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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베드로

by 분당교회 2015. 9. 14.

베드로

베드로는 매우 독특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여러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부였던 그는 밤새 고기잡이에 허탕치고 난 아침에 예수께서 호수 가운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했을 때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주님이 그러라고 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고기잡이에 다시 나가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면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과연 저 분은 누구신가? 대대로 내려오는 고기잡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전문가인 자신의 상상과 노하우를 무참하게 만들고 상상할 수 없는 수확을 얻게 하는 저분이 도대체 누구신가를 생각하면서 절대자 앞에서나 느끼는 그 두려움을 경험했습니다. 이어서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을 때 가족도 그물도 배도 버리고 떠납니다. 

베드로는 충성스러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베드로는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단정 지어서 말합니다. 함부로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구세주이시라고 발설하는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질 수 있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임을 생각해볼 때 베드로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음이 분명하고 예수를 위해서 충성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던 것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수난을 당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예수를 붙들고 펄쩍 뛰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하면서 꾸짖으셨습니다. 사탄이라니요... 아주 심한 꾸지람입니다. 

이것이 베드로의 성격이며 한계이자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충성스럽지만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형입니다.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베드로는 초막을 짓고 엘리야와 모세와 예수님을 모시면 좋겠다고 합니다. 역시 인간적인 생각이었으나 충성스러운 모습입니다. 

베드로가 갈팡질팡하고 번민하는 인간형이라는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에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할 때 절정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서 그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베드로의 인간적인 면모는 십자가 앞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으나 고기잡이나 해야겠다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밤새 고기잡이에 나섰으나 허탕을 쳤고 해변에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옷이 젖는 것에 상관없이 정신없이 예수 곁으로 달려갑니다. 다시 충성스러운 모습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하면서 묻습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묻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이런 태도에 자기를 의심하는 줄 알고, 또는 자기에 대해서 실망이 크셨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슬퍼합니다.

베드로의 이런 성격은 이후에 사도행전에서도 부각이 됩니다. 성경 강림 사건으로 크게 변했던 그는 담대하게 군중들 앞에서 설교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게 했습니다. 스테파노의 순교를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선교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방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에 이방인들에 대해 적대감을 갖는 서슬 퍼런 유다인들이 들이닥치자 식사를 하다말고 슬그머니 나가버립니다. 인간적인 내면의 갈등과 두려움은 또 다시 베드로의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교회의 반석이라 일컬어지는 베드로는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갈등했고 번민했습니다. 때로는 예수를 배신하기도 했고 다시 충성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면모와 성품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나약한 인간이기에 십자가 앞에서 두려워하고 가급적이면 영광의 길을 가고 싶어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는 ‘나는 별수 없는 사람이야’ ‘저런 일은 하는 사람이 따로 있겠지.’ ‘그래도 마음만은 충성을 다하지 않나?’.... 이런 식의 생각으로 십자가 앞에서 주저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약한 베드로, 배신한 베드로, 도망친 베드로를 끝까지 찾아 ‘내 양들’을 부탁합니다. 세상에서 무엇을 성취했느냐, 얼마나 큰 성과를 얻었고, 불굴의 의지로 뜻을 관철했는가를 보기 이전에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진정으로 바라신 것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고유의 십자가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다른 인간적인 목적을 위해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를 버리고’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베드로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신앙인의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3일 연중 24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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