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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가물어 메마른 땅에

by 푸드라이터 2013. 5. 19.


가물어 메마른 땅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9일 성령강림대축일 설교 말씀)


인간은 나약 하지만 신앙은 강합니다.

모두가 포기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희망과 긍정의 끈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믿고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리지 않은 위대한 신앙인들이 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삶의 좌표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일들도 신앙인은 기쁨으로 해내면서 참된 가치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의 힘이야말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 기적은 다름 아닌 성령의 역사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 기적들을 통해 발전해 왔고 하느님 나라로 향해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신도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체험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이들을 사로잡자 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는 담대하게 예루살렘 시민들 앞에서 예수님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을 쳤던 사람들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성령을 체험한 초대 신자들은 완전한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인류에 ‘새로운 존재’(New Being)와 그 공동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성령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을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면서 매사를 합리적으로 따지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존재와 그 사랑을 깨닫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사랑을 체험한다고 하는 것은 소위 ‘제정신’으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게 되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 있고, 남들이 가지 않고 피하는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성령의 역사입니다. 내가 착실하고 남들보다 선량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교만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성령의 도우심과 그 능력이 아니고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할 수 없고 하느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성령은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을 수억 마디의 말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성령을 머리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개념화 시킬 수 없습니다. 다만 성령은 우리 모든 사람들이 안고 있는 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인간의 역사를 하느님의 역사로 변화시키는 생명이요 능력입니다. 껍질로 교회를 왕복하는 신앙에는 생명과 기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알맹이는 성령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조명기구를 설치했다고 해도 그 안에 전기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우리의 생활이 세속적으로 아무리 화려한 성공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성령이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영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살이와 메뚜기가 함께 놀았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메뚜기가 하루살이에게 “오늘은 그만 놀고 내일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하루살이는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내일이 뭔데?” 그러자 메뚜기는 “캄캄한 밤이 지나면 밝은 날이 오는데 그게 내일이야”하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루살이는 메뚜기의 이 말을 듣고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메뚜기가 어느 날 개구리와 함께 놀았습니다. 개구리는 “날씨가 추워지니 그만 놀고 내년에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내년이 뭔데?” “내년은 겨울이 끝난 후 날이 따듯해지려고 할 때 오는거야.” 그러나 메뚜기는 개구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아가페 사랑을 체험하고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영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도록 눈과 가슴을 열어주는 것이 성령입니다.

세상은 사랑과 영혼이 가물어 버린 빈 들이 되었습니다.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려 흡족하게 적셔지듯이 우리의 영혼의 뜰에도 하느님의 영으로 풍족하게 적셔지기를 기원합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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