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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인생아 기억하라!

by 푸드라이터 2013. 2. 17.

‘인생아 기억하라 그대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2013년 2월 17일 사순 1주일 설교 말씀)


사순절을 시작하는 수요일 재축복식에서 이마에 재를 바르며 하는 말씀입니다. 창 세기에서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에게 하느님이 하신 이 말씀 을 우리는 해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듣습니다. 우리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하느님의 섭리입니다만 새삼 이마에 재까지 바르면서 강조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아마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자명한 진리를 망각하고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위고하,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인종을 망라해서 한 줌의 재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세상의 창고에 재물을 가득 채워 넣고서 ‘영혼아 기뻐하라!’고 말하는 부자처럼 이 세상의 것이 전부이며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물질과 명예와 권력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영혼도 삶도 예속되어 살고 있습니다. 보이는 물질을 하느님 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삶에서 인간애나 인격이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교환가치 또는 사용가치로 판단하고 재단하려 합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경구는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인생, 대충 살라는 허무주의를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허망한 인생이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구원을 얻고 삶의 가치를 충만하게 채우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하느님 앞에 서 교만하지 않고 진지하게 삶의 본질에 대해 깨달으라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비극은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면서 이를 소유하려고 집착하는데 있습니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수행하실 때 사탄은 유혹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보증해준다고 하는 물질과 권력과 명예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달콤 하게 유혹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소유와 소비와 지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유혹에 쉽 게 넘어가고 하느님의 길과 반대되는 길로 접어들고 맙니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습니다. 유혹에 넘어가고 싶어하는 탐욕이 우리의 내면에 이미 들어서 있기 때문에 유혹자에게 핑계를 대는 것입니다. 가령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퐁당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튀기고 동심원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호수가 꽝꽝 얼어 있으면 돌은 탁탁 튀기고 마는 것처럼 모든 원인은 내부에 있는 것입니다. 던지는 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호수의 형질이 어떻게 되어있느냐가 요점인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뱀이 와서 유혹했다고 하지만 이미 아담과 하와의 내면에는 선악과를 먹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뱀이 와서 속삭이니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먹고 맙니다. 그리고 모든 원인을 뱀에게 전가시킵니다.

사순절은 신앙적 순수성을 훼손하는 외적인 유혹을 물리치는 신앙수련을 하는 기간 입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다시 성찰하고 원래대로 돌아감으로서 그동안 잃었던 것, 변질된 것을 다시 회복시키는 기간입니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전통적으로 기도와 자선과 극기입니다. 그러나 이를 행함에 있어서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위선이나 가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영혼의 밭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잡초는 겉에만 살짝 뜯어서는 안 되고 뿌리채 뽑아야합니다. 또한 사순절은 농부가 초봄에 굳은 땅을 갈아 엎듯이 우리 영혼의 밭을 갈아 엎는 기간입니다. 겉에만 살짝 긁는것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의 씨앗이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땅 속 깊숙이 뒤엎어야 합니다.

사순절은 은총의 선물을 받기 보다는 나 자신의 은총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기간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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