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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율법주의와 예수

by 푸드라이터 2013. 8. 26.

율법주의와 예수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25일 연중 21주일 설교 말씀)


구약의 율법은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은 거룩하시니 그 자녀 된 백성들도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을 섬기는 법, 즉 제사와 절기를 지내는 법과 일상생활에서 성결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백성다운 도덕성과 품성을 지니고 평화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인간관계에 관한 법들입니다. 도둑과 살인과 강간 등 사회적 범죄에 대해서 강한 처벌을 규정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비행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약시대의 약자들인 떠돌이, 고아, 과부와 종살이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들을 규정하는 등 약자보호 정신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안식일에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법은 약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된 노역에 시달리는 포로나 노예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쉰다는 것은 대단히 감사할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엿새 동안 일하시고 하루를 쉬셨다고 함으로서 모든 인간이 안식일 법을 지키도록 강조했습니다. 심지어는 이를 어길 때는 엄격한 처벌을 받도록 했습니다.


병자를 고치신 예수님

그런데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습니다. 원래 규정에는 죽어가는 사람을 죽지 않을 정도까지만 고치는 것이 허용되었는데 오랜 병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을 고친다는 것은 안식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시는 것을 보고는 ‘분개’했다고 합니다. 그냥 예수께서 법을 어겼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분개’까지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성한 율법이 모독 또는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렇게 분개하고 비난하는 것이 위선임을 말씀하십니다.


율법의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생각할 때 율법은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율법을 폐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율법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많은 병자들을 고치셨지만 안식일에 고치신 병자들은 대부분 예수께서 먼저 부르시고 먼저 고쳐주셨습니다. 다른 날에 고치신 병자들은 예수께 와서 간청하거나 옷자락을 붙잡거나 무엇이든 믿음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런 것으로 봐서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적극적으로 선행과 사랑을 베푸는 것이 본래 안식일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옛말에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되지만 형벌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할 뿐이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고 했습니다. 법으로서 최소한의 질서를 잡을 수는 있지만 인간성까지 선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교통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인 차량을 단속할 때 대부분의 운전자는 재수 없이 걸렸다는 생각을 합니다. 딱지 끊는 순간에도 두리번거리면서 자기 말고 다른 위반자가 없는지 찾습니다. 그러다가 위반자가 보이면 저 사람은 왜 그냥 두느냐고 항의합니다. 본인이 잘못한 것보다는 나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경우입니다.


율법은 하나의 거울로서 율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자신의 잘못된 점을 알게 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반성의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율법주의는 자신의 내면과 삶을 성찰하기 보다는 율법을 지켰는지 안지켰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합니다. 율법이라는 글자에 하느님의 사랑을 가두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따라서 율법주의의 폐단은 율법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지도 못하게 하고 그 안에 담긴 구원의 참 빛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안식일은 우리의 죄와 고통의 병을 씻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날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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