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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 신부5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로마 황제 네로는 로마 시에서 발생한 대화재의 범인으로 기독교 신자들을 지목하고 경기장에서 굶주린 사자들한테 물어 뜯겨 죽이고, 인간 횃불이라 하며 산채로 화형으로 죽이는 등 가혹한 박해를 자행했습니다. 이 때 신도들의 권유로 로마를 빠져 나가던 베드로는 들판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해가 동산에서 떠올랐을 때, 베드로는 태양의 황금빛 테두리가 땅을 향해 퍼져 내려오는 것을 봅니다. 찬란한 빛 앞에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손을 쳐들어 ‘쿠오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귀에는 ‘네가 나의 어린 양을 버리면 내가 로마에 가서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리라!’라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베드로는 일어나 발길을 다시 로마로 되돌렸습니다... 2015. 4. 3.
죽으면 살리라! 죽으면 살리라! 중국에서 선불교를 일으킨 달마대사가 9년 동안이나 면벽 수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밖에 신광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도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달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신광은 문밖에서 밤을 새우며 선 채로 기다렸습니다. 눈은 펑펑 쏟아져서 무릎까지 쌓였습니다. 신광은 죽을 각오로 왼쪽 팔을 베어서 달마에게 내밀면서 굳은 결의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달마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습니다. ‘무엇을 구하려는가?’ ‘마음이 불안해서 평안을 얻고자 합니다.’ 신광은 학문에는 조예가 깊었으나 항상 마음속에 번뇌가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달마는 ‘마음을 가져오너라. 평안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광은 마음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신광은 당황했습니다. 항상 자.. 2014. 6. 27.
광야의 소리 광야의 소리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08일 대림 2주일 설교 말씀) “나에게는 언젠가는 피로 물든 조지아의 언덕에서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후손들과 노예 소유주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심지어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의해 신음하던 저 황폐한 미시시피 주마저도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이 그들의 피부색깔에 의해 판단 받지 않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에 의해 판단 받을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 오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골짜기가 솟아오르고, 모든 언덕과 산들이 낮아지며, 거친 땅이 평평해지며, 구부러진 땅이 펴지며, 주의 영광이 드러나 모든 사.. 2013. 12. 9.
잃었던 양은 잃었던 양은?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5일 연중 24주일 설교 말씀)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약속을 어긴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시 약속을 어기면 그땐 추운 다락방으로 보낼테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만 또 다시 약속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추운 다락방에 아들을 올려 보내고 부부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약한 마음을 헤아린 아내는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방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앞으로 당신 말을 듣지 않게 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말이 옳아. 그러나 그 애는 지금 얼마나 무섭고 추울까...”하고서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갔습니다.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아들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습니다. 아.. 2013. 9. 16.
낮은 자리, 깊은 마음 낮은 자리, 깊은 마음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일 연중 22주일 설교 말씀) 시인 도종환은 ‘깊은 물’이라는 시에서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라고 묻습니다. 강물엔 나룻배를 띄우고 바다엔 고깃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개울엔 종이배를 띄우고 큰 바다엔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내보냅니다. 사람들은 물을 보고 그 물에 뜰 수 있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압니다. 물의 처지에서 보면 그 물이 품을 수 있는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우리 가슴에는 종이배 하나라도 뜰 수 있는 깊이와 여유를 지니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마음의 깊이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서 시냇물커녕 메마른.. 2013.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