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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식

카페이자 모임장소인 '토기장이의 집(Potter's House)'

by 푸드라이터 2010. 6. 14.
글쓴이 : 이주엽 분당교회 관할사제 

워싱턴 도심에 위치한 자그마한 세이비어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첫 번째로 한 사역이 토기장이의 집 사역입니다. 세이비어교회는 신자들끼리만 모이는 걸로 만족하지 않고 교회가 위치한 주변 지역사회로 나가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조그만 카페 겸 서점인 '토기장이의 집'입니다. 이 지역은 주로 흑인과 남미계 인구가 밀집해서 사는 워싱턴 다운타운의 가난한 지역입니다. 방문해 보시면 알겠지만 카페라 하기엔 좀 옹색하고 허술한 곳입니다. 사실 카페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지역 자체가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이비어교회는 지역사회와 만나는 접점으로 카페를 연 것이지 카페 자체를 위해서 그리한 것은 아닙니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려하지 않은 침침한 홀이 손님을 맞습니다. 한쪽 면에는 서점을 꾸며놔서 그리스도교 영성에 관한 서적이 나름 알차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의 넓은 테이블에는 아기자기한 그릇과 촛대, 꽃병들을 진열했는데 대개 손으로 만든 수제품들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좁은 공간의 천장을 보면 연극을 위한 조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차직하면 공간을 치우고 연극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한 것입니다. 여러 소규모 공연이 이곳에서 열리곤 합니다. 소모임들이 이 카페를 활용해서 모임을 갖기도 하고 여러 문화 활동이 이 옹색할 듯한 이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열리는데 나름의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세이비어교회에 속한 여러 예배공동체들이 이 카페를 이용해서 예배를 드립니다. 이 교회는 처음부터 작은 교회를 지향해서 50명이 넘지 않는 교회들이 여럿 있습니다. 교회 안의 작은 교회들이라고 할까요. 

(세이비어 교회의 토기장이의 집 홈페이지 http://www.pottershousedc.org/)

이 카페에서는 점심은 비교적 싼 값으로 먹을 수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가 보면 그날의 자원봉사자들이 그날의 메뉴를 준비해서 음식을 파는데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음식들입니다. 이렇게 지역 사회에 오가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혹은 커피 한 잔 마시러, 혹은 책이나 소품을 사러 편안히 들렀다가 교회의 사람들과 친구가 됩니다. 그렇게 지내노라면 자기네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되지요. 상담 아닌 상담도 하게 되고 때론 심각한 고민이나 영적 갈망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분당교회가 지역사회와 쉽게 만나는 접점으로 토기장이의 집과 같은 카페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지역사회 거주민들과 함께 빵도 만들고 사교육이 힘든 가정의 아이들에게 카페 한 귀퉁이에서 공부도 가르쳐주고 이런저런 소규모 공연 및 집단상담을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러한 섬김을 통해 자연히 우리가 만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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