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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죽으면 살리라!

by 분당교회 2014. 6. 27.

죽으면 살리라!

중국에서 선불교를 일으킨 달마대사가 9년 동안이나 면벽 수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밖에 신광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도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달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신광은 문밖에서 밤을 새우며 선 채로 기다렸습니다. 눈은 펑펑 쏟아져서 무릎까지 쌓였습니다. 신광은 죽을 각오로 왼쪽 팔을 베어서 달마에게 내밀면서 굳은 결의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달마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습니다. ‘무엇을 구하려는가?’ ‘마음이 불안해서 평안을 얻고자 합니다.’ 신광은 학문에는 조예가 깊었으나 항상 마음속에 번뇌가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달마는 ‘마음을 가져오너라. 평안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광은 마음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신광은 당황했습니다. 항상 자신의 어느 한 구석에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줄 생각했는데 내보일 수 없는 상황 때문입니다. ‘마음을 찾아보았는데 찾지를 못하겠습니다.’하고 말했더니, 달마는 ‘너를 이미 안심시켰노라.’라고 했습니다. 신광은 깨달음을 얻었고 후에 혜가라는 법명을 얻었습니다.

자기 안에서 좋다, 싫다, 밉다, 화가 난다, 등등의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번뇌도 일어날 까닭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불안하고 슬픈 까닭은 사심이나 아집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사로운 생각이 일어나면 꼭 이루고자 하고, 꼭 이루고자 한다면 고집을 내세우게 되니 괴로움은 여기서 생겨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자기의 안일과 집착에 머물면서 예수의 뒤를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십자가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욕망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값싼 은총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을 더욱 크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주시는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예수의 평화는 죽음의 권세를 극복하고 못 자국 난 손을 내밀면서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자아와 집착을 비울 때 삶과 죽음의 고통과 유한성을 넘어서는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옛사람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그것은 진실한 신앙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모진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그는 평안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라는 나무에서는 그리스도의 열매가 맺어졌습니다.

선한 나무에서 선한 열매가 열립니다. 악한 나무에서는 악한 열매가 열리거나 아니면 쭉정이만 열립니다. 그 종말에 대해서 예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불구덩이에 던져진다고...

우리에게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의 나무에서 선한 열매를 기대한다면, 우리 자신이 선한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땅의 모든 열매를 위해서 하늘에서 햇볕과 바람과 비를 내리시듯이 우리에게 사랑과 은총을 주십니다. 그 은총의 열매를 맺고 못 맺고는 우리 자신이 어떤 나무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크게 버려야 크게 얻습니다. 작게 버리면 작게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만 성령께서 채워주시는 선물을 채울 수 있습니다.

죽어야 삽니다. 내 안에 있는 내가 죽어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살 수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22 연중 12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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