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2009년 11월 8일 (추수감사주일) 강론초 (루가 12:35-4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7.


2009년 11월 8일 (추수감사주일)

제1독서: 신명 8:1-10  

1 너희는 내가 오늘 명하는 모든 계명을 성심껏 지켜야 한다. 그래야 너희는 행복하게 살며 번성할 것이고 야훼께서 너희의 선조들에게 주겠다고 맹세하신 땅에 들어 가 그 땅을 차지할 것이다.
2 너희는 지난 사십 년간 광야에서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어떻게 너희를 인도해 주셨던가 더듬어 생각해 보아라. 하느님께서 너희를 고생시킨 것은 너희가 당신의 계명을 지킬 것인지 아닌지 시련을 주어 시험해 보려고 하신 것이다. 3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고생시키시고 굶기시다가 너희가 일찌기 몰랐고 너희 선조들도 몰랐던 만나를 먹여 주셨다. 이는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못하고 야훼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씀을 따라야 산다는 것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시려는 것이었다.
4 지난 사십 년 동안 너희 몸에 걸친 옷이 떨어진 일이 없었고, 발이 부르튼 일도 없었다. 5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잘 되라고 고생시키듯이 그렇게 너희를 잘 되라고 고생시키신 것이니, 이를 마음에 새겨 두어라. 6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를 경외하여 그의 계명을 지키고 그가 보여 주신 길만을 따라 가도록 하여라. 7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이제 너희를 기름지고 넓은 땅, 골짜기와 산에서 지하수가 솟아 샘이 되고 냇물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어 들이려고 하신다. 8 그 곳은 밀과 보리가 자라고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가 여는 땅이요, 올리브나무 기름과 꿀이 나는 땅이다. 9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땅, 아쉬운 것 하나 없는 땅, 돌에서는 쇠를, 산에서는 구리를 캐낼 수 있는 땅이다. 10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에게 주신 이 좋은 땅에서 너희는 배불리 먹으며 하느님을 기리게 될 것이다.


제2독서: 야고 1:16-18

16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속지 마십시오. 17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하늘의 빛들을 만드신 아버지께로부터 내려 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는 변함도 없으시고 우리를 외면하심으로써 그늘 속에 버려 두시는 일도 없으십니다. 18 하느님께서는 뜻을 정하시고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의 첫 열매가 된 것입니다.

성시: 65     

1 하느님, 시온에서 찬미받으심이 마땅하오니 ◯ 당신께 바친 서원 이루어지게 하소서.

2 당신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 죄지은 모든 사람 당신께 나아가 고백하오니,
3 우리가 지은 죄 힘겹도록 무거우나 ◯ 당신은 그것을 씻어 주십니다.
4 복되어라, 당신께 뽑혀 한 식구 된 사람, ◯ 당신 궁정에서 살게 되었으니,
✤ 당신의 집, 당신의 거룩한 성전에서, ◯ 우리도 마음껏 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5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 놀라운 기적으로 정의를 세우시고, 우리 소원 들어 주시니, ◯ 땅 끝까지 먼 바다 끝까지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6 그 크신 힘으로 산들의 뿌리를 박으셨으며 ◯ 권능의 띠를 허리에 질끈 동이시고
7 설레는 바다와 술렁이는 물결, ◯ 설치는 부족들을 가라앉히셨습니다.
8 땅 끝에 사는 사람들이 당신의 손길을 보고 놀라며, ◯ 해뜨는 데서 일으키신 노랫소리, 해지는 곳에 메아리칩니다.
9 하느님은 이 땅을 찾아오시어 ◯ 비를 내리시고 풍년을 주셨습니다.
✤ 손수 파 놓으신 물길에서, 물이 넘치게 하시어 ◯ 이렇게 오곡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10 밭이랑에 물 대시고, 흙덩이를 주무르시고: 비를 쏟아 땅을 흠뻑 적신 다음, ◯ 움트는 새싹에 복을 내리십니다.
11 이렇듯이 복을 내려 한 해를 장식하시니 ◯ 당신 수레 지나는 데마다 기름이 철철 흐릅니다.
12 광야의 목장에도 기름기 흐르고, ◯ 언덕마다 즐거움에 휩싸였습니다.
13 풀밭마다 양떼로 덮이고, 골짜기마다 밀 곡식이 깔렸으니 ◯ 노랫소리 드높이 모두 흥겹습니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

복음: 루가 12:35-40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36 마치 혼인잔치에서 돌아 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37 주인이 돌아 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그 주인은 띠를 띠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을 들어 줄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녘에 오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39 생각해 보아라. 도둑이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 오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40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

본기도

전능하시고 은혜로우신 하느님, 우리의 필요에 따라 풍성한 수확을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비옵나니, 바다와 육지의 소산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이들을 축복하시며, 우리로 하여금 허락하신 은총을 잘 관리하고 나누는 충성된 청지기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

                                        추수 감사 주일 (루가 12: 35-40)

우리의 생명은 씨를 뿌리고 거두는 농사를 통해서 자양을 얻어야 지속 가능합니다. 무성한 잎과 화려한 꽃은 모두 풍성한 열매를 위한 것입니다.
농사일에는 사람들의 수고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하늘의 도우심이 중요합니다. 토양과 햇빛과 강수와 기온이 적절해야 합니다. 한 해의 추수를 기뻐하고 조상과 천지신명에게 감사하는 것은 자연스런 태도입니다. 우리 민족은 햇곡식을 얻는 음력 8월 15일에 추석명절을 지켰습니다. 

