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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7년 9월 22일(토) 강론초고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주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1.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주님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셨는가?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이 대답은 일종의 스포일러(spoiler)^^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관한 신비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함께 했던 사랑하는 제자들조차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성령을 내리신 후에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추론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비밀이다. 십자가 사건과 부활사건과 성령강림을 깊이깊이 생각한 후에 다시 이 대답을 채택하기로 하자.

오늘 복음서의 비유를 말씀하신 우리 주님, 예수님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신 분이다.

예수님이 하느님 나라의 일을 시작하시면서 받으신 세 가지 유혹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어떤 방편으로, 어떤 능력으로, 어떤 지향으로 일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예수님은 세 번 모두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대답하셨고 결국 대답의 내용 또한 “하느님의 말씀”외에 당신이 의지하는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공관복음서에서 예수님의 모든 사역도 말씀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회당에서, 호숫가에서, 산 위에서, 평야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사람들을 뒤흔든 권위 있는 말씀이었고, 당대의 세력가들을 긴장시킨 말씀이었고, 귀신들조차 놀라고 순복하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그 말씀에도 불구하고 제자들과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가 쉽게 가시는 것은 아님을 복음서는 또한 전하고 있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이른바 놀라운 오병이어의 기적 조차도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께서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방식에 관해 가르치신 말씀이 중요한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시는 사랑의 성사, 성체성사의 의미를 가르치시며, 그 은총에는 그 사랑에 응답하여 우리 자신을 봉헌하는 지혜와 결심이 필요함을 암시하신다. 그러자 사람들은 “말씀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면 모두 떠나간다.

예수님은 남은 제자들을 돌아보시며 “너희들도 떠나가겠느냐?”고 물으신다. 비감한 장면이다. 그 때 베드로가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 하고 아뢴다.
나는 주님의 이 물음과 베드로의 대답을 사랑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 말씀을 듣고 깨닫고 따르는 이를 필요로 한다.

오늘 복음서의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는 좋은 마음밭을 가꾸어 말씀으로 삶의 열매를 맺으라는 주님의 권면이다. 이 권면에는 스스로 말씀을 전하시면서 겪으셨던 예수님의 경험과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예수님 스스로가 말씀의 씨를 뿌리는 농부이셨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경탄하였는가? 그러나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일생을 살아간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열두 사도로 대표되는 그들 말씀의 담지자들이야말로 예수님의 끊을 수 없는 희망이었고, 그들에게 뿌려진 주님의 말씀은 마침내 교회의 싹을 틔우고 수많은 복음의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오늘 보잘 것 없고 어리석은 나이지만, 감히 믿음으로 주님께 베드로를 따라 대답한다.
 “주님의 영원한 생명을 주는 그 말씀을 제게 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말씀이 제 안에서 열매 맺도록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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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2일 감사성찬례 성서말씀

1디모 6:13-16

13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앞에서와 본티오 빌라도에게 당당하게 증언하신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나는 그대에게 명령합니다.

14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대가 맡은 사명을 나무랄 데 없이 온전히 수행하시오. 15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께서 친히 정하신 때에 나타나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오직 한 분이시고 복되신 주권자이시며 왕 중의 왕이시고 군주 중의 군주이십니다.

16 그분은 홀로 불멸하시고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는 빛 가운데 계시며 사람이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또 볼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 영예와 권세가 영원히 그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아멘.

루가 8:4-15

4 여러 동네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침내 큰 군중을 이루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5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서 발에 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가 쪼아먹기도 하였다.

6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서 싹이 나기는 하였지만 바닥에 습기가 없어 말라버렸다.

7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나무들이 함께 자라서 숨이 막혀버렸다.

8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잘 자라나 백 배나 되는 열매를 맺었다." 하시고는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하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9 제자들이 이 비유의 뜻을 예수께 묻자 10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게 해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1)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고 비유로 말하는 것이다. 1)"이사 6:9.

11 "이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12 씨가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빼앗아 가기 때문에 믿지도 못하고 구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13 씨가 바위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뿌리가 내리지 않아 그 믿음이 오래가지 못하고 시련의 때가 오면 곧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14 또 씨가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세상 걱정과 재물과 현세의 쾌락에 눌려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15 그러나 씨가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꾸준히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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