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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젊은이여 일어나라!

by 푸드라이터 2013. 6. 10.

젊은이여 일어나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9일 연중 10주일 설교 말씀)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표현합니다. 고대 진나라가 촉과의 전쟁을 위해서 배에 군사를 싣고 양자강을 지나는 도중에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왔습니다. 자식을 빼앗긴 어미 원숭이가 배를 따라 백리를 쫓아오면서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따라잡고는 몸을 날려 배에 오르자마자 그만 죽고 말았는데 병사들이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하는 전설에서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 박완서 선생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마저 군대에서 잃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아픔과 슬픔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자식 삼켜먹은 어미’라는 등 뒤의 수군거림이 들리는 듯해서 사람들의 조의도, 방문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그래도 살겠다고 음식을 먹는 자신이 모멸스러워 먹는 대로 토했다고 합니다. 생떼 같은 자식이 죽었는데 이 나라는 88올림픽을 한다고 온 국민이 들떠있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남들은 밥만 잘 먹고 사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였던 아들은 그녀의 서슬 퍼런 교만의 원천이었습니다. 남의 공부 못하는 자식,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들을 은근히 깔보면서, ‘아니 그것도 학교라고 등록금을 내고 있나’싶게 삼류대학 다니는 남의 자식을 깔보았고, 뇌성마비로 태어난 남의 자식을 보고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걸 하는 모진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들 잃은 아픔을 이야기한 박완서 님의 에세이


그랬던 그녀가 해운대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보며, 그 노파에게는 먹여 살려야 하는 병든 자식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가장 못난 최악의 아들을 가정해도 역시 그 노파가 부럽다고, ‘가슴이 아리게 부럽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주님, 당신은 과연 계신지... 계시다면 내 아들은 왜 죽어야 했는지, 내가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말씀만 해보라고 애걸하리라...’ 자신의 원망을 풀기 위해서라도 신은 있어야 한다고 하던 그녀는 수녀원에서 요양하는 중 어느 날 깨달음이 왔습니다. ‘저녁 기도 시간이 가까워지자 나는 다시 배가 고팠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도 하루를 반성하기 위해서도 아닌, 단지 식욕을 채우기 위해 허위허위 성당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갔다. 양을 자제했기 때문에 더욱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내려오면서 나는 내 육신과 정신의 분열이 한없이 창피하고 슬퍼서 몸 둘 바를 몰랐다. 할 수 있는 말은 다만,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모국어의 그리움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일어나면서 자식이 죽은 나라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돌이켜보고 세상과 하느님과 화해를 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나인이라는 동네에서 과부의 외아들이 죽어 장사지내는 것을 보시고는 그 아들을 살려 주십니다. 예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들으셨다고 했습니다. 홀어머니에 외아들... 그 어머니에게는 자식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죽은 것은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것이고 그녀의 인생이 죽은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아픔을 아셨기에 ‘젊은이여, 일어나라!’고 명령하시어 그를 살리십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이들이 슬퍼하겠지만 젊은이의 죽음은 세상이 더욱 슬퍼합니다. 아마도 단장의 아픔을 겪는 부모의 마음이 측은하기도 하겠지만 세상의 희망과 미래가 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역동하는 젊은이의 에너지와 드넓은 기개와 아름다운 꿈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살기 어려운 젊은이들... 그래서 ‘정규직’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이 사회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젊은이들의 영혼과 비전이 죽는 것을 슬퍼해야 합니다. 단장의 아픔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무감각에서는 깨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께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젊은이여 일어나라!’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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