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더 좋은 것

by 분당교회 2016. 7. 25.

‘더 좋은 것’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루가 11:9-10)


기도에 대해서 예수께서 가르치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만 보면 기도는 적극적으로 무엇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어떤 노력도 소망도 기원도 없이 구해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느님한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구해야 할까요?


사람마다 구하는 것을 모두 얻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병원이 문을 닫을 것입니다. 병든 사람들이 기도해서 몽땅 낫게 되면 병원이 필요가 없게 되겠지요. 의사도 간호사도 의료 산업 모두 폐업과 실직의 대열에 들어서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장례 사업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사람들이 죽지 않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불필요해 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조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낭패에 빠질 것입니다. 모두 성적이 좋을 테니까요. 스포츠 경기도 물론 승부가 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겠지요. 세상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께서는 이런 것을 구하라고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제자들이 예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주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주의 기도에서 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을 받들게 되는 세상입니다. 물질과 우상숭배가 아니라, 권력과 명예와 탐욕이 아니라 하느님을 숭배하고 그 다스림을 받아들이는 세상입니다. 그 나라는 필요한 양식이 구해지는 나라입니다. 창고에 엄청난 물자가 저장되어 있지만 굶주리는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세상이 아닙니다. 가진 자들은 온갖 것을 향유하고도 물질이 남아돌지만 없는 자들은 컵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 먹으며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을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누구든지 인간적인 품위와 존엄을 향유할 수 있는 필요한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예수님,  두초 디 부오닌세냐 Duccio di Buoninsegna)


우리가 구하는 나라는 용서하고 용서 받는 나라입니다. 인간이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일은 남에게 물질을 나누어주는 일보다도 용서하는 일입니다. 미운 사람, 원수 맺은 사람, 괜히 싫은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마음으로 용서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 마음에 남을 수용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남의 불행을 파헤치고 그것을 뉴스라는 명목으로 온 세상에 퍼뜨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흠결과 상처를 싸매주고 치유해주지 못합니다. 용서보다는 정죄가 더 쉬운 것이 본성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세상을 겸손하게 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혁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 우리 마음을 바꾸어 남을 용서하고 내가 용서받고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기를 기도하는 마음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유혹입니다. 우리 마음속으로부터 일어나는 유혹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사탄의 세력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고 또 그것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임을 예수께서 광야에서 수행할 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굳건한 신념과 우월한 도덕성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 유혹을 극복할 때만이 진정한 자유와 구원의 길을 가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수난하시기 전날 밤에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무척 괴로운 심경을 나타내셨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며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14:36)


기도를 통해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바람을 아시는데 ‘더 좋은 것’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정작 필요로 하는 것,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을 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소망보다도 더 좋은 것은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이 함께 한다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요? 


성령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하나가 됨으로써 완전에 이르게 합니다.(골로사이 2:10) 기도로 얻는 가장 큰 축복은 내가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가까워집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4일 연중 17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있는 곳  (0) 2016.08.14
이 어리석은 자야!  (0) 2016.07.31
필요한 것은 한 가지  (0) 2016.07.22
누가 이웃인가?  (0) 2016.07.11
전도자의 사명  (0) 2016.07.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