 온통 땀을 흘리게 만들고 사람들은 휴가를 떠나는 계절입니다. 정작 세상의 열기를 피해 떠나지만, 다시 절박하게 아까운 시간 동안 놀이와 재미의 열기로 더 피곤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듯 싶습니다. 도시의 번잡스러움과 가스, 사람들의 눈과 입에서 나오는 공해까지 우리의 정신과 육신을 지치게 만드는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항상 분주하게 사는, 아니 분주해야만 사람답게 사는 것처럼 여겨지는 삶이 우리의 영혼을 더욱 곤고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일이 끝나면 저 일이 시작되고, 이 걱정이 사라지면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오는 사이에 뒤돌아 볼 줄도 모르고 안을 들여다 볼 기회를 잃고 살아갑니다.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거나, 아니면 그러면 인생이 고달프다는 것을 강요하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휴식은 나를 돌이켜 보고 ‘가을 날 단풍이 곱게 지듯 언젠가 한 번은 떠나는 인생’을 늘 푸른 잎 새처럼 사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오묘함을 깨닫게 되고, 그 오묘함을 지휘하며 조화를 이루는 그 어떤 분의 놀라운 섭리를 느낄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 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순간 한 순간이 가슴 벅찬 기적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늘 졸졸 쫓아다니면서 시련과 영광을 함께 하신다는 사랑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신앙의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생명을 주셨고, 가족과 친구들을 보내주셨고, 사랑 속에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하느님과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 믿음을 가지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없던 능력도 생기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그것보다도 더 깊은 하느님의 사랑과 나를 향한 뜻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신앙의 참 의미를 알게 됩니다. 이것이야 말로 기적이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에게서 빵을 얻어먹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쉴 틈 없이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고서는 ‘기적의 뜻’을 모르고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라 했습니다. 육신을 배불리게 하는 빵을 찾는 것은 세속의 욕심이지 하느님 나라가 아닙니다. 예수께서 먹이신 빵은 영원한 생명, 하늘의 양식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우리와 가장 깊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며, 생명을 나누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그 사랑과 생명의 양식을 받아먹고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다만 그 축복은 기적의 참 뜻을 아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겠지요.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2일 연중 18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큰 지혜  (0) 2015.08.17
하늘에서 내려온 빵  (0) 2015.08.10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  (0) 2015.07.27
예수님의 측은지심  (0) 2015.07.20
의인의 죽음  (0) 2015.07.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