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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7년 8월 30일(목) 강론초고 (사목자로 사는 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4.

사목자로 사는 일

나는 행복한 사목자다. 사목 자체에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마냥 해피하다.
바울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 교우들이 주님께 대한 믿음을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우들의 믿음에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나름대로 공부하고 기도하고 가르치고 전하는 것이 내 일이다.
우리 교회, 우리 교우들은 나의 면류관이다.^^

그런데 행복한 사목자인 나는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이 아니라
실은 무척 게으르고 악한 종이다.
내가 정말 열심히 사목을 했더라면, 말씀 그대로 “종말론적인” 태도로,
주님만을 바라보며, 이 세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교회와 교우들을 섬겼다면
아마도 지금의 세배는 더 사목적 열매를 거두었을 것이다.
(이것도 혹시 겸손을 가장한 교만은 아닐까?^^)

왜 게으르고 악하게 지내느냐 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일 쉬운 이유는
"그래도 별로 티가 안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목자들은 공감하시리라^^)
실은 착한 교우들과 자비하신 하느님이 조마조마 안타까이 기도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신학생이 된 이후로 내게는 “일반사목에 부적합한 성격”이라는 평가가 따라 다녔다.
어엿한 관할사제가 된 지금 내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없다.
무척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그런데 대신 “운 좋은 친구, 연줄 좋은 친구, 별 것도 아닌데 잘난 체하는 성격”이라는 평가가 새로 생겨났다.
무척 황당하고 씁쓸한 또 한번의 반전이었다^^.

나의 사목은 결국 두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우리 교우들의 삶, 그리고 나 자신의 삶.
물량적인 교회 성장의 결과가 평가요소는 아닐 터이다.
내 자신의 만족이나 보람이나 경험이나 주장도 아닐 것이다.
나는 교우들을 자비하신 하느님 안에서의 삶으로 인도하고
나 자신 또한 살아계신 하느님 앞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두려우면서도 다행으로, 다행이면서도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나의 사목에 대한 평가를 사람이 아닌 주님께서 하신다는 점이다.

주님, 우리 교우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이 악하고 게으른 종을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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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0일 감사성찬례 성서말씀

1데살 3:7-13
7 교우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의 소식을 듣고 여러분의 믿음을 알게 되어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위로를 받았습니다.
8 여러분이 주님께 대한 믿음을 굳게 지키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정말 사는 보람이 있습니다.
9 우리는 여러분의 일로 해서 우리 하느님 앞에서 큰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 모든 기쁨을 생각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0 우리는 여러분을 다시 만나 여러분의 믿음에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게 되기를 밤낮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11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께서 친히 우리의 길을 잘 열어, 우리가 여러분에게 갈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12 그리고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키워주시고 풍성하게 해주셔서 우리가 여러분을 사랑하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빕니다.
13 그리하여 여러분의 마음이 굳건해져서, 우리 주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마태 24:42-51
42 이렇게 너희의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43 만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는지 집 주인이 알고 있다면 그는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44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
45 "어떤 주인이 한 종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여야 그 종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46 주인이 돌아올 때에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런 종은 행복하다.
47 나는 분명히 말한다. 주인은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8 그러나 그가 만일 악한 종이어서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생각하고 49 다른 종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만 한다면 50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꼴을 보게 될 것이다.
51 주인은 그 종을 자르고 위선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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