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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신부169

그 분이 너를 부르신다. 그 분이 너를 부르신다 헬렌 켈러는 어릴 때 열병을 앓아서 눈도 멀고, 말을 할 수도, 또 들을 수도 없는 심한 장애를 입었습니다. 그가 쓴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은 20세기 초에 경제대공황의 후유증으로 심한 좌절을 겪던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내면적인 천성까지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다. 오후가 되면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하면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보고 싶다. 그리고는 .. 2015. 10. 25.
승리가 아니라 섬김 승리가 아니라 섬김 10년 전에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한국을 떠난 백발의 두 수녀가 있었습니다. 1962년 20대의 나이로 한국에 온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두 수녀는 소록도에서 43년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아왔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한센병은 천형의 병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소록도에 강제 수용된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전염을 우려해서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격리했고 한 달에 한 번 씩 거리를 두고 멀리서 면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바람을 등지고 부모는 바람을 안고 면회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는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이들의 상처를 씻어주고 고름을 닦아주었습니다. 수 천 통의 편지를 보내면서 세계에 구호.. 2015. 10. 18.
부자 청년 부자 청년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생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2015. 10. 11.
하느님이 맺어주신 짝 하느님이 맺어주신 짝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행복을 유보하고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진 노력을 해야만 하고 행복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들은 보다 좋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행복을 유보해야 하고, 청소년들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꿈과 삶을 몰아넣습니다. 행복을 대학진학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꿈꾸던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합니다. 비로소 안정된 직장에 간들 더욱 냉정한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합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해도 끝없이 행복을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은퇴하고 난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로 노후 생활을 걱정하면서 오늘을 행복하.. 2015. 10. 4.
귀향 귀향 많은 사람들이 귀향길에 오릅니다. 명절만 되면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고 선물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들은 분주하게 이 길 저 길을 다닙니다. 뉴스 화면에서는 선물 보따리를 들고 늙으신 부모님을 찾는 행복한 모습을 거듭 보여줍니다만, 이 시대의 명절은 그다지 유쾌하거나 따듯하다는 느낌이 적어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에 가려진 뒤편에는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삼포 세대라 이름 지어진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어르신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직은 언제 하니?’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 ‘아이는 언제 나으려고 그러느냐?’ 어른들은 당연히 걱정이 되어서 하는 질문이지만 듣는.. 2015. 9. 29.
낮으나 깊은 마음 낮으나 깊은 마음시인 도종환은 ‘깊은 물’이라는 시에서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라고 묻습니다. 강물엔 나룻배를 띄우고 바다엔 고깃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개울엔 종이배를 띄우고 큰 바다엔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내보냅니다. 사람들은 물을 보고 그 물에 뜰 수 있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압니다. 물의 처지에서 보면 그 물이 품을 수 있는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라고 말합니다.과연 우리 가슴에는 종이배 하나라도 뜰 수 있는 깊이와 여유를 지니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마음의 깊이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서 시냇물커녕 메마른 돌밭이나 사막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볼 문제입니다... 2015. 9. 18.
베드로 베드로베드로는 매우 독특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여러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부였던 그는 밤새 고기잡이에 허탕치고 난 아침에 예수께서 호수 가운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했을 때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주님이 그러라고 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고기잡이에 다시 나가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면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과연 저 분은 누구신가? 대대로 내려오는 고기잡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전문가인 자신의 상상과 노하우를 무참하게 만들고 상상할 수 없는 수확을 얻게 하는 저분이 도대체 누구신가를 생각하면서 절대자 앞에서나 느끼는 그 두려움을 경험했습니다. 이어서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을 때 가족도 그물도 배도 버리고 떠납니.. 2015. 9. 14.
이방인 이방인이방인(異邦人).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다른 나라 사람, 또는 다른 지역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방인에 대해서 우리는 단순히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라고 해야 더 그 뜻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서 다르기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이나 사회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까지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성서에서 이방인의 존재는 특별합니다. 아마도 유다인들의 순혈주의와 율법 때문에 더욱 이방인은 경멸과 천시 또는 경원의 대상으로 존재합니다. 예수님마저도 한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들으시면서 ‘강아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시로 페니키아 여인이 자신의 어린 딸이 마귀가 들렸으니 제발 쫓아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 2015. 9. 7.
안에서 나오는 것 안에서 나오는 것어느 유명한 대학에 목발을 짚고 다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로 고통을 당해왔지만 그 학생은 아주 쾌활하며 동시에 낙관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해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동료 친구들로부터 존경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소아마비인데도 어떻게 이토록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치게 사는지 그 비밀을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러자 그는 ‘별 것 아니라구. 소아마비가 내 마음까지 파고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이 학생의 마음은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은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장애로 인해서 마음의 병까지 드는 경우 세상을 원망하고 남들과.. 2015. 8. 30.
예수를 떠난 사람들 예수를 떠난 사람들‘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았다.’(요한6:66)예수께서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를 끈질기고 귀찮게 쫓아다녔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이 먹은 빵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라고, 예수 자신이 그 빵이며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 빵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 간 그런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양식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 여럿이서 이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하며 수근 거립.. 2015. 8. 24.
가장 큰 지혜 가장 큰 지혜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으로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가 내린 명 판결들은 어린이들의 동화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여인 둘이 아이 하나를 가지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할 때 솔로몬은 칼 하나를 가져오라고 해서 아이를 반으로 쪼개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이 때 한 여인이 ‘임금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수시고 아이를 죽이지만 마십시오.’라고 합니다. 다른 여인은 ‘어차피 내 아이도 네 아이도 아니니 나누어갖자.’고 합니다. 솔로몬은 그 아이의 어머니는 처음 여자임을 밝혀냅니다. 이 판결이 온 나라에 알려지고 정의로운 재판관으로서 왕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열왕상 3:16-28) 또한 그의 명성은 이방 나라에 까지 알려져서 모든 민족들로부터 솔로몬의 지혜를 들.. 2015. 8. 17.
하늘에서 내려온 빵 하늘에서 내려온 빵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어린 조카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다 못해 빵을 훔치다가 걸려 5년 동안이나 징역을 살게 됩니다. 탈옥을 거듭 실패하면서 무려 19년이나 감옥 생활을 하고 세상에 나왔지만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니, 가는 곳마다 범죄자를 들여놓을 수 없다고 하면서 배척했으므로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었고 지친 몸을 이끌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미리엘 주교의 사택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미리엘 주교는 그를 반겨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평소에 매우 검소하게 생활하는 주교는 적은 음식을 나누어 그에게 줍니다. 아마도 장발장은 감옥 이전에도 굶주림에 시달린 그였기에 식탁에 앉아 편안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감옥의.. 2015.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