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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9년 교구장 사목서신: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 3.



김근상 주교 신년사목서신◈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소서 (이사 6:8) - 

무엇보다 2009년도 새해 인사를 먼저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희망찬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이하여 서울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위에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교구장 주교님의 허락하심에 감사드리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2009년도 신년 메시지를 교구의 모든 가족들과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대단한 영광과 기쁨으로 여기며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10년 전 IMF의 구제금융 때 겪었던 시련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가늠할 수 없는 위기가 거센 파도처럼 우리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경제 한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부도와 도산의 고통 속에서 신음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정이 깨지고, 노인들이 추운 겨울을 힘겹게 보내야 할지 걱정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방황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 걱정과 근심 한 복판에서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내 백성의 고통과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너 어디에 있느냐?” 

그런데 과연 오늘의 교회는 이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삶의 무게가 무거워 짓눌려 있는 사람들, 목자 잃은 양처럼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참된 안식처가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교회를 통해서 희망과 위로, 격려와 지지를 받고, 구원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사실 마음 아프게도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오늘의 한국교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교회가 좀 교회다웠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교회가 “더 이상 이럴 수는 없다”,“희망이 없다”는 말들도 합니다. 심지어는 온라인상에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반기독교 사이트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우리가 비판하는 대형교단이나 어느 특정 교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교회, 우리 성공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복음의 권위가 살아나고, 전도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지금까지 지녀온 우리의 선교방식, 우리의 존재의식으로는 고통 받는 우리 이웃에게 바른 신앙인의 길로 안내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인터넷과 같은 정보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쌍방 소통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일방적이고도 권위적인 교회의 가르침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성공회의 모습으로 기독교의 진리를 선포하는 일은 대형화, 물량화, 성공주의 신화에 빠져있는 이 세대에게는 참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우리교회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선거 전략과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것이 변화라기보다는 다시 되돌아가는 일이거나 제3의 길을 개척하여 나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토록 많은 시간과 자산을 투자해서 행복해 지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고 자꾸 더 불행해 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 세상을 어떻게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적어도 우리 교회만이라도 세상의 가치를 뛰어넘어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유와 해방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나라의 시민으로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교도 변해야 하고, 사제와 부제도 변해야 하며, 모든 신자들도 변해야 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교회는 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변하면 교회도 변화될 것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이 변하면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가 변화될 것이고 교회가 변하면 서울교구가 변하고 대한성공회가 변하여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주권과 영광은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한번 주님 안에서 제대로 변화를 경험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이 시대의 징조와 징표가 무엇인지 눈여겨 보면서 뱀처럼 슬기롭게 식별해 낼 줄 아는 지혜가 우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교회보다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복음의 진리를 선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새해에는 모든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가운데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더 겸손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게 말하는 소리도 겸허하게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로가 초대교회의 공동체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서로 함께 실천하여 주님의 교회를 건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앞장서서 남을 존경하라(로마 12:10), 서로 한 마음이 되라(로마 12:16) 서로 받아들여라(로마 15:7), 서로 남의 짐을 져주어라(갈라 6:2),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어라(1데살 5:11), 서로 화평하게 지내라(1데살 15:13), 서로 용서하라(골로 3:13), 서로 친교를 나누어라(1요한 1:7), 서로 남에게 선을 행하라(1데살 5:15)” 

이런 모든 권면의 말씀들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고 살아나게 하는 중요한 신앙의 덕목입니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움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유대교의 박해와 싸워야 했고, 로마제국의 혹독한 박해는 죽음의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초대교회의 아름다운 모습들, 즉 서로 함께 사랑하고 나누며 섬기는 모습에 반해서 교회의 지경은 날로 넓어졌고, 신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건설하는 일은 이렇듯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 함께 믿음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결단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따라서 새해 첫 주에 예배를 드리면서 서울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교우들은 금년 한해 믿음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하고 다짐해야 합니다. 

새해 첫 주일 아침에 예언자 이사야를 부르셨던 하느님께서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묻고 계십니다. 지금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위해서, 대한성공회를 살리기 위해서“내가 누구를 보낼 것인가?”“누가 내 대신 갈 것인가?” 지금 세상 삶에 지치고 허덕이는 사람들, 그래서 목자 잃은 양처럼 방황하는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해서“어느 교회를 보낼 것인가?”“누가 나를 대신해서 그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이 부름에 어떻게 응답하시겠습니까? 이사야 예언자가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한 것처럼 우리도 마땅히 그렇게 응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 여기 대한성공회가 있습니다. 주님, 여기 OO 교회가 있습니다. 신자회장 OOO가 있습니다. 여기 사제회장 OOO가 있습니다. 어머니회장 OOO가 있고, 아버지회장 OOO가 있습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십시오. 우리 구역을 보내십시오. 우리 교회를 보내십시오. 대한성공회를 보내십시오.” 

새해 첫 출발을 하는 우리 모두 주님의 부름에“아멘”으로 응답하며 나아갑시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갑시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시는 성직자와 수도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족한 제가 여러분과 함께 교구장으로서 첫 해를 보내게 됩니다. 저는 급하다고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며, 남은 시간이 많다고 여유를 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서로 함께 한 목표를 향해서 쉬지 않고 꾸준히 이 믿음의 길을 달려갈 것입니다. 때로는 주교로서 깃발을 들 때도 있겠지만 여러분 모두가 믿음의 선한 싸움을 잘 할 수 있도록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것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주교로서 새로운 선교의 비전을 제시할 때도 있겠지만 여러분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로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해야 할 일과 과제는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할 일이 많아서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서로 함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로 건설해가면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우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서로 함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자라게 하는 일에 온 정성과 믿음을 모읍시다. 성공회는 희망이 있는 교회입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이 있는 살아있는 교회입니다. 참 사랑과 믿음, 맑음과 올곧음, 그리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진취가 있는 교회입니다. 그러니 교우 여러분! 이제 이렇게 외쳐봅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소서.”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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