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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목자와 양

by 푸드라이터 2013. 4. 20.

목자와 양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1일 부활 4주일 설교 말씀)


성경에서는 하느님과 백성들과의 관계를 여러 가지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왕과 신하, 주인과 종, 남편과 아내, 어버이와 자녀 등등... 그 중에 가장 많이 여러 곳에 등장하는 비유는 목자와 양입니다. 어릴 때 목동이어서 양떼를 돌보았던 다윗은 시편 23편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이 세상을 아쉬울 것 없이 산다면 아마도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을 다 가져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도 아쉬울 것이 있고 부족하며 허기가 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느님이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신 것 하나만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이 몸’이라고 고백합니다. 


The Good Shepherd 72


신앙을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한다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 양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다윗이 고백한 그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양의 특징은 순하고 공격적이지 않아서 친근감이 있지만, 늘 다니는 길조차도 알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위험한 곳인 줄도 모르고 아무데나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은 사람의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선한 목자는 그런 양을 정성껏 보살핍니다. 그리고 양은 그 목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그의 음성을 알아듣는다고 했습니다.


심리학에 ‘칵테일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칵테일파티가 열리면 여기저기 삼삼오오 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데, 여러 사람이 여러 곳에서 말을 하기 때문에 그 공간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밖에서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웅성거리기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웃고 떠들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대화가 가능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관심’과 ‘관계’입니다. 자기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관심 있는 대화의 내용은 귀에 들어옵니다. 마치 운동장에 많은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데 어머니는 자기 자녀를 금방 찾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그리스도라면 그렇다고 분명하게 말해 주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가 이미 말했는데도 너희는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라고 하시면서 ‘너희는 내 양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믿지 않는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하십니다. 예수께 시비를 걸었던 유다인들은 아무리 말씀을 전하고, 기적을 일으켜도 믿을 마음이 없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목자와 양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내가 양이 되지 않은 것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하느님을 목자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를 성찰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 자본과 기술과 과학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자만한 인간은 목자 없는 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목자 없는 양은 처량하고 측은한 존재로 예수께서 표현하고 계십니다. 사나운 맹수를 만날 수도 있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헤맬 수도 있습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릴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못된 주인을 만나서 이용당하고 내쳐질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제 각기 우상을 만들어 숭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신을 숭배한다든지, 명품 상표를 과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열등감과 인생의 허망함을 채우려고도 합니다. 유행과 군중의 무리 속에 휩쓸리는 것으로 자신만이 추구할 행복의 가치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단지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안주하려고 합니다. 더러는 극단적으로 이유 없이 남을 비방하거나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모두 목자 없는 양의 처량한 모습입니다. 


선한 목자 되신 주님께서는 오늘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십니다. 양 한 마리 찾았다고 기뻐하며 잔치를 베푸시는 목자를 만나는 양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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