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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9년 11월 22일(연중34/왕이신 그리스도주일) 강론초 (요한 18:33-3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1.




2009년 11월 22일 연중 34주일(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성서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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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7:9-14

9 내가 바라보니 옥좌가 놓이고 태고적부터 계신 이가 그 위에 앉으셨는데, 옷은 눈같이 희고 머리털은 양털같이 윤이 났다. 옥좌에서는 불꽃이 일었고 그 바퀴에서는 불길이 치솟았으며, 10 그 앞으로는 불길이 강물처럼 흘러 나왔다. 천만 신하들이 떠받들어 모시고 또, 억조창생들이 모시고 섰는데, 그는 법정을 열고 조서를 펼치셨다. 11 그 뿔이 계속하여 외쳐대는 건방진 소리를 한 귀로 들으면서 보고 있자니, 그 짐승은 나의 눈앞에서 처형을 받아 시체가 박살이 나고 타오르는 불 속에 던져지는 것이었다. 12 다른 짐승들은 권세는 빼앗겼으나 목숨만은 얼마 동안 부지하도록 버려졌다.
13 나는 밤에 또 이상한 광경을 보았는데 사람 모습을 한 이가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와서 태고적부터 계신 이 앞으로 인도되어 나아갔다. 14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그에게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다. 그의 주권은 스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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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3 편

1 야훼께서 위엄을 옷으로 입으시고 왕위에 오르셨다. 야훼께서 그 위엄 위에 능력을 띠삼아 동이셨다. 세상을 흔들리지 않게 든든히 세우셨고,

2 당신의 왕좌는 처음부터 요지부동이오니, 처음부터 당신은 야훼시옵니다.
3 물결소리 높습니다! 야훼여, 강물소리 술렁댑니다. 서로 부딪치며 광란합니다.
4 그러나 높은 데 계신 야훼는 더 세십니다. 몸부림치는 바다소리보다 세시고 많고 많은 물결소리보다 더 세십니다.
5 당신의 법은 너무나도 미덥고 당신의 집에는 거룩함이 제격이오니 야훼여, 길이길이 그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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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 1:4-8

4 나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장차 오실 그분과 그분의 옥좌 앞에 있는 일곱 영신께서, 5 그리고 진실한 증인이시며, 죽음으로부터 제일 먼저 살아나신 분이시며, 땅 위의 모든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은총과 평화를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피로써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6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서 영광과 권세를 영원무궁토록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7 그분은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를 볼 것이며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입니다. 땅 위에서는 모든 민족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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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8:33-37

33 빌라도는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 가서 예수를 불러 놓고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34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 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35 빌라도는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 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 하고 물었다.
36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 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37 "아뭏든 네가 왕이냐?" 하고 빌라도가 묻자 예수께서는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하고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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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도> -성공회기도서


 영원하신 하느님, 우리 주님이시며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을 회복시키시나이다. 구하오니, 죄로 인해 갈라진 이 세상을 주님의 온유한 사랑과 통치로써 하나 되게 하소서. 이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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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요한 18:33-37)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을 기념합니다.
이 때의 왕은 세속적인 권력의 정점이 아닙니다. 사형선고를 얻어내려고 유다인들은 빌라도에게 예수를 유다인의 왕으로 행세한 정치범으로 고발합니다. 빌라도의 심문에 답하며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예수님을 고발하는 사람들은 동양의 표현을 빌자면 “대붕(大鵬)이 날자 썩은 쥐새끼를 빼앗길까 움켜잡은 올빼미” 꼴인 셈입니다. 예수님을 적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을 위해 예수님께 줄을 서려는 동기가 대부분인 우리 자신도 실상 그리 나을 것은 없음을 반성해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 주님이신 그 분의 구원사역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하신 말씀을 잘 깨우쳐야 합니다.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면 저 세상에 속한 것이라는 말씀일까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죽은 후의 저 세상이 주님의 진정한 관심사이고 그러므로 또한 우리의 관심사여야 한다는 말씀일까요? 예수님의 왕국이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에 속한 것이므로 구원이란 죽은 후에 우리 영혼이 저 세상의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오직예수”를 통한 저 세상에서의 “영혼구원”을 복음의 본질로 보아야 할까요?

이 세상의 반대개념은 단순히 사후세계로서의 저 세상이 아닙니다. 구태여 저 세상이라고 표현하자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진 “하늘”의 차원이 바로 저 세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왕국은 이 세상이 아니라 저 하늘에 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저 하늘에 머물러 계시지 않고 성육신하여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기도하시고 그 기도를 가르쳐주신 분이십니다. “회개하라.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선포하시고 가르침과 사역을 통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드러내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의 왕국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하느님 통치의 역동적인 움직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왕국입니다.

예수님의 왕국은 세상의 왕국의 질서를 뒤집어 놓습니다. 예수님의 왕국에서는 군림하는 자들이 아니라 섬기는 자들이 더 높습니다. 독점하는 자들이 아니라 나누어 갖는 이들이 더 부요합니다. 자기를 채우고 높이는 자들이 아니라 자기를 비우고 낮추는 이들이 더 고귀합니다.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제정되고 연중 마지막 주일에 기념되는 것은 무신론과 세속주의로 물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왕되심과 종말의 의미를 올바로 깨우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종말은 단순한 세상의 멸망이 아닙니다. 종말은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의 완성, 그 왕국의 완성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아들이는가 거스르는가에 따라 갈리는 우리의 운명을 의미합니다.

신앙과 대립되는 무신론과 세속주의는 단순히 신의 존재에 관한 견해차이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가치관,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물신주의가 극도화되어가는 시대입니다. 교회와 신앙 마저도 물량주의와 우상숭배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왕권은 단순히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의 문제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하게 하고 그 자유가 우리를 사랑에 이르도록 합니다.

