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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설교] 불을 지르러왔다, 시대를 분별하라 _ 루가 12:49~56

by 푸드라이터 2007. 8. 18.
믿음은 말씀이 우리 안에서 불 타는 것 (루가 12:49-56)

8월 19일(연중20주일)
임종호(프란시스) 신부

믿음이 좋다는 것을 주관적인 확신의 강도가 쎄다는 걸로 이해한다면 이는 매우 얄팍하고 가벼운 판단이라 하겠습니다.

물 론 예수님은 사람들의 믿음을 눈여겨 보시고 “네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8:13 외)고 하셨습니다. 이른바 '적극적 사고방식(긍정적 신념)'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말씀들에 근거하여 긍정적인 믿음이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능력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건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처럼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영적인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통하여 사고방식과 삶의 입장과 태도를 결정합니다.

하 지만 믿음은 우리 머리 속의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우리 삶 속의 믿음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증해주고,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증해준다”(히브11:1)는 진실을 말하며 뻔히 보이는 것을 구하지 말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은총을 깨달으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오늘 서신은 참된 믿음을 위해서 “믿음의 근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를 바라보라고 강조합니다. 우 리 믿음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마술적이고 기능적인 능력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흔히 기적적인 능력에 대한 기대로 믿음을 가지다가 이루어지지 않는 응답에 실망하여 믿음을 저버리는 이들을 보게 되는 것은 참으로 마음아픈 일입니다.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무엇을 위한 “주관적인 확신”이 아닙니다.

믿 음은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뜻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그 뜻과 사랑은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그러니 ‘말씀’은 단순히 문자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영적인 소통입니다. ‘말씀’은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보이시는 크신 은총과 사랑, 곧 하느님의 ‘드러냄(=계시)’가 ‘인간들의 경험과 고백’을 거쳐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것입니다.

흔 히 성경의 문자가 객관적인 구원의 정보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건 좀 곤란합니다. 그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우리의 인식과 실천으로 분별하고 순종할 때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보아야합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타오르는 일입니다. ‘세례’는 그 불을 우리 맘에 모시는 거지요. 믿음은 내 생각 내 주장을 고집하는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말씀의 불을 지르러 오셨고 스스로 그 불을 태우며 일생을 사셨습니다.

믿음은 말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고 말씀을 통한 절대적인 순종이요 헌신입니다. 마침내 말씀은 우리 내면에서 시작하여 우리 존재 자체를 불타게 할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은 태워버리는 불이십니다(히브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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