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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진실한 충성

by 푸드라이터 2013. 8. 14.

진실한 충성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11일 연중 19주일 설교 말씀)


성경에서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새로운 세계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에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지 ‘죽음에 이르는 존재’ 또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함게 시작된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이에 대해 응답하는 사람들이고 그 날과 그 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주인이 돌아 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주인이 오는 날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 한 순간을 위해 늘 깨어 준비하는 종이 맞이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것이 충성된 종의 결실이고 하느님이 주시는 상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충한 종은 준비도 없이 기다리지 않아 주인을 맞이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로 ‘주인은 그 종을 자르고 위선자들이 벌 받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마태 24:51) 곧 충성된 사람과 불충한 사람이 맞이하는 최후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The Last Judgement 1541 /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종의 충성은 주인에 대한 경외심부터 시작됩니다. 종이 주인에 대하여 존경하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두려움이 없으면 마음으로 충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인이 돌아오는 그 시간을 알 수가 없으므로 나태하기가 쉽고 확신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 날 그 시간을 모르지만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에는 주인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또한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린다.’고 했듯이 인내심이 없으면 잠들어 버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에 대한 충성은 진실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충성은 충성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맡은 바를 수행하지만,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지도자와 공동체에 대해 섭섭함과 원망함이 있다.’ - 이것은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이지 종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만 열심히 한다.’ - 이것은 주인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특별한 상황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 일의 성격에 따라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 일관성이 없이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에 따라서 적극적이기도 하고 소극적이기도 하는 것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신앙생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기도와 봉사를 마치 무슨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투자처럼 생각한다든가, 자기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신앙생활을 일관성 없이 하는 경우,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겉으로는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한 충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습니다. 사과나무는 여러 해 자라나야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는데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그 사과나무 역시 사라지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태도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실성과 진실함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 질문에 답을 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어떤 종인지를 성찰하게 됩니다.


‘당신은 대가를 받지 않고도 충성할 수 있는가?’ ‘당신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충성할 수 있는가?’ ‘당신은 아무런 열매가 없는 상황에서도 충성할 수 있는가?’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충성할 수 있는가?’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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