이 세상이 예수님의 왕권을 대적하고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고 어쩌면 문제가 아닙니다. 그 본래적인 전선(戰線)은 십자가와 부활사건으로 이미 승패가 갈렸습니다.  사랑과 진리에 바탕한 예수님의 왕권이 폭력과 거짓으로 무장한 사탄의 세력을 꺽었다는 분명한 인식이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믿음인 것입니다.

도리어 문제는 패배한 이 세상의 사탄이 간교하게 예수님의 왕권의 의미를 자신의 가치와 논리로 오염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왕권을 세상의 재산과 부귀와 명예와 권력과 지식의 총화인 것처럼 치장하고 선전하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질서에 의해 이미 뒤집혀진 세상의 질서를 다시금 뒤집어 정당화하려는 사탄의 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왕국은 평화와 진리와 사랑의 왕국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고 고백하고 증언해야 합니다. 이 시대에 온갖 적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의 명분을 내걸고 그 명분을 세상의 가치와 논리로 덧칠하고 위장하여 우리를 속이려 듭니다.

우리의 믿음은 세상을 이기는 믿음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이 세상에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 하느님께 순종하여 세상의 권세와 오류가 못 박는 십자가에서 기꺼이 우리를 위해 피 흘려 죽으신 그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그 예수님이 우리의 참된 왕이 되시고 세상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리라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러한 교리를 지적으로 시인하는 것을 넘어서 살아계신 그 예수님을 만나고 사귀고 따르는 진정한 체험과 증언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이제 다음주일부터 우리는 그 예수님의 현존을 우리 마음과 우리의 역사 안에 새롭게 맞이할 준비를 갖추는 대림절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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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와 평화의 왕께 감사! (요한 18:33-37)

오늘은 “왕(王)이신 그리스도” 주일이지만 혹시  “그리스도가 왕이시다” 라는 표현이 좀 불편하지는 않으신지요? 지금은 왕정이 대부분 폐지되고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나 내각이 통치를 담당하는 민주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시대에 맞게 “대통령이신 그리스도”라고 하면 어떨까요? ^^

권력을 독점하는 왕이 없다는 것, 얼마든지 선거로 갈아치울 수 있는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은 참으로 귀중한 민주주의의 진보요 승리입니다. 하지만  정책의 성패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상징적인 왕의 존재는 단순한 최고 행정책임자와는 다른 의미로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선거란 결국 “우리 자신의 욕망과 가치”를 특정 대상에게 투사하고 전가하여 성립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왕의 존재는 “왕의 철학과 가치”가 먼저 우리에게 신뢰와 순종을 요구하며 성립하는 것입니다.

장황하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우리의 신앙생활을 반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어쩌면 우리가 뽑은 대통령처럼 여기고 대하는 것은 아닐까요? 주님을 추종하고 헌신하는 일조차도 우리에게 어떤 현실적인 이익이 계속 보장되는가를 스스로 판단한 여부에 달려있는 것은 아닐까요?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왕이십니다. 그 분의 존재가 우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이 그 분에게 달린 것입니다.


그런데 통상 우리가 왕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욕망과 두려움입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욕망과 자기의 소유를 잃지 않고 지키고 싶은 두려움이 왕의 권위로 투사되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을 왕으로 부르며 동일한 욕망과 두려움으로 하느님을 대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됩니다. 만일 그렇게 대해야 하는 하느님이라면 그는 예수님이 알려주신 하느님 아버지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다스림, 그리스도의 왕되심에는 오직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내 왕국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전능의 왕이시되, 독선과 전횡의 군주가 아니라, 우리에게 참 삶을 알려주시는 “진리의 왕”이시고, 우리를 위해 스스로 자신을 내어주시어 십자가에 못박히신 “평화의 왕”이십니다.  못(、)박히신 왕(王)이 바로 우리의 주(主)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감사(感謝)드림은 왕이신 주님이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고 우리의 두려움을 달래주어서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을 노려보시며 우리의 감사와 찬양을 기대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우리의 모든 처지에 함께 하시고, 도우시고, 구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대한 우리의 감사는 로또복권에 당첨된 성격의 그런 감사가 아니라 씨를 뿌려 추수하는 성격의 감사인 것입니다. (2006. 11.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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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의 왕, 사랑의 왕

오늘은 교회력의 맨 마지막 주일로서 전통적으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라고 부릅니다. 한 해 동안 우리가 섬겨 온 분은 바로 만유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오직 우리가 충성을 바쳐 섬길 분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날입니다.

오늘 날 왕이란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한데 우리는 왜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기념합니까? 그것은 예수님께서 무력과 강압으로 사람들을 다스리신 것이 아니라 사랑과 진리로 사람들을 섬겨주심으로써 우리에게 하느님의 다스림, 하느님의 나라가 어떠한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에 대하여  심문하자, 예수님은 “내 왕국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의 왕은 권력의 독점자로서 욕심 많고 잔인한 자입니다. 이 세상의 왕국은 서로 부하들이 싸우고, 빼앗고, 점령하고, 억압하여 왕을 옹립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지향하시는 나라는 그렇게 싸우고 억압하고 강제하는 고통의 나라가 아니라 평화롭고 자유롭고 기쁨이 넘치는 은혜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십니다. 그리스도가 권력을 가지셨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셨고 진리를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어 주시고 피를 흘리신 그 예수님, 또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바로 그 예수님을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 몸에 모십니다. 그 사랑과 생명의 힘을 받아서 우리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우리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과 진리를 이어받아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 용서하고 살리고 나누고 섬기는 일은 주님의 백성인 우리들의 본분임을 깨닫습니다.  (200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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