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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광야의 소리

by 분당교회 2013. 12. 9.

광야의 소리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08일 대림 2주일 설교 말씀)


“나에게는 언젠가는 피로 물든 조지아의 언덕에서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후손들과 노예 소유주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심지어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의해 신음하던 저 황폐한 미시시피 주마저도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이 그들의 피부색깔에 의해 판단 받지 않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에 의해 판단 받을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 오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골짜기가 솟아오르고, 모든 언덕과 산들이 낮아지며, 거친 땅이 평평해지며, 구부러진 땅이 펴지며, 주의 영광이 드러나 모든 사람들이 주의 영광을 함께 보게 될 것이라는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 아니 세계사에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메시지를 가장 감동적이고 극적으로 전한 명 연설문으로 알려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의 한 대목입니다. 극심한 인종 차별에 맞서서 비폭력 저항으로 마침내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의 제도와 관행이 폐지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한 위대한 연설과 행진이었습니다. 미국 건국 정신과 성서의 말씀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에게 호소한 그의 ‘꿈’은 인종을 초월해서 감동케 한 것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세상을 변화시켰고 그가 총탄에 맞아 쓰러졌어도 그의 꿈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내 그의 생일은 국경일이 되었고,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광야에서 한 사나이가 외칩니다. 그는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 꿀을 먹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보면 철저히 아웃사이더이고, 가난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의 외침에 예루살렘을 비롯하여 유다 각 지방과 요르단 강 부근의 사람들이 그의 앞에 나아가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은 축복과 은혜가 넘치는 달달한 설교가 아니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건강과 출세를 기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회개하라!’는 추상같은 외침이었습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앞으로 가게 했을까요? 오히려 듣기 거북한 말일 수도 있는 그의 외침에는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을 무릎 꿇게 했을까요?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명절이면 가서 예배를 드리고 제물을 올리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의례일 뿐 마음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거룩한 사제들도 있고, 율법학자들도 있고,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가르침에서는 도무지 희망을 나눌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회개하라는 쓴 소리를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음성에서는 진실이 있고 하느님의 메시지가 있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사람들은 그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삶의 약속의 표시로 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무슨 도로 포장 공사를 하라는 소리는 아닐 것입니다. 주님 오시는 길은 우리 마음의 길입니다. 마음의 길이 구부러져 있거나 골이 깊이 파여 있거나 험악하게 높으면 주님을 올바로 영접할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마음들이 머무는 세상도 숱한 굴곡과 험난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주님 오시는 길이 고르지를 못합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절규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를 통한 세상의 변화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자는 꿈이 담겨져 있습니다.

바쁘고 번잡스러운 세상에 시달리면서 우그러진 우리의 영적인 형상을 곧게 펴고 갈라진 곳을 펴야 합니다. 원한과 앙심과 복수의 번득이는 갈등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교만으로 우뚝 선 봉우리가 낮아져야 하고 상처받아 패인 곳이 메워져야 합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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