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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믿음을 넘어서 깨달음으로

by 분당교회 2016. 5. 25.

믿음을 넘어서 깨달음으로


한국인으로서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는 모든 종교에는 ‘표층’과 ‘심층’이 있다고 합니다. 표층 종교에 머무는 신앙인은 교회나 절을 다니는 것, 헌금 바치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 등을 통해서 내가 복을 받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율법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 땅에서 병들지 않고 재산도 많이 형성해서 남보란 듯이 살고 또 죽어서도 영생복락을 누리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그러나 심층 종교에 속하는 사람들은 같은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자신의 욕심을 줄여가고 타인의 고통과 고난에 공감하며 사랑을 베푸는 훈련에 관심이 있습니다. 종교 의례에 참석하면서도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또한 표층 종교에 속하는 사람들은 초월적인 대상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심층 종교는 ‘깨달음’을 중시하여 인격과 영성의 거듭남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표층 종교는 신이 ‘저 위에’ 계신 분으로 생각해서 신을 밖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심층 종교는 ‘네가 내 안에 살면 나도 네 안에 살겠다.’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신을 내 안에서도 찾습니다. 


많은 그리스도 교인들이 하느님을 표층 종교 패턴으로 찾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교회에서 전능하신 하느님을 부르짖으며, 또 불길 같은 성령을 갈구하면서 목이 터져라 기도하지만 정작 진리에 대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진실로 성령이 충만하다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참 나’를 발견하고 그리스도의 삶을 향해 발전시켜 나가 성령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페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을 가지고 있으나 한 본체라고 하는 매우 오묘하고 신비로운 삼위일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그리스도교의 진리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를 신학적 논리로 규명하고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삼위일체 교리는 이 세상을 초월하신 창조주 하느님이 이 땅에 참 인간으로 오셔서 구원의 사역을 펼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는 역설을 설명해 줍니다. 또한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마치 공기와 바람처럼 활동하고 계시고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알게 하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게 하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교리를 통해서 예수께서 단순히 희생제물로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낮아지시고 사랑을 베푸신 것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이 저 높고 거룩한 보좌에 앉아서 이 세상을 감시하고 훗날 심판만 하시는 하느님이 아니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진리를 책과 이론을 학습해서 다 알 수 있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소양과 성숙한 신앙의식을 위해 탐구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진리를 알게 하는 영의 인도하심과 도우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순박한 시골 할머니들도 하느님을 만나고 기쁨과 사랑 속에 살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 덕분입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만한 지식인들보다 선량하고 자비심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예수를 닮아가며 하느님과 더욱 가까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삼위일체 하느님은 우리를 신앙의 표층 상태에 머물게 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의 심판을 피해서 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복락을 추구하는 믿음의 단계를 넘어서서 내가 얼마나 하느님에게 존귀한 존재인가, 또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를 깨닫는 성숙한 단계로 인도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영의 도움으로 이 세상이 눈에 보이는 땅의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고 또 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자각은 다시 이웃을 향합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역시 하느님께서 존귀하게 여기시고 사랑 베푸시는 파트너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내 안에 담겨진 하느님의 사랑은 저절로 이웃을 향해 흘러갑니다.


우리가 진리를 알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면 하느님께 감사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에 감사할 일이지 내가 잘 나고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위선과 교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인간의 머리로 얻은 지식은 또 다른 집착과 속박으로 인도하지만 진리의 영으로 깨달은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22일 성삼위일체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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