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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잃었던 양은

by 푸드라이터 2013. 9. 16.

잃었던 양은?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5일 연중 24주일 설교 말씀)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약속을 어긴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시 약속을 어기면 그땐 추운 다락방으로 보낼테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만 또 다시 약속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추운 다락방에 아들을 올려 보내고 부부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약한 마음을 헤아린 아내는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방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앞으로 당신 말을 듣지 않게 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말이 옳아. 그러나 그 애는 지금 얼마나 무섭고 추울까...”하고서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갔습니다.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아들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 옆에 말없이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꼭 끌어안아 줍니다. 이윽고 어린 아들의 두 눈에는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창가로 쏟아지는 별빛이 가장 아름답고 따스한 꿈나라로 만들어 주는 밤입니다.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기적입니다. 그것은 영혼과 사랑의 온기가 가슴을 채울 줄 아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미움과 갈등을 화해와 용서로 바꾸기도 하고, 절망과 서러움을 용기와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변변한 직장도 없고, 때마다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삶도 고단하지만 자신이 버려졌다고 하는 느낌은 삶을 더욱 아프게 만듭니다. 실패와 좌절이 우리를 괴롭게 하지만, 사회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현실이고 스스로 그 절망에 사로잡혀서 세상을 포기하거나 저주하는 일입니다.


예수께서 죄인들과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보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또 시비를 겁니다. “저 사람은 죄인들을 환영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까지 나누고 있구나!”하며 못마땅해 합니다. 우리는 거북한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와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자신이 그 사람과 같다고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적어도 같은 마음과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께서 죄인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한다는 자체가 예수께서 죄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들은 죄인들의 죄가 음식을 통해 전염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탕자의 귀환)


예수께서는 그들과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잃었던 양 한 마리를 찾은 목자가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또 잃었던 은전 하나를 찾은 사람은 얼마나 기뻐하는가?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할 것이다.” 이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바라고 계시고, 우리에게서 무엇을 가장 기뻐하실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회개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흔 아홉보다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하늘에서 더 기뻐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교회는 죄인이 나와서 그리스도의 따듯한 사랑을 체험하고 회개하며 구원을 얻는 곳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진심으로 죄를 통회하고 거듭나는 기쁨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곳입니다. 자신의 죄는 회개할 줄을 모르고, 또 그럴 필요도 느낄 줄 모르면서 축복을 갈구한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에 다름없습니다. 


남을 정죄하고 손가락질 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죄를 잊거나, 자신의 오류를 덮어버리면서 자신을 의인이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빛에 가까이 갈수록 그림자는 진하고 크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죄가 더 크고 진하게 보입니다.


잃었던 양, 잃었던 은전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면, 그리고 다시 하느님 품에 안긴다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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