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은총을 두 배로 받는 법

by 분당교회 2016. 10. 10.

은총을 두 배로 받는 법


선물을 주었는데 받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선물 준 사람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뭐가 부족한가, 혹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또 인간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젊은 30대의 남성이 치명적인 암에 걸렸습니다. 부인도 있고, 3살짜리 아이도 있습니다. 의사들마다 그의 치료를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암에 관련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한 의사가 그의 수술을 시도했습니다. 수술 전에 그는 이 수술은 매우 위험해서 자칫 환자가 죽을 수도 있으나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습니다. 9시간이나 되는 장시간의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이 젊은 남성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의사는 탈진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서 20년 후 의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남성의 부인은 주말에 호수가로 피크닉을 갈 계획을 말하고, 남성은 골프 대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어도 애도를 표하는 것이 인간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은혜를 은혜로 알고,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은 우리 영성의 현주소를 나타내 주는 네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베풀어도 받는 사람이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건 사랑을 받아도 사랑으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해마다 건강검진을 합니다.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온갖 과학과 기구를 사용하여 오장육부와 팔 다리를 검사합니다. 그런데 영적인 건강검진을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영적인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비결이 있습니다. 돈도 안 들고 밥을 굶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날을 주신 것을 감사하고, 더울 땐 더워서 곡식이 익어가는 것에 감사하고, 비올 때나 가물 때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영적인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한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항상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물질이 생겨도 다른 사람보다 적다는 것을 불평하겠지요. 더우면 덥다고 불평, 추우면 춥다고 불평일 것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서, 사람이 많으면 번거로워서 불평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이 불만과 불평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사다리를 건물에 걸쳐놓고 밑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가는 사람과 같습니다. 영적인 건강상태가 중증으로 불량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는 은총을 두 배로 늘려줍니다. 작은 선물을 받더라도 기뻐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가운데 준 사람과 기쁨을 나눕니다. 부모님이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자녀가 알고 그 사랑에 감사한다면 몇 배나 더 큰 기쁨이 생겨납니다. 어느 남해의 절경이나 설악산의 비경을 바라보면서 동행한 사람에게 ‘당신이 이 순간 같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한다면 그 순간 행복은 두 배 이상으로 커집니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셨습니다. 이 때 나병환자 열 사람이 멀찍이 서서 ‘예수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하고 외쳤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자신들에게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멀리서 외쳐야만 합니다. 예수께서 그들을 보시고는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하셨는데,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되돌아와서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리고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는 유다인들로부터 배척을 받던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하셨습니다. 예수께 감사드린 사마리아 사람은 또 한 번의 생명을 받은 것입니다. 육체적인 병을 나음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육체적인 삶을 건강하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새 생명을 또 한 번 얻은 것입니다. 그는 은총을 두 배로 받았습니다. 나머지 아홉 사람은 유다인으로서 사제에게 자신의 몸을 보이고 나머지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언정 구원의 생명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율법과 관습의 굴레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의 얼굴빛은 온화하며 빛이 납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며 감동의 연속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런 사람들에게 가까이 옵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0월 9일 연중 28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사람의 기도  (0) 2016.10.24
포기하지 말라!  (0) 2016.10.17
신실한 믿음, 신실한 종  (0) 2016.10.02
자비심 없는 죄  (0) 2016.09.26
뱀 같은 슬기  (0) 2016.09.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