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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포기하지 말라!

by 분당교회 2016. 10. 17.

포기하지 말라!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서서히 단풍이 드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한 해의 수고를 마감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과연 어떤 소망을 간직하고 달음질 쳐 왔는가? 어떤 꿈과 기도 제목을 가지고 하느님과 대화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가을 나뭇잎을 바라보며 삶의 중심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을 빼앗는다면 사는 의미를 잃게 되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될 것입니다. 매일 기계적으로 지루한 일상이 반복된다면 삶은 정체될 것이고 이는 곧 무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꿈과 소망을 가져야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서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인종과 피부의 색깔에 차별이 없이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평등하게 사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고전 열자(列子)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유명한 고사가 있습니다. 북산이라는 곳에 우공(어리석은 노인)과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커다란 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 도회지로 가는데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우공이 가족들을 모아놓고 저 태행산과 왕옥산을 깎아서 평평하게 하여 세상과 화통하게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돌을 깎고 흙을 파서 저 멀리 발해바다까지 가서 버리고 오는데 일 년이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웃에 살던 지수라는 사람이 이를 보고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라고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우공은 지수의 그 고루함과 속물스러움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다 하지 못하면 자식이 하면 되고, 또 그 자식의 자식이 대를 이어서 하면 산은 더 이상 불어나지 않으니까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에 감화를 받은 옥황상제가 역신을 보내 두 산을 없애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뜻을 세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루어가면 성취할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도시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는 재판관을 기어이 설득해서 억울한 일을 해결한 여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과부와 고아와 떠돌이들은 구약 시대부터 보살펴주어야 할 대상으로 율법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의지할 곳 없는 홀로 된 여인은 매일같이 불의한 재판관 앞에 가서 졸라댔습니다. 이 재판관은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과부가 너무도 성가시게 구니 그 소원대로 판결해 주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만 찾아와서 못 견디게 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판관은 성가시니까 과부의 청대로 판결해 주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실상은 정의로운 판결입니다. 과부의 청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저에게 억울한 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하면서 청을 한 것이니까요. 얼핏 보면 생떼를 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메소포타미아의 회교 법정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재판소의 입구 맞은편에 재판관이 쿠션의 반쯤 묻혀 있고 그 주위에는 서기들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법정의 앞부분에는 주민들이 몰려들어 각자 자기의 사건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합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서기들과 귓속말로 흥정을 하고 뇌물을 슬쩍 집어넣어 주면 사건은 즉시 처리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한 쪽 구석에 있던 여인이 큰소리로 공정하게 취급하라고 외칩니다. 관리들이 나무라니까 그 여인은 재판관이 자기 말에 귀 기울일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외칩니다. 재판관이 참다못해서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여인의 외아들이 군대에 끌려갔는데도 납세를 강요당했다는 것입니다. 재판관은 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줍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자백은 공권력에 의해서 간첩의 누명을 쓰고 고통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탈북자 유우성씨는 공권력의 조작과 동생의 거짓 증언 등으로 간첩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험난한 과정을 겪고 모진 고생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에게 남은 상처는 깊고도 컸습니다. 그리고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신념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진실이 하느님의 정의를 이루어갑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0월 16일 연중 29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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