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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가장 큰 지혜

by 분당교회 2015. 8. 17.

가장 큰 지혜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으로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가 내린 명 판결들은 어린이들의 동화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여인 둘이 아이 하나를 가지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할 때 솔로몬은 칼 하나를 가져오라고 해서 아이를 반으로 쪼개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이 때 한 여인이 ‘임금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수시고 아이를 죽이지만 마십시오.’라고 합니다. 다른 여인은 ‘어차피 내 아이도 네 아이도 아니니 나누어갖자.’고 합니다. 솔로몬은 그 아이의 어머니는 처음 여자임을 밝혀냅니다. 이 판결이 온 나라에 알려지고 정의로운 재판관으로서 왕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열왕상 3:16-28) 또한 그의 명성은 이방 나라에 까지 알려져서 모든 민족들로부터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이 지혜의 왕으로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의 청원 때문입니다. 아버지 다윗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솔로몬은 일천 번제를 드립니다. 그리고 꿈에 하느님께서 나타나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하고 묻습니다. 이에 솔로몬은 ‘소인에게 명석한 머리를 주시어 당신의 백성을 다스릴 수 있고 흑백을 잘 가려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솔로몬을 기특하게 여깁니다. ‘네가 장수나 부귀나 원수 갚는 것을 청하지 아니하고 이렇게 옳은 것을 가려내는 머리를 달라고 하니 네 말대로 해주리라.’ 강한 힘이나 재산을 탐하거나 또는 사사로운 증오에 의하지 않고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시시비비를 올바로 가는 것은 지도자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가 지혜롭지 못하면서 완고하거나 탐욕스러우면 백성들은 도탄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솔로몬이 처음 구한 지혜는 똑똑해져서 뽐내거나 남보다 우월하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백성들의 삶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지혜를 또한 인간에게 구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구한 것이었다는 것 역시 지혜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은 말합니다.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한 이를 깊이 아는 것이 슬기다.’

흔히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할 때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얻게 되기를 원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이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로몬의 지혜를 구한다면 그것은 번지수가 다른 것입니다. 만일 아이들이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닮아 세계와 삶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하게 되고 선과 악을 구분하며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알게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똑똑해서 권세를 누릴 경우 힘없는 백성들은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은 악의 길을 가지 않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한다 해도 본인의 잘못된 점을 성찰합니다. 부귀와 권세가 없다 하더라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지혜가 있다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물가에 심어진 나무와 같이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 철 따라 열매를 맺습니다.’(시편 1편)

솔로몬은 명 판결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통찰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윗 왕은 전쟁에 나아가 연전연승 했습니다. 그런 다윗 왕이 금세공하는 장인을 불러 반지를 만들게 합니다. 그리고 당부하기를 자신이 승리하고 성공할 때 교만해지거나 나태해지지 않고, 실패할 때 좌절하지 않도록 경구 한마디를 써넣으라고 했습니다. 이 명령을 들은 장인은 며칠 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고심에 고심을 더한 끝에 왕자인 솔로몬을 찾아 가서 경구로 무엇을 써넣을까를 묻습니다. 이에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써넣으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암담한 시련의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경구로 잘 알려졌습니다. 또한 성공한 사람들이 교만해지는 것을 경고하는 말로도 쓰여 지고 있습니다.

전도서에서도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되다!’라며 인생이 무상한 것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로지 하느님의 지혜를 구하는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솔로몬도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음 구했던 하느님의 지혜를 잃었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왕국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점차 초심을 잃고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걷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하고 반대자들에게 폭압 정치를 휘두르면서 원망을 샀습니다. 그 결과 솔로몬이 죽자 왕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지혜가 백성들로부터 오는 것임을 잊었던 모양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16일 연중20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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