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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진정한 승리자

by 푸드라이터 2013. 5. 13.


진정한 승리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2일 승천후주일 설교 말씀)


‘귀천’(歸天)이라는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평생을 욕심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나 혹은 친구들이 집어주는 단돈 몇 푼만으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자식도, 돈도 없었습니다. 과거에 동백림 사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문을 받아 심신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수개월 동안 시립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나 “좋다! 참 좋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했다고 합니다.


생전의 천상병 시인 (출처 : 도서출판 답게)


歸天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그는 돌아갈 곳이 분명했습니다. 그에게 이 세상은 소풍이며, 그 아름답고 꿈같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하늘이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자신이 하늘에 속한 사람으로서 땅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비참한 고난의 세월을 살면서도 “좋다! 참 좋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승의 삶에서 소유와 소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탄과 울부짖음과 저주의 입술을 깨물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을 오히려 그는 가슴 설레는 ‘소풍’처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승리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하늘에 속한 사람이라는 확신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고통 받고 소외받고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갖고, 이 세상을 이기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의 공동체, 그의 지체가 되기만 하면 이미 하늘나라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승천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영원한 만남입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영접한 우리 신앙인들은 하늘나라에 속해 있으면서 이 세상을 소풍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죄와 죽음은 모든 인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궁극적인 한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와 죽음의 권세가 지배하는 세상에 내려오셔서 그 권세를 물리치심으로서 하늘나라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받는 것은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덕을 쌓아서 죄를 삭감해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용서하심으로, 은총으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우리와 함께 계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로서 승리하실 때 우리는 그 승리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기 전에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내가 주 안에서, 주가 내 안에서 살아계실 때 우리는 천국을 경험하게 됩니다. 비록 이 세상이 인정하지 않고, 세상에서 버림을 받아도 내가 속해 있는 곳이 천국이고 그 나라의 영광을 누리게 될 때, 우리는 세상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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