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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사랑의 거듭남

by 푸드라이터 2013. 5. 6.

사랑의 거듭남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5일 부활 6주일 설교 말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많은 선물 종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나 부모를 선택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하필이면  그 분들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하느님이 보내주신 것이라 할 수밖에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이타적인 것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한 청년이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표독스럽게도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은 어머니의 심장을 몰래 빼내서 여인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져서 심장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심장은 말합니다. “얘야,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이것이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타적인 사랑이 동물들에게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펠리컨이라고 하는 새는 어미의 사랑이 지극하기로 유명합니다. 여느 동물들처럼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입에 물어다 주는데, 새끼들은 덩치도 크지만 먹성도 좋아 웬만해서는 그 양이 잘 안 찹니다.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러 멀리까지도 다녀오지만 먹이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끼들은 어미 새만 쳐다보면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고 먹이를 달라고 떼를 씁니다. 안타까운 어미는 이제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슴을 내어놓는다고 합니다. 새끼들은 정신없이 어미의 가슴을 파먹습니다. 어미가 쓰러지고 그의 깃털에는 붉은 피가 적셔져도 새끼들은 아무 생각 없이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열중합니다. 그리고 어미는 가슴을 뜯기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죽어간다고 합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핏줄로 맺어진 인연과 그 사랑은 지극한가 봅니다.



예수님은 가장 큰 사랑이 ‘벗을 위한 사랑’이라고 했습니다(요한15:13). 부모님의 사랑이 아니라 벗을 위한 사랑이 더 큰 사랑이라면 얼핏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것은 필연과 당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자녀들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뉴스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예외적이고 정신병리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필연입니다. 아무리 못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사랑하지 않고서는 마음이 평화롭지가 못합니다.


반면에 벗을 위한 사랑은 선택적입니다.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 그것이 더 고귀한 것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벗을 위한 사랑은 대등합니다. 일방적으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대등한 차원에서 대화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족 간에 사랑은 많은 것 같으나 여전히 부족하고 답답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바쁘고 고민거리가 많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함께 행복하고 따듯한 밥상을 마주하기조차도 드문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벗을 위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민거리를 터놓지도 못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로 매번 똑 같은 결말을 짓는 부모 앞에서 많은 말이 오가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소통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거듭나야 합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벗을 위한 사랑’을 채우는 것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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