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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예수를 떠난 사람들

by 분당교회 2015. 8. 24.

예수를 떠난 사람들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았다.’(요한6:66)

예수께서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를 끈질기고 귀찮게 쫓아다녔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이 먹은 빵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라고, 예수 자신이 그 빵이며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 빵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 간 그런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양식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 여럿이서 이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하며 수근 거립니다. 

이들에게 말씀이 어려운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자기들의 관심과 다른 말씀을 하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심사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반면에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일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해하게 마련입니다. 가령 증권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경제동향과 기업의 재무제표 등등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반면에 조금이라도 투자한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온통 관심은 거기에 가 있고 온갖 설명을 다 이해합니다. 요즘 대학 입시가 매우 복잡한데 집안에 수험생이 없는 경우는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이해관계도 없고 관심이 없으니까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들어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과의 소통문제는 전적으로 입장과 관심이 서로 어디에 가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동병상련이라고,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공감대가 금방 형성됩니다. 환자들끼리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쉽게 공감하고 서로 이해합니다. 서로의 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서 있는 자리, 즉 입장이 같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입장과 관심이 다르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요즘 회자되는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인 젊은 경영인은 서민들의 입장과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평생 갑질만 하며 살았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지배하는 대상이고 쾌락의 도구입니다. 세상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과 모멸감을 안겨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과 인간애와 양심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말씀이 어렵다고 한 것은 자기들 입장과 관심사를 한참 벗어난 말씀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들을 보고 ‘내 말이 귀에 거슬리느냐?’라고 하십니다.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귀에 거슬리고 못마땅한 것입니다. 그들은 육적인 빵을 많이 먹고 편안하게 사는 게 목적인데 예수께서는 영적인 양식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관심사가 될 수가 없습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에게 예술혼을 이야기 하고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 귀에 거슬리겠지요. 자연히 자리를 슬금슬금 떠납니다. 제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다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비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좋다고 따라다니다가 자기를 버리고 떠나버린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얼마나 허탈할까... 예수님의 마음을 한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떠난 이들의 그림자를 잡으려 하지 않으십니다. 뒤 돌아서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떠난 자들에 비해 남은 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영리하지 못해서? 또는 믿음이 굳건해서? 예수님께 발목 잡혀서?

많은 사람들 틈에서 같이 따라다니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다들 떠나버리는데 남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지간한 소신과 사명감이 없으면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남들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좁은 문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일면 선택과 결단인지도 모릅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거나 어리석다고 해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힘은 확고한 신념과 영적인 각성입니다.

베드로는 대답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시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확고한 신념에 찬 대답입니다. 예수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 그 무엇을 찾을 것이 또 있을까요? 신앙의 반석은 바로 이 베드로의 고백과 믿음입니다. 떠난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 사이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23일 연중21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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