통상 개신교의 추수감사주일은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의 첫 번 추수감사에 기원하는 미국의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단순히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서 힘겨운 삶을 견디며 깊은 신앙과 소망을 가질 수 있음을 감사하는 그 태도는 깊이 본받고 이어받을만 합니다. 그런데 그 감사의 이면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도움과 신뢰를 배신하고 그들을 살상했던 뼈아픈 역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우리 대한 성공회의 추수감사주일은 본래는 교회력에 없던 것인데 새로이 추가되었습니다. 그 기원의 애매모호함을 벗으려면 좀 더 깊은 신앙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오늘 루가복음서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일반적으로 추수감사를 주제로 설교한다면 본문으로 선뜻 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우리 성공회는 설교자가 성경본문을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는데 근거로 삼기위해 임의로 정하지 않도록 합니다. 대신 교회력과 성서정과를 통해서 이미 정해진 성경말씀의 의미를 설교자가 깊이 살피도록 요청합니다. 이 불편한 점이야말로 실은 매우 중요한 우리의 장점입니다.)

오늘 루가복음 12장의 앞부분에서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예를 드십니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풍성한 소출을 얻고서는 창고를 더 크게 지어 거기에 모든 곡식과 재산을 넣어두고는 “내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고 말합니다. 자칫 우리는 이런 부자의 자기만족적인 태도를 추수감사의 의미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고 말씀합니다.
예수님은 결론으로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은 이와 같이 될 것이다” 말씀합니다.
우리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의 풍성함에 대해서만 감사한다면 실상은 어리석은 부자보다 그리 많이 나을 게 없습니다.

성경은 우리 인생과 세계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추수에 비유합니다.
심판의 기준은 우리가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고 축적했는가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관심과 자비를 베풀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은 청지기의 삶인 것입니다. 하느님의 소유를 맡은 자로서 그것을 잘 관리하고 배분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청지기의 삶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이 추수감사의 참된 의미입니다.
소출 자체를 기뻐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소출을 주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기뻐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삶은 소유에 만족하고 그 재산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고 기다리고 만나는 기쁨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2009. 11. 8)
======================================================================

                                         삶의 결실을 감사하며

추수감사주일은 가을걷이를 마치고 한 해의 농사와 삶을 돌보아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와 찬양을 돌려드리고 이웃과 더불어 기쁨을 나누는 잔치의 날입니다.
<그리고 너희가 밭에 씨를 뿌려서 지은 곡식의 맏물을 바치는 맥추절을 지켜라. 또 농사 지은 것을 밭에서 모두 거두어 들이는 연말에는 추수절을 지켜라. (출애23:16)>

우리의 삶은 농사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로 이루어집니다.
 “씨를 뿌리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은 인생의 진리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 들이리라. (시126:5)>
<적게 뿌리는 사람은 적게 거두고 많이 뿌리는 사람은 많이 거둡니다. 이 점을 기억하십시오. (2고린9:6)>
추수감사는 하느님께서 정하신 이 인생의 진리를 묵상함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인생의 진리는 기계적인 법칙이 아니라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드러내는 하느님의 섭리 입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열매가 삼십 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백 배가 된 것도 있었다.(마르4:8)>

우리는 하나를 심었을지라도 수십 배의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므로 추수감사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와 섭리에 대한 찬양입니다.

그리고 추수감사는 우리 자신의 수고와 승리를 자화자찬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냉혹한 생존경쟁의 싸움터에서 내 힘으로 살아남은 것처럼 대견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우리의 삶이란 내 힘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를 지켜주고 이끌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  맹세로써 너에게 주겠다고 하신 그 땅에 너희를 이끌어 들이실 때가 되었다. 거기에는 너희가 세우지 않은 크고 아름다운 성읍들이 있고, 너희가 채우지 않은, 온갖 좋은 것으로 가득찬 집들이 있고 너희가 파지 않은 우물이 있고 너희가 가꾸지 않은 포도원과 올리브 밭이 있다. 너희는 그것을 마음껏 먹게 되리라. 그리 되더라도 너희는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너희를 이끌어 내신 너희 하느님 야훼를 잊지 않도록 하여라.  (신명6:10~12)> 

우리의 삶이란 오직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는 것임을 기억하여 배은망덕 하지 말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추수감사주일의 정신입니다. (2003. 11. 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