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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설교] 주님의 기도 _ 루가 11:11~13

by 푸드라이터 2007. 7. 28.
기도 ! 마법의 도구 아닌 은총의 통로 (루가 11:1-13)

7월 29일(연중 17주일)
임종호(프란시스) 신부

기도는 우리 신앙생활의 뿌리요 줄기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열매있는 신앙생활이 불가능합니다. 기도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되고 그 뜻에 맞추어 하느님 자녀로서 세상 속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이 기도는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되새길수록 깊고 깊습니다. 하느님의 아버지되심과 아버지의 하느님되심, 살아계신 하느님의 하느님 나라, 일용할 양식을 얻고 나누기, 죄를 깨닫고 죄를 용서받고 죄를 용서하기, 유혹을 살피고 조심하고 물리치기, 이 내용들은 우리가 인생을 뜻있고 기쁘게 살기위해 구해야 할 절대로 필요하고 참으로 충분한 것들입니다. 이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께 참되게 기도한다는 것이 어떤 태도,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가를 배우고 깨닫게 됩니다.

주 님의 기도에 더하여 들려주시는 간절한 기도에 관한 비유는 잠시 우리를 당황케 합니다.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아시고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는 하느님이시라고 가르치신 그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왜 “귀찮게 졸라대는 기도”라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것일까요? 기도의 응답을 받으려면 우리의 청탁을 간절하고 끈질기고 강력하게 해서 하느님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일까요? 이렇게 강력한 기도를 어떤 이는 ‘하늘보좌를 움직이는 기도’라고 시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시면 정말 움직여야 할 것은 하늘보좌가 아니라 우리의 속 깊은 마음이 아닐까요? 주님의 비유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졸라 떼를 써야 한다는 그런 차원의 말씀이 아닌 것이지요. 요는 우리가 구하는 것이 그저 구하다가 말 수 있는 막연한 우리의 욕심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하느님의 현존”이라는 것입니다. 기도가 응답되지 아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기도제목이라야 참다운 기도제목입니다. 우리가 정말 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내가 원하고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삶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어 이끄시고 지키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청하는 것입니다.

기 도는 우리의 욕심을 채워주는 마법적인 도구나 방법이 아닙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앞에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고통스럽고 불안한 삶 속에서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사랑을 의심 없이 신뢰하는 일입니다. 그 때 기도는 성령께서 함께 하는 깊은 은총의 통로가 됩니다. 그 기도의 힘으로 우리는 기쁘게 살며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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