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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설교]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예수 _ 루가 13:10~17

by 푸드라이터 2007. 8. 23.
살아계신 하느님 안에서의 안식과 회복 (루가 13:10-17)

8월 26일(연중21주일)
임종호(프란시스) 신부

하느님께서 일하시니 우리도 일하고, 하느님께서 쉬셨으니 우리도 쉽니다. 삶의 요령은 어쩌면 이렇게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그런데 구약의 율법은 안식일을 어기는 자는 죽여야 한다고 서슬이 시퍼랬습니다. 왜 그럴까요? 안식일을 무시하는 일을 하느님께 대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십 계명의 제 4계명이 바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입니다. 이 계명은 1,2,3계명의 ‘하느님’께 대한 계명과 5계명이하의 ‘인간들 사이’의 계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식일 계명은 바로 하느님과 인간사이, 인간과 인간사이, 인간과 자연사이의 화해와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먹 고 살기 위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의 전부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피조물로서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며 그 절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인간다운 삶입니다. 다른 인간을 내리누르고 다른 이의 몫을 빼앗아서는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더불어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을 마냥 착취하는 일은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일입니다.

안식일은 이런 내용들을 되새기는 화해와 회복의 날로서 이세상의 평화와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느님의 절대적 요청인 것 입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철저하게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규율 자체가 안식일이 의도하는 안식의 본질은 아닐 것입니다.

우 리의 힘겹고 고단한 삶이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신뢰하는 것이 안식의 본질입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진리, 그에 대한 우리의 믿음, 소망, 사랑, 우리가 바치는 감사의 찬양과 이 세상을 위한 간구의 기도가 우리 믿음의 내용을 이루는 것입니다.

오 늘 복음서의 회당장은 자기 머리 속의 율법 규정에 철저한 나머지, 살아계신 하느님의 임재와 사역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하느님도 살아계시고, 예수님도 살아계시고, 18년간 곱사등이로 지내야했던 그 여인도 살아있습니다. 그 여인의 치유와 회복이 과연 안식일의 정신을 깨뜨리는 일일까요, 안식의 본질을 드러내는 일일까요?

신앙은 교리에 집착하는 것 아니고, 계명이나 교회제도에 얽매이는 일도 아닙니다. 신앙은 살아계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사로잡혀 사는 일입니다.

인간의 몸으로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심을 ‘부활사건’이라 하는데 그 부활을 누리는 것, 그 부활이 보장하는 안식을 누리는 일이 우리들 신앙인의 삶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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