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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7년 9월 4일(화) 강론초고 (살아있든지 죽어있든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4.
살아있든지 죽어있든지

성경을 읽으면서 이른바 초자연적인 기사를 대하면 당혹스럽습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권위가 있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미루어 짐작이 되지만
마귀들린 사람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고 예수님은 그 마귀를 쫓아내셨다는 기사는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귀, 악령은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악한 일, 추한 일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일까요?
“성령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악령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전기불이 들어오고 나서 그 흔했던 시골의 '도깨비'가 몽땅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사제로서 (좁은 의미의) 축마, 축귀 의식의 경험이 없습니다만,
우리 성공회 공동체내에 신뢰하고 존경할 만한 신부님들께서는
실제로 축마의 경험이 여러 번 있노라고 말씀하십니다.

21세기의 현대인을 자부하는 저이지만 악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축마를 경험하신 신부님은 말씀하시길 “귀신 들린 사람은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야, 그저 조용히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물러가라 하기만 하면 되거든. 더 어려운 것은 정신질환이야. 그건 쉽지 않아.” 하십니다.

어떤 분들, 믿음이 신실하고 영안(靈眼)이 열려있는(?^^) 분들께서 종종 세상의 모든 일들을 ‘영적 전쟁’의 시각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그 해석은 지나치게 이원론(二元論)적이고 신기주의(神奇主義(=신비주의(神秘主義)와 구별하기 위해 제가 지어낸 용어^^)적 이어서 아쉽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감탄하는 책, 월터 윙크의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 2004, 한국기독교연구소>를 읽어보면 사탄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까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윙크는 사탄을 공중에 떠도는 유령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옥죄이는 '지배체제'라고 설명합니다.

C.S 루이스의 말대로 악령의 존재는 무시해도 아니되고 과장해도 아니되고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악령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세계관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악령의 존재는 따로 그 자체로 관심을 가질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과 우리와의 올바른 관계 사이를 훼방하는 세력으로서
그 존재와 활동을 이해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오늘 루가복음서가 전하는 장면에서 악령은 외칩니다.
"나자렛 예수님, 왜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이십니다."

우리는 정말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고 있는 것일까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정보’로 말하는 것입니까, ‘고백’으로 말하는 것입니까?
우리의 참 마음은 “우리를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고 종종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만 소원을 들어주는 분으로 남아달라”고 청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를 사랑과 진리로 인도하여 주시오니 우리의 완전한 순종을 받으소서” 하고 기도하는 것일까요?

죽으면 우리는 무엇이 될까요? 우리 영혼이 귀신 비슷한 것일까요?
성경에 따르면 죽어도 우리는 우리 아닌 다른 것이 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나는 나입니다.
그 ‘나’가 누구인지가 문제입니다.
그 ‘나’가 말씀을 듣고 깨우치고 기억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악령의 해꼬지로 불행과 죽음을 당할까봐 두려워 할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어두워서 정작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는 것이 정작 두려운 일입니다.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모시고,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일은
곧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이고 예수님의 형제이고 벗이며
성령의 담지자(성전)임을 깨닫고 살게 합니다.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영(靈)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실은 악령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주님께서 온전히 주장하여 달라는 영(靈)은 답답한 것 같지만 실은 해방된 자유를 누립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에서 느낀 권위와 능력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그 권위와 능력을 경험하고 사로잡힌 바 있습니까?
“살아있던지 죽어있던지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만족입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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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4일 감사성찬례 성서말씀

1데살 5:1-6, 9-11
1 교우 여러분, 그 때와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분에게 더 쓸 필요가 없습니다.
2 주님의 날이 마치 밤중의 도둑같이 온다는 것을 여러분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사람들이 태평세월을 노래하고 있을 때에 갑자기 멸망이 그들에게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해산할 여자에게 닥치는 진통과 같아서 결코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4 그러나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암흑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는 그 날이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대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6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깨어 있읍시다.
9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진노를 내리시기로 작정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을 주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10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살아 있든지 죽어 있든지 당신과 함께 살 수 있게 하시려고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11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미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도와주십시오.

루가 4:31-37
31 그 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마을 가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셨다. 거기에서도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32 그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마다 그 가르침에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33 때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가 들린 한 사람이 와 있다가 큰소리로
34 "나자렛 예수님, 왜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이십니다." 하고 외쳤다.
35 예수께서는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썩 나가거라." 하고 꾸짖으셨다. 그러자 마귀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사람을 쓰러뜨리고 떠나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36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정말 그 말씀은 신기하구나! 권위와 능력을 가지고 명령하시니 더러운 귀신들이 다 물러가지 않는가!" 하면서 서로 수군거렸다.
37 예수의 이야기가 그 지방 방방곡곡에 퍼져 나갔다.

대 그레고리(로마의 주교, 증거자, 6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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