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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진리의 영

by 푸드라이터 2013. 5. 27.


진리의 영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26일 성삼위일체주일 설교 말씀)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세계와 하느님의 존재를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속된 생활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이 성스러운 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주를 탐색하고 생명의 신비의 끝을 탐구한다는 첨단의 과학이나 철학적 사유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신학자가 있었지만 그 ‘신존재증명’을 안다고 해서 신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이 성서의 진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과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까지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극단적으로 문자적으로 믿거나 아니면 완전 부정을 하거나 하는 갈림길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사실 신앙인들이라고 해서 과학적 탐구의 결과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세상의 전부를 알려준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과학이 밝혀내는 사실들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우리 생활의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가령 ‘무엇이 우리 인생에서 소중하고 무엇이 천한 것인가?’, ‘무엇이 선하고 정의로운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 있고 가치 있게 사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과학이 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러나 단 한 번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오직 신앙적으로 묻고 답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과 양심, 삶의 의미, 죄의 용서와 회개, 슬프고 허무한 마음을 위로하는 문제 등은 분명히 신앙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사람은 이 신앙적인 힘없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안드레이 류블레프(1370-1430) 수도사의 성삼위일체 이콘)


우리는 하느님의 영의 도움으로 이 세상이 눈에 보이는 땅의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고 또 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높고 거룩한 보좌에 앉아서 밑에 있는 인간 세상을 관찰하시고 나중에 재판정에서 선과 악의 정량적인 계량으로 심판만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친히 이 세상에 내려오셔서 고난 받는 인간과 피조물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시며 거룩하게 변화시키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오고 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하느님 나라의 존재를 확신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전적으로 하느님의 영이 우리에게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했던 베드로도 그 사실을 머리로 뿐만 아니라 전존재로 이해하기까지는 성령의 임재가 필요했습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우리와 같은 구약성경을 정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지 않습니다. 유대교의 입장에서 볼 때 율법에 대한 믿음을 거역한 예수님은 반역자라고 할 수 있고, 충실한 순교자이거나 능력 있는 ‘선생’ 쯤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 예수님은 당시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초대교회에서 성령을 받은 사도들과 신자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기 시작하였고, 오늘날에도 그 역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음을 고백하는 ‘성 삼위일체’ 주일입니다.

초대교회에서 예수님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신의 그림자나 환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순수한 인간’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격렬한 논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니케아 공의회에서 삼위일체 교리를 확정지었고 다른 주장들은 배척하게 되었습니다.

삼위일체라는 아리송하고 신비로운 교리는 하느님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며 활동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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